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go Aug 20. 2017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2

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와 유럽 이야기

#3. Grand-Reunion, Tanja!


호주에서 만난 인연이 스위스에서 까지 이어지다. 20살 때 시드니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Tanja는 쿼터 파나마 스위스인이라 누가 봐도 바비 인형처럼 생겨서 정말 신기했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어학원 친구 중 한 명이 아르바이트할 사람을 구했었는데 우리 둘이 지원했었다. 메인 스트릿에서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었나? 아무튼 홍보하는 flyer를 행인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는, 우리나라의 선전지 나눠주는 일 되겠다. 사람들이 많은 교차로에서 같이 일했는데, 그 코너에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Tanja에게 너무 예쁘다고 생수 한 병을 무료로 가져다주며 말을 거는 게 아닌가? 뭐 이런 일은 그 외에도 많다. 항상 이목을 받고 특히 남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았던 그녀. 그녀를 스위스에서 다시 볼 줄이야! 


처음 스위스에 도착해서 다른 도시라고는 꿈도 못 꿨었는데, 처음으로 나들이하게 된 도시가 Tanja가 살고 있는 루체른이었다. 취리히만큼 큰 도시라, 처음엔 역도 너무 커서 긴장하고 했는데, 도착해 보니 너무나 예쁜 도시였다, Tanja 만큼이나. 우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속사포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공통점이 많아서 호주에서는 늘 함께였던 우리. 의지도 많이 했고, 같이 시험공부도 하고 나중에는 같은 flat에서 몇 달 동안 roomy 이자, class mate 이자, 인생의 언니였다. 진짜 시드니에서 재밌었던 일들이 많았는데… 이 이야기들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다.

 

완전한 파스타 혹은 뇨끼는 아니였는듯... 나름 스위스 전통음식이라 먹인거 같은데..


Tanja가 데려 간 레스토랑에 갔다. 베지테리안답게 파스타와 뇨끼를 먹었는데,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가격은 살인적이었다. 1인당 거의 Fr 25~30 정도? 스위스의 명물인 Movenpick에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음 너무나 행복한 것! 그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춤을 출수 있는 펍에서 우리의 시그니쳐 드링크, 카피리냐를시켰다. 금요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많았고 역시나 Tanja는 여전히 루체른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얘도 남미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춤을 아주 즐긴다. (잘 춘다고 하진 않았…) 


Tanja와 impolite Sam. 그들은 결혼해서 애가 둘이다.


참고로 Tanja는 오래된 남자 친구가 있는데, Samuel이라고. 우리는 Sammy라고 부른다. 호주에 Tanja가 6개월 먼저 왔는데 그 뒤에 Sammy도 따라왔다. 같이 공부도 하고 나름 친해졌다. 스위스에서 격의 없이 더 친해진 건 함정. 아 완전 얘네 엄청 닭살 커플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남이 있건 말건 키스하고. 그래서 나는 Sammy한테 impolite Sam이라고 부르는데, 본인도 그걸 즐긴다.ㅋㅋㅋㅋ 그래도 좋은 친구! Sammy는 한국어 모르니까 내가 Tanja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기에 써도 모르겠지 음하하하하. 아무튼,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와서, 이 날, 3년 만의 재회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뻤고 즐거웠다. Olten 에돌아가는 기차 타기 전, 역 앞 호수 공원을 산책하며 이야기했던 것들. 삶에 대한 얘기들. 남자 친구에 대한 얘기들. 그 나이에 할 수 있던 소소한 고민들을 서로 주고받고, 또 공감할 수 있어서 그냥 그 자체가 좋았다. 




#4. Staff house와 그 주인공들


교환학기로 온 각국의 학생들은 학교 캠퍼스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Olten hospital staff house에서 묶고 있다. 말 그대로 병원 내 의사나 간호사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인데, 학교 측에서 이 건물을 빌려 학생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총 22층까지 있으며, 개개인은 개수대가 딸린 나름 넓은 방을 부여받는다. 샤워실은 층에 2개 있으며 키친은 공용으로 쓸 수 있다. 당연히 병원 내 건물이기 때문에, 거기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이므로, 정숙해야 되는 것이 이 기숙사의 의무 중 하나이다. 우리는 이 기숙사를 짧게 staff house라 불렀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으로, 스위스는 인건비가 비싸, 주로 독일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 병원에서 많이 일하고 있다고 하였다. 스위스 절-먼 과 절-먼절먼이 약간 다른 발음인데, 첫 학기에는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1층 세탁실에서 종종 마주친 그 사람들이 독일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Staff house에 거주하면서 수업 듣는 친구들은 크게 2개의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첫 학기를 이미 지내고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하는 친구들. 이 부류는 이미 서로서로 알고 있고 친해진 유형. 두 번째 부류는 나처럼 두 번째 학기가 처음인 학생들. New comer 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것이 낯설다. 춥지만 깨끗한 공기와 눈, 살고 있는 동네, 학교 캠퍼스, 수업, 그리고 친구들. 모든 것이 새로울 따름이다. 이 두 번째 유형들은, 학교에서 매칭 해준 Buddy 들과 긴한 유지 관계를 가지고 있고, 교환학생끼리 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Buddy들은 수업 수강신청부터, 강의실 위치, 점심 먹는 법 – 카페테리아에서 먹고 싶은 것만큼 덜고 무게를 잰 다음 계산한다. 와… 처음엔 밥 못 먹을 뻔! 심지어 화장실 위치까지 다 알려줘야 했으니까!) 첫 번째 부류 친구들은 서로 친할 만큼 친해져서 딱히 스위스 Buddy들이 마련하는 오리엔테이션, 월 별 Event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분위기만 봐도 완전 10년 넘은 절친들처럼 농담하고 아주 능청스럽게 받아주는. (다행히 그들은 영어를 써서, 스위스 사람들 보다는 아주 그나마 나와 같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외국에선 외국인끼리 더 친해지나 보다.) 


