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go Nov 25. 2018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5

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와 유럽 이야기

#9. Easter holiday, 동유럽 투어


부활절 방학. 유럽 친구들은 대부분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기숙사인 Staffhouse를 떠났다. 텅텅 빈 기숙사. 남아있는 학생들은 집으로 가기엔 너무나 먼 아시아권, 아메리카권 학생들이 대부분 차지했다. 


그중, 기숙사에 남은 친구 중에 핀란드에서 온 Joni라는 친구가 있었다. 당시, 썬 언니와 사귀고 있었던 친구.ㅋㅋㅋㅋ 너무나 예쁜 커플이었었다...ㅋㅋㅋ 그 커플은 이번 부활절 방학 동안 동부 유럽을 여행하기로 했는데, 핀란드에서 본인 차로 스위스까지 왔기 때문에 차로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와 채은이에게 한 제안. 총 4명이서 같이 기름값을 분담하고 같이 동유럽 투어를 하자고 한 것! 당연 제안을 받아 드렸다. 운전은 Joni가 직접 하는 걸로....(좀 미안했지만, 당시에 아무도 국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음) 나와 채은이 커플 사이에 좀 낀 느낌이었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우린 당시 최소한의 budget으로 최대한의 여행을 하고 싶었으니까.ㅋㅋㅋㅋ

Easter holiday 동안 달렸던 Joni의 차. 이거 앞에 안가려도 되겠져? 넘나 오래된 얘기니깐?

루트가 정말 길었다. 지금 잘은 생각 안나지만 국가만 얘기하면 스위스-리히텐슈타인-독일-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헝가리 까지. 한 나라 안에서도 다양한 도시를 찍었기 때문에 참 피곤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물론 밤낮으로 운전한 Joni가 가장 많이 힘들었으리라) 


특히, 나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가 가장 기대됐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본교에서 유럽학을 복수 전공하려고 관련 수업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중 유럽 문화의 이해? 였던가, 유럽 지형의 이해였던가? 요랬던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학기 마지막에 과제 중 자유 발표가 있었는데, 우리 조는 (그래 봤자 신입생과 나 두 명이 한 조) 헝가리 민족에 대해 발표했던 게 기억이 난다. 대략적인 내용은 <헝가리 민족은 지역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는 국가라, 민족 또한 아시아계 + 유럽계  가 섞여 있다. 문화에도 잘 나타나 있는데, 구슬픈 민족 음악, 알타이어계 언어, 습식관; 굴라시 (육개장 맛이 나는 수프), 등이 있다. 이것은 아시아계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한민족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우리나라 한민족이 4-5세기에 유럽으로 이동했을 거라는 가설이다.>


부다페스트에서 먹었던 저녁. 굴라시와 셋트. 넘나 추워서 덜덜 떨며 먹었던 기억. 맛은 진짜 덜매운 육개장 맛.

내가 직접 공부했던 내역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유럽과 아시아계의 오묘한 경계의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그리고 그 음울하면서 화려한 도시를 느껴보고 싶어서 부다페스트에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보통 갔던 곳은 여행 잘 안 하지만, 부다페스트는 교환학기 있는 동안 3번이나 갔던 도시다.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음울한 느낌, 동유럽 느낌이 아주 팍팍 났다. 거리의 block은 러시아처럼 엄청 컸고 (물론 중국보단 작지만) 건물들이 크다 보니 그림자가 져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분위기가 더욱 음침했다. 그런데 많은 관광객들로 붐벼 의외로 도시는 활기찼다. 뭔가 청록색이 떠올려지는 도시. 밝진 않지만 사람들로 인해 밝은 느낌. 그 상반되는 느낌이 의외로 중독성 있다. 


우리 4인방은 차로 여행하면서 호텔을 모두 예약하지 않고, 그날그날 내키는 곳에서 숙소를 정했다. 차 내비게이션에 우리를 맡기고 이곳저곳 쏘다녔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젊어서 무모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지금 그렇게 하라면 무서워서 못할 듯;) 한 번은 오스트리아 어떤 잘 모르는 작은 도시에서 길을 헤맸다. 날도 어둡고, 알지도 못하는 길에서 숙소를 찾고 있었다... 절망적이었는데, 다행히 친절한 오스트리아 노부부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어 본인들이 차로 안내해 우리가 뒤 따라가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정말... 세상은 정말 따뜻한 곳임!! 독일어 말도 안 통했는데... 우리 넷 모두 <위 러브 오스트리아!>를 외쳤었다. 


오스트리아 하면 잘츠부르크 져. 작은 소도시도 지나쳐 왔는데, 기억은 안 나고.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광장에서 슈니첼 먹은 기억. 오스트리안 돈가스라고나 할까.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 모차르트 초콜릿도 사 먹었던 기억. 

짤쯔부르크 가면 다 찍는 사진. 네 저 사진 잘 못찍습니다. 

작은 벼룩시장이 이곳저곳 귀엽게 열렸다. 마치 무슨 박물관 같았는데 다른 건 내가 만지고 살 수 있다는 것. 정말 중세 시대 때 입었을 만한 옛날 옷, 구두, 소품 등 너무 많았다. 여자들이 보면 안 사고 못 배길 디스플레이. 나와 채은이는 잘츠부르크의 상징인 에델바이스 꽃 목걸이를 샀다. 여행을 가면 어떤 사람들은 자석을 모으거나 엽서를 모으거나 하는데, 나는 여행 가면 보통 팔찌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사게 된다. 머, 다 사람 취향이겠죠?

에델바이스 팬던츠. 결국 나는 목걸이를 지르게 됨.

슬로베니아는 정말 동유럽의 정석이었다. 내 기억은 너무나도 춥고, 썰렁한 도시였던 기억. 도시 이름이 기억도 안 난다. 하도 작아서. 그렇지만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그날이 일요일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다 쓰러져 가는 작은 도시라 그랬던 건지. 그래도 아이스크림 가게는 열려 있어 맛있게 먹었다. 

우리 넷이, 그 날씨에, 그 시간에, 그 요일에 슬로베니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을 줄이야... 그 당시 1주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었던 일이었다. 


슬로베니아 느낌적인 느낌!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도시를 다녀왔지만 즐거웠던 기억으로 꽉꽉 채웠다. 무계획이라 더욱 신났었고, 우리 넷이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유럽 여행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일단 친구 차로 하는 유럽 여행이라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새겨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전 04화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