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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go Aug 20. 2017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1

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와 유럽 이야기

#1. 첫 만남


나의 여행은 항상 겨울에 시작됐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땐, 항상 차가운 공기가 맞이해 줬다. 덕분에 겨울은 그 어색하고 좀 부끄러운 첫 만남이 있을 때 흘리던 땀들을 금방 마르게 해 주는 고마운 자연적 존재였다. 스위스 올튼 에 도착한 날도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었다. 


올튼은 아니지만, 내가 늘 마주치던 스위스는 이런 색감의 분위기였다


올튼 역에서 내려 기숙사인 staff-house로 걸어가는 그 길… 나는 Buddy인 Thadsy를 먼저 찾았다. 학교에서 지정해준 내 첫 번째 Buddy 는개인 적인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 것 같았다. 한동안 연락을 해서 학교 준비랑, 생활하는 것 등을 이메일로 물어보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부랴부랴 학교 측에서 재 지정해준 Buddy는 Thadsy. 스위스-스리랑카 계 친구였다. 이 친구가 맡고 있는 교환학생 버디는 우리 학교 친구 채은. 이 외에도 한국 타 학교에서 온 친구 몇 명을 더 맡고 있었다. 한국인을 좋아하는 Thadsy. 늘 고맙고 좋은 기억만 준 친구이다. 


도착하자마자 우리 학교 친구 채은이와 Thady가 전 학기에 같이 공부했던 교환학생들을 소개해 줬다. 그렇다, 첫인사, 첫인상 살피기,,, 낯을 좀 가리는 나는 매우 뻘쭘하게 인사하고 나서, 누가 누군지 이름을 말해줘도 3초 만에 다 까먹으면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던 것 같다. 긴 비행으로 너무 피곤해서 씻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우리나라 이마트와 같은 Migros 에가서 당장 필요한 샴푸와 바디샴푸를 사 와서 씻고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이게나의 올튼 라이프 첫날 기억이다. 




#2. Fondue night


학교 FHNW에선 스위스 Buddy들이 교환학생들에게 한 달에 두어 번 스위스를 더 잘 알 수 있게끔 Event를 만들어 줬다. 처음 공식적인 이벤트는 Fondue night. 그렇다. 다들 스위스 갔다 왔다고 하면 ‘퐁듀 먹어봤어?’ 이런 거 많이 물어본다. 그날 처음 먹어보고 안 먹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짰고, 거기에 맥주에 들어가는 그 탄산 맛이 톡 쏘는 맛이 신기하게도 치즈 속에 녹여져 있는 맛이었다. 탄산이 날아가지 않은 걸쭉한 죽을 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거기다 Buddy들이 섭외한 이 레스토랑은 깊고 깊은 알프스 산의 중턱에 위치 한 산장 같은 곳으로, 마치 우리나라 경복궁처럼 가장 전통적인 곳을 선택했다.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전통 옷 (여자분들은 드레스에 앞치마 걸친 모습, 남자분들은 멜빵 반바지에 반스타킹 차림이었다. 아마 독일 옥토버페스트에 참가한 사람들을 상상하면 되겠다.)을 입고 계셨다. 

단짠도 아니고 짠짠짠만 하는 스위스 퐁듀


이런 것들은 좋았다. 다만 이곳을 가기까지, 우리는 얼어붙은 산길을 올라가야 했고 (제길, 난 그때 가죽 부츠를 신고 갔었는데 가죽이 다 젖었다.) 저녁 먹는 거였기에, 어둑어둑 해 질 때쯤 간신히 도착해서 엄청 배고팠다. 그런데 짜고 시큼한 퐁듀라니… 게다가 식사를 다 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이미 깜깜해서 손전등 키고 산길을 다시 내려가야 했다. 미끄러지지 않게 서로서로 의지 하면서… 

넘나 추운것..... 길은 얼어 붙었고 점점 어두워지고....

그나마 좋았던 것은, 이이벤트를 통해 나는 새로운 친구 Lucia를 이 이벤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친구인데, 그 당시에 나이가 28? 정도라고 했던 것 같다. 나는 1년을 계획하고 왔지만, Lucia는 한 학기만 지내는 거라고 말해서 좀 아쉬웠다. 앞으로 이 친구와 함께 수업도 같이 듣고, 점심도같이 먹고, 팀플도 같이 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있을 거라는 사실은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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