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go Aug 20. 2017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4

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와 유럽 이야기

#7. 애증의 Terminus


학교의 Buddy들은 매 달 Event 뿐만 아니라, 매주 Event도 만들어 준다. 바로 Terminus study party. 앞서 말한, 기존 교환학생들도 꼭 참여하는 Buddy 주최 Event이다. 뭐, Buddy가 없어도 매주 금, 토는 늘 열려 있다. Terminus로 말할 것 같으면, Olten이라는 아 주 작은 도시에 딱!! 하나 존재하는 클럽 이름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데, 학생을 위한 클럽이기 때문에 비용도 타 도시보다 저렴했던 것 같다. 물론, 여기 가면 전교생 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거는 나만의 착각인가.. 아무튼 학교 교실 2개 붙인 것 만한 크기에, 엄청난 학생들이 모여든다. 기숙사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거리. 우체국이자 은행이 있는, Olten 의 나름 중심가에 위치한다 (중심가라고 해봤자, 아주 별거 없다…ㅠㅠㅠ) 


금요일 밤, 처음으로 Terminus party에 가게 되어, Lucia를 우리 기숙사로 불렀다. 아예 작정하고 밤 새 놀고 내방에서 재우는 걸로. 일단 staff house에 있는 학생들은 늦은 저녁을 먹고 pre-drinking을 하기 시작했다. 21층 키친은 이미 클럽이었다…ㅋㅋㅋ 전 층의 학생들이 21층 공동구역 인주 방으로 몰려들어, 기존에 있던 친구들과 스위스 Buddy들, 그리고 나와 같은 새참이들이 모두 안면을 트게 되었으며, 술이라는 좋은 매개체로 단숨에 친해지게 되었다. 22층의 스패니쉬 걸즈 4 인방 및 2명 (9층의 아이다와 클라라까지 합쳐져 6인방이 되었다.)은 완전히 드레스업이 이미 되어 있었고, (그들만의 클럽 복장이 있다. 난 유럽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이탈리아도 아닌 스페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일반화인가?)

다들 취해가지고 좋다고 사진찍음ㅋㅋㅋ staff house 로비에서.

Staff house에서 모든 남학생들의 인기녀 Olga (눼눼 인정합니다. 예뻐요)와 절친 Jessica는 이미 식탁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ㅋㅋㅋ 신참 이인 나는 Lucia 와함께 돌아다니며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Elena가 알려준 빈 플라스틱 페트병에 보드카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 들고 다니며 마시기 시작했다… 드디어 진정한 클럽 타이밍인 11시 반.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Terminus를 향 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정이 돼가는 시간에, 병원 부지 안에서 취한 사람들 50-60명이 우르르르. 클럽 시스템은 한국과 똑같았다. 현금만 받고 팔에 도장 찍어 주고 코트 맡기고 그리고 스테이지 입성. 이미 마실대로 마셨는 지라, 우리들은 모두 서로의 몸사위를 보면서 나도 저런 모습이겠지 하며 그 자태를 용인해 주었다. 사실 기억도 잘 안 난다. 일어나 보니 그냥 내 방 침대 위라는 정도? 침대 밑에는 Paloma가 빌려준 포터블 매트리스에 Lucia가 자고 있다는 정도? ㅋㅋㅋ (참고로 Paloma는 Ikea에서 물건을 엄청 많이 샀다. 무슨 포크에서부터 뭐 별거별거 다 있음. 스페인에서 차로 어떻게 다 가져왔나 생각했는데, 그냥 스위스 Ikea에서 다 산거였음. 친오빠가 스위스 놀러 와서이 간이 매트리스를 샀다고 했다. 나중에 스페인으로 영영 돌아가 물건 처분할 때 거의 다 나에게 주고 갔다. 이 매트리스 포함. 매우 유용했음여! 지금이라도 고마움을 Paloma에게 표합니다.) 


