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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go Aug 20. 2017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3

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와 유럽 이야기

#5. 처음으로 저녁을 해 먹다


개강 시작하기 전에는 어찌어찌 인스턴트 같은 걸로 며칠 끼니를 때웠다. 그러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엄마가 싸준 마른반찬, 김, 심지어 김치 등을 아주 잔뜩 가져왔는데 도대체 쌀이 없으니 원… ) 주방은 공동 주방이라 다 같이 사용하는데, 아무런 연장(?) 이 없다. 젓가락은 한국에서 가져와서 다행이나, 칼, 도마, 소금과 같은 조미료, 냄비, 프라이팬 등등등은 모두 개인 소유라 모두 샀어야 했다. 채은이에게 도움을 받아 기본적인 건 Migros와 Coop을 이용해서 공수했다. 다행히 일본식 쌀도 팔아서 쉽게 첫 밥을 먹을 수 있었다(네, 밥통은 공동 용품으로 있었습니다.)


나는 다른 대학교에서 온 친구들과 한국음식을 셰어를 했다. 나처럼 2학기에 처음 온 나리, 지혜, 영롱, 그리고 21층에 사는 나리와 지혜 같은 학교 선배 평곤 오빠와. 썬 언니와 채은이는 1학기 때부터 있었던 학생이라 누군가와 셰어 하는 것보다 각자 해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아 나중에 이게 왜 현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김치와 밑반찬과 뽀얀 쌀밥을 먹는 순간… 너무 황홀했다. 며칠 만에 먹는 한국음식임? 


우리가 이렇게 식탁을 차리는 동안, 프랑스 친구들이 22층까지 친히 올라와 한국 음식을 구경했다. Beny와 Tibo. 채은이도 그 자리에 같이 있어서 그들을 소개해 줬는데, 얘네들도 진짜 제정신 아닌 애들이다.ㅋㅋㅋㅋ (이 기숙사에는 제정신인 학생이 아무도 없는 걸로…ㅋㅋㅋ)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 한국음식 좋아한다고 김치 먹어보고 나중에 피자로 갚겠다며. Tibo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 뭔가 엄청 controversial 한 주제를 꺼내더니 날 열 받게 만들어서 막 반박하게 만들다가, 결국엔 네가 맞다 이러면서 웃으며 쿨하게 가버림.ㅋㅋㅋㅋ Beny는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인데, 본인이 아프리카 한 부족 왕의 아들이라며, 소개했다. 증거를 대보라는 얘기에 선뜻 내놓을 수 없는 증거가 없었지만, 그의 절실하다, 난 왕의 아들 이 맞다 라는 얼굴과 설명이 나를 설득시켰다. 그래 너 왕 아들로 인정해 줄게 (그런데 나중에 얘기 들어 보니 진짜인 거 같았다.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속고 있는 건가…?) 유쾌한 프랑스 친구들의 첫인상이었다. 




#6. 수업 1 - 기본 MKT


FHNW. 독일어로 풀어쓰면 엄청 뭔가 긴데, 비즈니스 전문의 대학교이다. ( 네.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독일어 몰라요! 진짜 배우려고 노력했는데 모르겠네요…) 나는 복수전공이 경영학이므로 그 당시 꽂혀 있던 MKT이란 과목에 집중하여 수강신청하였다. 교환학기의 학점은 스위스에서의 학점과 상관없이, 우리 학교에선 모두 Pass/Nonpass로 이수되기 때문에 아주 많이 널럴해서 좋았다. (여러분 꼭 교환학기 하세요!) 마케팅 원론은 한국에서 듣고 와서, 처음으로 수강한 마케팅 수업은 껌이겠네 라고 아주 잠깐 생각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미친 듯이 열심히 따라간 건 아니….-죄송합니다 부모님) 


특히 이 수업은 생각보다 수강 인원이 많았다. 한국어가 통하는 채은이와 나와 썬 언니는, 맨 뒤에 자리 잡고 이 교실에 있는 사람들 중 누가 잘생겼나 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나눈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눈에 띄게 잘 생긴 스위스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Sven. 이름도멋졍 지벤. 7이라니. 러키 쎄븐! 와우. 목소리도 완전 중 저음에 짙고 깊은 눈, 짧은 갈색 머리카락이나 훈훈한 기럭지. 아오. 진짜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나중에 아주 소심하게 몇 마디 나눠본 게 전부…. 수업시간에 조금만 더 노력해 볼걸 하고 우리 모두 안타까워했다. 마케팅 수업 외에도 타 수업 몇몇 개가 그와 겹치는 게 있어서 속으로 엄청 좋아했던 건 안 비밀. 


우리 셋은, 이 마케팅 대형강의에서 늘 맨 뒤에서 팔짱 끼며 매의 눈으로 더욱더 날카롭게 누가 더 잘생겼나를 격렬하게 논했다. 어차피 이 수업에서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1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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