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피격과 북한의 사과

앞으로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by Jason Lee
캡처.PNG 예상 밖의 상황에 신속정확한 파악과 단호한 대응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에서 사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황상 자의로 월북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준비 작업(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등 일종의 암시적 행위)을 해놓았으나 연평도에서 북으로 자의든 타의든 건너가 진 것은 확실하다. 동시에 북측에서 사살한 것으로 봐서는 일단 건너간 것은 명확하며, 북방한계선 아래에 위치한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으로 떠밀리듯 갔다고 하더라도 북측 영토에서 발견된 것을 보면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이동한 것은 확실하다(거듭 확언하지만 자의로 갔는지, 타의로 갔는지 아직 판단은 유보하는 것이 맞다).


이에 야당과 언론에서 가마솥을 불에 끓듯 들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제연합총회에서의 연설에서 다시금 종전선언을 언급하면서 잔혹하기 그지 없으며, 대화의 여지가 없는 북한을 여전히 두둔한다는 아마추어와 같은 틀짜기를 시도했다. 거듭 생각해 보면, 이제 넘어가는 이들이 많은 부분도 문제가 있다. 이번 국제연합총회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화상으로 열렸으며, 약식으로 정상들이 미리 영상으로 녹화한 부분을 공유해 송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해수부 공무원이 이른 바 피격되기 이전에 녹화된 것이다(물론, 이러면, 대통령을 두둔하기에 또 빨갱이라 하겠거니와, 대통령이 아직도 북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두고 거듭 화살을 쏘겠지만 말이다).


이후 정황을 보면 청와대와 정부가 긴밀하게 신원을 파악하고 대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21일 낮 12시 15분에 소연평도 남방 약 2km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후 해양경찰, 해군, 해수부가 모두 나섰다. 선박과 항공을 통한 동원 수색이 시작됐으며, 22일 오후에는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실종자 발견 정황을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오후 6시에 문 대통령에 북측에서 실종자가 발견됐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약 세 시간 뒤인 북한군이 공무원을 사살했고, 불꽃이 일면서 시신을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군은 감시장비로 화마가 일어난 것을 식별했으며, 국방부장관에서 즉시 보고 절차가 이뤄졌다.


23일 새벽 1시에 곧바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와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으며, 관련자인 서 원장을 필두로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다. 새벽에 긴급하게 회의가 이뤄졌으며, 그 사이에 문 대통령의 영상녹화본이 기조연설로 진행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15일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18일에 UN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실장과 노 실장은 곧바로 당일 아침에 문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국방부는 곧바로 발표에 나섰다. 육군의 작전부장인 안영호 중장은 북측이 월북된 공무원을 사살한 후 피격했다고 발표했으며, 북측의 이와 같은 행위에 강하게 규탄했다. 실제로 의도하지 않게 바다에 떠밀려 이동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


곧바로 23일 오후에 국제연합사(UN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한 대북전통문이 발송됐으며, 북한의 보고체계를 고려하면 당일 저녁이나 24일 오후에 상부에 보고가 최종적으로 송달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23일 밤 10시 50분에 자살 의혹이 피격 사실로 확인되어 보도되기 시작됐으며, 모든 언론들은 일제히 사건의 연결은 뒤로 하고 무능하고 실없는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24일 오전부터는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고 서 실장과 노 실장의 대면보고가 이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와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다. 오후에는 서 실장이 다시금 안전보장회의를 주재했으며, 이후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측의 책임있는 답변과 상황 설명을 요구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측에서 서면통보가 왔으며, 서면통보 사실을 서 실장이 곧바로 알렸다. 북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내는 사과가 적혀 있었으며, 서 실장이 직접 읽었다.


또한, 최근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은 내용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공무원 피격에 따른 민심이 동요할 수 있는 만큼, 남북관계가 생각만큼 경색되어 있지 않다는 뜻을 알리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북측 지도자가 남측에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보면 북측에서는 신원 확인을 위한 절차를 밟았으나 응답없이 도주에 나섰고, 추후 격발하는 과정에서 피습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알렸다. 이어 불을 태운 것은 시신이 아니라 피습된 이의 물건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북한도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외부인을 대하는 것은 당연히 엄격하게 적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정황상 남측에서 월북을 했건, 됐건 어느 것이든 간에 우리 영해에서 건너가진 것인 만큼 적극적인 신원 확인에 나서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측 군대의 신원 확인에 불응하면서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물론 남녘 동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물론, 김 위원장이 한 말을 언급하는 것일 뿐인데, 이를 적극 거론했다고 빨간딱지를 붙이고자 하는 이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군이 대처를 못하고 정부가 미온적이고 청와대와 대통령이 무능하게 이를 넘어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확실하게 대했으며, 반대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사과까지 한 것을 보면, 남북군사긴장이 2018년 이후로 완화된 것을 지나 양 측 지도자 간의 교류를 통해 더는 긴장 국면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알아야 하며, 더 나아가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정보기관과 군대가 기민하게 움직여 이를 북측이 발표하기도 전에 의도를 바로 파악한 것을 보면, 피해자가 야기된 만큼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정부유관기관의 성과 또한 반드시 언급하고 갈 필요가 있으나 당연히 거론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아직 피습된 피해자가 어떤 경로와 무슨 의도로 자살을 시도한 것처럼 해서 북한을 간 것인지, 단순 월북인지, 단순 자살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북측에 공동조사에 응해 줄 것을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공동조사단이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원인을 제대로 확인하긴 쉽지 않다. 피해자의 유가족 입장에서는 실로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마뜩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월북이 타의로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북측의 태도는 김 위원장의 말대로 과했던 것은 분명하다. 이에 전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이해되며, 북측 군대의 행동 및 유지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는 말까지 더한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 늘 심각한 사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나 선택적 보도와 의도가 보이는 행위를 통한 보도는 아직도 지양되지 않는 부분, 더 나아가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라면의 물처럼 더 못 끓어 안달난 사람은 아직도 북한이 무서운가 보다.


이는, 정작 군대도 갔다오지 않아 놓고 전쟁을 주장하는 것과 진배 없다. 실제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꼭 겪어봐야 알 정도로 답답한 이들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물론, 햇볕정책이 상수는 아니며, 대북경색도 하수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둘 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유화책인 것은 분명해 보이나 북측이 제대로 응했고,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고, 빠듯한 연결고리지만 남북관계가 선결되어야 북미관계가 숨통을 틀 수 있는 것은 명확하게 증명됐다. 즉,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의 정부처럼 지나치게 온건적이지 않다. 오히려 2018년 이전에 적극 군사무기를 도입해 대응한 점, 연중에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800km 이상으로 확보한 점을 보면 안보 준비는 오히려 북한보다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문다면 무서워 하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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