이 Terminus 클럽은 교환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장소였고썸남 썸녀가 탄생되는 장이었다. 아, 왜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나요… 하하하.... 




#8. 수업 2 – Project Management, BMW PJT


첫 번째 학기에서 처음으로 하게 된 팀플 수업. 물론, 발표과제를 위해 단기성으로 팀플 한 적은 있으나, 한 학기 내내 Lecture는 없고, 프로젝트를 스스로 정해서 팀원들과 진행하는 수업은 내 인생 처음이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조를 짜고, 한 학기 동안 한 특정 기업에 대해 초밀도로 조사하여 Report를 작성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거 뭣도 모르고 수강신청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스위스 로컬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수업 자체가 교환학생들이 많이 듣는 수업이 아니라서, 나 외 2명 정도? 제외하고는 모두 스위스 로컬 친구들이었다. 그중 Nathalie, Michelle, Lisa 가 있는 여성 파워 조에 들어가게 됐다. 모두 자기 학점이 중요했을 텐데 오픈 마인드로 날 받아줘서 고마웠던 친구들. 우리는 BMW사를 Project로 설정했고, Gantt chart로 일정 설정부터, 실제 BMW 답사를 위한 방문 계획, IR 자료 분석, 지인들 다 동원하여 BMW 제품에 대한 만족도 등 착착 진행 해 갔다. 

BMW 본사 박물관 에서. 열심히 아우토반 밟아준 Michelle과 함께.


역시 무임승차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똑순이 Michelle과, 성실한 Nathalie 그리고 약간 깍두기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하라는 건 다 해 가져갔던 나,, 일이 아주 착착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Lisa는 개인 사업도 하고 있었고, Miss earth라는 미인대회에 참여 중이어서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다. 미안했는지 이 수업을 drop 함과 함께 학교도 그만둔 것으로 기억된다. 팀플에 있어 한 명이 줄면 그만큼 다른 친구들에게 부담이 가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 하며 나가버린 그녀. 좋은 친구였는데,, 좀 아쉽긴 했다. (나중에 SNS로 연락을 받았는데 당해 Miss earth 가 됐고 스위스에서 유명인사가 된 그녀.ㅋㅋㅋㅋ )


우리는 공간 시간을 공유하며 틈틈이 만나서 토론했고 각자의 분담을 열심히 찾아왔다. 나는 IR 자료를 겁내 봤었는데 (그렇죠,, 역사/MKT 등 좀 많이 설명이 필요한 건 둘이 열심히 해주고, 숫자가 편한 나는 그래프만 열라 봤다ㅋㅋㅋ) 그때 개인적으로 많이 공부가 됐다. 오.... 역시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가 효과가 있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 (절대 다시 하라면 안 하겠지만....)


7년전 BMW. 현재 본 산업과 밀접한 관련 있는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그 당시 Hybrid가 있었다는 사실에 깜놀

드디어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에 가는 날. 우리가 있는 스위스 올튼에서 뮌헨까지 거의 4-5 시간 걸렸던 것 같다. Michelle의 차로 나랑 Nathalie 그리고 그의 남자 친구 이렇게 넷이 갔었는데, 나와 Nathalie는 운전을 못해서 (미안하지만....ㅋㅋㅋ) 차주와 N의 남자 친구가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했다. 독일의 아우토반. 처음 경험했다. 진짜 넘나 빨리 달려서 차 안에 손잡이를 계속 쥐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 차는 가장 늦게 달리는 거... (아담한 소형차^^) 옆에 독일 차들은 미친 듯이 잡아먹듯 달려, 차 소리 때문에 귀가 멍멍 할 정도였다. 


무사히 뮌헨 도착. 역시 BMW 본사는 상상 이상이었다... 일단 규모에서부터 압도. 박물관 같이 잘 꾸며놔서 정말 오래된 차들부터 현대 최신식 차 까지... 우리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 학생들이 많이 오는 장소 같았다. 승차도 한 번씩 해주고...ㅋㅋㅋ (나는 언제 차 사나 하면서 ㅋㅋㅋ) 대충 훑어봐도 다리가 넘나 아픈 것. 우리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보들을 가지고 나왔다. 팸플릿 같은 거 엄청 챙겨서 ㅋㅋㅋ. 

