2020, 화마에 둘러쌓인 한 해

가속화된 지구온난화와 되돌릴 수 없는 상황

by Jason Lee
캡처.PNG 인류의 오만과 자연의 분노

2020년은 유달리 많은 산불이 지구촌을 휘감고 있다. 아직 한 해의 2/3가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륙과 기후를 가리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화마로 인해 많은 종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가뜩이나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인류를 제외한 많은 자연의 구성원들이 살 곳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부터 야기된 산불로 인해 많은 동식물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호주, 시베리아, 미국, 아마존까지 심한 산불이 대륙을 가리지 않고 습격했다. 미 산불은 시민들의 부주의가 결정적이었으며, 브라질은 진화에 제대로 나섰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아쉽다. 호주는 지원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었으며, 시베리아는 산불이 났는지 모르는 이조차 많았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온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을 시작으로 한 해 내내 산불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호주의 세 개 주에서 야기된 산불은 지구촌이 태동한 이래 유지된 호주의 대자연이 모두 사라졌다. 나무와 숲을 비롯한 엄청난 자연유산은 물론 호주 대륙에서 살아가는 많은 동물들이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수 개월 내내 퍼진 산불은 진화되지 못했고, 연중에야 겨우 불길이 잠재워질 수 있었다. 호주 산불로 인해 남극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영상으로 온도가 치솟는 등 호주 산불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결정적이었다. 가뜩이나 빙하 침식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가운데 호주가 장시간 화마를 다루지 못하면서 큰 촉매제가 됐다.


호주 산불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한대 기후에서도 산불이 잇따랐다.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산불도 호주 산불과 마찬가지로 원인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인구 밀도가 극도로 낮은 지역이라 피해는 적었지만, 이후 야기된 삼림 훼손과 기상이변을 앞당겼다. 호주 못지 않은 대자연의 보고인 시베리아가 탔다는 점도 놀라운 가운데, 한대 기후인 시베리아에 원인 불명의 산불이 발발한 것 만으로도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화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직도 제대로 진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엄청난 연운으로 인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장마전선이 40여 일 이상 머무르는 기이한 현상까지 야기됐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불을 제대로 끄지 못하고 있어 호주 산불만큼이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어김없이 산불을 피해가지 못했다. 미 최대주인 캘리포니아는 해마다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산불의 경우는 사안이 다르다. 늘 몇 개월씩 타는 불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벌써부터 주 역사상 최대 산불로 확정됐다. 많은 이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야 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잃은 산림의 규모는 파악조차 힘들 정도로 상당하다.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오리건주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야기된 산불로 인해 미 서부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미 주들 가운데 가장 큰 경제력을 지닌 캘리포니아가 진화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 크며, 호주와 캐나다에 지원 요청에 나섯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 당장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본 것은 물론이고, 많은 동식물들을 잃으면서 캘리포니아도 엄청난 자연을 잃었다.


지구의 허파로 일컬어질 정도로 많은 산소를 생산하는 아마존도 화마와 마주했다. 가뜩이나, 브라질의 개발로 인해 아마존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산불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소실됐다. 호주에 이어 아마존까지 남반구를 대표하는 대자연이 잇따라 대규모라 불타오른 것도 실로 충격적이다. 호주 산불과 마찬가지로 워낙에 규모가 절대적이었던 만큼, 당연히 인접 지역에 많은 비구름을 양산했으며, 이는 2차 피해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개발과 화마로 인해 향후 300년이 지나도 복구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양의 자연을 유실했다. 이는 단순 브라질의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지구촌을 살아가는 모든 인류가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뼈아픈 결과다. 여기에 브라질의 볼소나오루 대통령의 극우화로 인해 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것도 치명적이었다.


북극의 얼음점 유지도 이미 어렵게 됐다. 북극해에서도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당연히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의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빙하가 녹고 있는 것만으로도 북극해 인근이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알 수 있으며, 얼음점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더는 지구촌의 기온상승을 막을 방도는 이미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만하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넘어 해수면 상승까지 모두 고려하는 것이 온도 상승을 막는 것보다 빨라 보일 정도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해양 생태계 파괴도 지속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상위 포식자임을 자처하면서 건방지게도 대자연을 자신의 일부라고 여긴 인류가 마주할 마지막 장면은 이미 눈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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