아 아직 얘기 못한 것이 있는데, 유럽 곳곳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Erasmus라는 이름을 부르고 있다. Erasmus도 유럽 국가에서는 늘 그렇듯 9월부터 학기가 시작된다. 지금은 2월. 즉, 1학기가 아닌 2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한국에서야 3월부터 1학기, 9월에 2학기이지만, 이 친구들은 벌써 한 학기는 자국에서 진행하고, 혹은 스위스에서 진행 한 뒤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2학기 때 처음 온 친구들은 대부분의 한 학기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의 케이스는 이번 학기인 2학기를 끝낸 후 여름 방학 때 홀로 스위스에 남고, 나머지 새로운 해의 1학기를 다시 듣게 된다.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첫 학교 수업을 마쳤다. 뭐 첫 수업은 만 국이 그러하듯 오리엔테이션만 하다 끝났다. 교수들 만나고 Syllabus 소개에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시험은 어떻게 하겠다. 요런 내용. 생각보다 일찍 끝나 Staff house로 돌아갔다. 아직 빈 방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첫 수업을 진행하니 부랴부랴 더 새로운 신참이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나는 22층에 살고 있었다. 22층은 여학생들만 거주하고, 21층은 남학생들만 거주한다. 9층에는 남, 여학생들이 같이 거주했는데, 9층에 거주하는 몇몇 학생은, 우리와 같이 교환학생 혹은 Erasmus 가 아닌, 석사와 같이 1년 이상 장기로 수학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여자 층에는 타 한국대학교에서 온 3명의 한국 학생들 (지혜, 영롱, 나리, 선 언니. 우리 한국 table의 자존심), 4명의 유쾌한 스페인 걸들 (Elena, Paloma, Marta, Barbara. 놀 때는 정말 재미있지만, 술 마시면 Literally 개가 된다는…ㅋㅋㅋ Eduardo 사건 추후 공지), 굉장히 shy 했던 홍콩녀 4인방 (이야기를 많이 못해서 아쉽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좀 다른 수업을 했던…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다.) 센 언니 스타일이 나 공통된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자 방언 터진 이탈리아의 Jessica, 그리고 같은 학교 같은 나이 채은이까지. 21층 남자 층에는 너무 많아서 이름도 까먹었다… 흥부자들.. 스페인, 프랑스, 체코,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에콰도르, 아 너무 많아서 생략. 9층에는 일본에서 온 미나미와 아야캬, 멕시코 큰언니 Vanessa, 핀란드 Tiia, Jenni, Hanni, 에콰도르 3인방 등 아 여기도 너무나 많아서 생략. 앞서 말한 Lucia는 Staff House에 거주하지 않고, 좀 더 큰 도시인 Basel에 남자 친구랑 같이 살고 있었다. 이렇게 따로 homestay를 하거나 해서 기숙사에 살지 않는 교환학생 친구들이 2-3명 정도 있었는데, 그들은 수업 시간에도 누가 누군지 갸늠 할 수 없을 정도로 친해지지 않았다. Lucia는 예외고. 따로 사는 것이 좀 더 넓은 독립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는데, 교환학생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는 것도 엄청난 매력이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다 보니, 국적은 달라도 관심사가 주로 겹쳤다. 자연스레 사건 사고 에피소드도 많아지고…ㅋㅋㅋ


나는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학교 입학하고 1학년 1학기 때, “스패니쉬 아파트먼트”라는 영화를 학교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Erasmus 학기에 대한 내용인데 프랑스인인 남자 주인공이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면서 다국적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내용이었다. 참 감명받았다 이 영화. 그러고 나서 졸업하기 전에 꼭 교환학생을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staff house가 나에게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인 샘이다. 




이전 01화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