하...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공사중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뮌헨 시내 구경도 할 겸 점심도 먹을 겸 구시가지로 향했다. 유럽의 중심지가 그렇듯 시청 있고 성당 있고 뭐 비슷한 건축물들 많았다. 스위스와 비교했을 땐 좀 더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고 해야 하나? 고딕 양식 그 자체였고 하도 많이 보다 보니 그렇게 감명이 크지 않았다. 그때는.ㅋㅋㅋㅋ (이후 몇 년 전 독일 뮌헨 테러가 났을 때, 그 테러리스트 놈들이 박은 차가 뮌헨 구시가지의 맥도날드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오우 진짜 남 얘기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에서도 내가 갔었던 시티 내 강도사건,, 그 사건으로 모 연예인 친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넘나 소름 끼쳤었는데.... 뭔가 내가 가봤던 장소, 그것도 유명한 그곳에서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시 스위스로 돌아가는 길. 이때 사건이 터졌다. 내비게이션이 잘 작동되지 않아 우리는 허허벌판에서 집을 못 찾게 된 것이다.ㅋㅋㅋㅋ 게다가 기름도 거의 떨어져 주유소도 가야 했고, 더 미치겠던 건 우리 네 명 다 화장실이 급해 어디라도 차를 세우고 생리 현상 먼저 해결해야 했다. 그 침착하고 리더십 있던 Michelle도 이성을 놓고 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눈에 보이는 한 독일 주택가로 들어가, 그 동네 레스토랑에서 급한 용무를 봤다. 아 웃겼던 건 네 명 모두 진짜 다 급했다는 것. 누구라 할 것 없이 화장실을 찾았는데 ㅋㅋㅋ 그 레스토랑 아저씨가 우리를 뭐라고 생각했을까?


이제 다시 주유소를 찾았다. 간신히 간신히 셀프 주유소를 찾아 차를 세웠다. 근데 영,,, 뭔가 오래돼 보이고 뭔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느낌의 주유소였다. 셀프였기 때문에 사람도 한 명도 음슴. 우리는 일단 기름을 채우려고 자판기에 다가갔는데,, 유로는 받지 않고 Only 카드만 받는 거였다. 하.... Michelle은 스위스 신용카드로 시도해 봤으나, 역시.... 독일 신용카드만 받는 건지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Michelle의 신용카드로는 기름을 채울 수 없었다... 


집에는 갈 수 있는 거니.... 우리 넷은 모두 패닉. 한 30분 지났나?? 우리 앞을 지나가는 한 행인 아주머니께 도움을 간신히 청했다. 우리는 스위스에서 온 학생들이고 과제하러 BMW 본사에 갔으나 자동차 기름이 떨어져 사려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안된다... <라고 독일어로 했겠지...ㅋㅋㅋ 난 못 알아 들었으니 패스.

결국, 그 친절한 독일 아주머니가 본인 카드로 긁어 주고, 우리가 유로를 줬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철두 철미한 Michelle이 환전해 온 유로를 아주머니께.... 우리는 나중에 Michelle에게 1/N 해서 스위스 프랑으로 갚았다.) 이런 사연으로 우리는 4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거의 7시간 걸린 것 같다............ 넘나 피곤하고 긴장해서 녹초 가 되었던 BMW 본사 방문기. 


아무튼 이러한 고생 끝에 우리는 멋지게 프로젝트를 마쳤고, Report도 멋지게 송부했다. 교수님이 우리 과제물을 엄청 마음에 들어하셔서, 다음 학기 학생들에게 우리 Report를 reference로 막 보여주고 했다고 함. 굉장히 뿌듯했다. 




이전 03화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