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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go Dec 16. 2020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6

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와 유럽 이야기

#10. 다국적 팀플을 통한 다국적 Business 체험기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하..... 현재의 내가 8년동안 몸담았던 일은 해외 수주 영업..... 지금은 직무를 바꿔 더이상 영업일은 하지 않지만 교환학기때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을 생각해 보니, 그 나라 국민성을 미리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처럼 스위스 학교에서도 팀플은 여전히 많았다. (팀플을 안할라고 syllabus 정독하고 팀플 있을것 같은 과목은 그렇게 피했건만....) 정확히 어떤 과목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흑흑... 그래서 바로바로 포스팅 했어야 하는데 거진 10년이 지났네^^*) 내가 속한 팀플은 전원 교환학생들로 이루어 져 있는 팀이었다. (하반기 학기에는 팀플이 더욱더 많아진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여기, 나와 본 수업을 위해 함께 한 팀원들을 소개 한다. 


#팀원1. 스웨덴 출신 Erik 

나이 우리들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 나이가 많은만큼 키도 가장 컸음 (북유럽 사람이니ㅋㅋ). 가장 합리적이고 냉철하지만 마음은 따뜻. 숫자에 밝음 (나중에 졸업 후 회계펌 취직 한 걸로 들음) 무임승차? 그런거 절대 안되고 만약에 우리들 중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사실, 무임승차 할 까봐 걱정되는 사람이 있었음) 레포트에 이름 다 빼고 참여 안한걸로 교수한테 얘기 할 꺼라고 사전에 못 박아 둠. 정말, 누군지 바로 다 아는 사람 앞에 두고 그 아이만 쳐다보고 말했다. (엄청 속시원ㅋㅋㅋㅋ) 말은 안했어도 무임승차 할 거 같은 사람이 우리조에 속해서 다들 눈치만 보고 제대로 해라 이렇게 한마디 하는게 어려웠는데 Erik이 깔끔하게 먼저 룰을 정해 놔서 나머지 친구들은 아주 통쾌했다는 후문. 


엄청 분석적이고 엄청 깐깐한 스타일로만 알았는데 친해지니 얘도 별반 없는 따뜻한 친구구나를 깨달았다. 그리고 참 재미있는 친구라는 것도.....

그 당시 기숙사에 있던 한국인 오빠 머리를 가위로 잘라 준 적 있는데 (스위스 미용실은 비싸므로...) 맘에 들었는지 소문이 났었나 보다. 그래서 기숙사에 살던 Erik도 수줍게 찾아와 본인도 머리 잘라달라고... 그런데.... 들고온 사진이 있었으니.....

Literally what?? 무려 리즈 시즌의 배컴사진을 들고 왔다.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이게 미쳤...? 육성으로 말하진 못했고,, 진정시키며 손님.... 저기여... 저 완전 아마추어고 자격증도 없는데 지금 무려 배컴 사진을 들고 오셨나여? 그리고 손님... 이건 머리가 문제가 아니라 모델이 문제인것같....

그냥 길어진 머리를 현재 스타일에서 짧게 만들어 주는게 나의 목표라고 설명하고 진행 했다. 짜식아. 이건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고 달라질 문제가 아닌데 ㅋㅋㅋㅋ


#팀원2. 핀란드 출신 Hanni

Erik에 이어 깐깐한 친구였던 Hanni. Hanni 기숙사 방에 들어갔을 때 와.... 이 깔끔함이란! 침대 시트도 정말 빳빳하고 예쁜걸로 촤악 깔아 놓고 일단 먼지가 없었던 기억에 충격이. (심지어 보름에 한번씩 staff house 기숙사에서는 침대 시트와 베겟보를 갈아 준다.) 공부도 엄청 꼼꼼하게 했던 기억에 이번 팀플은 이들이 있어 든든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 친구와 또 다른 핀란드 친구, 맨 오른쪽이 Hanni

Hanni의 옆방을 썼던 일본인친구 Minami한테 들었는데 너무 예민해서 조금만 소리가 나도 찾아온다고. 나도 그 층에 있는 공동 주방에서 애들이랑 얘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Hanni가 들어 오더니 너무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고 하고 방에 들어가서 벙 쪘던 기억. 물론 공동구역에서는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큰 목소리로 떠든 것도 아니고 다른 층에 비하면 고요했는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것 같았다. 결국 친구들은 Hanni와 마음의 벽을 두었던거 같아 아쉽다. 


#팀원3. 아르헨티나 출신 Lucia

나의 절친. 처음 스위스학교 도착해서 오리엔테이션 받고 할 때 처음 친해진 친구이다. 20대 초, 중반이던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중,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 아르헨티나에서 의대를 다니다 때려치고(적성에 안맞았다고 했던것 같다.) 경영학을 다시 배우고 있으며, 이렇게 교환학기까지 왔다고 했다. 너무너무 착하고 예쁘고 친절하고 똑 부러지고, 무엇보다 나와 죽이 잘 맞았다. Lu는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거주하는 staff house에 살지 않고, 학교 근처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한 1개월 했나? 그 이후에는 바젤에 남자친구가 살고 있어서(아르헨티나 남친인데, 스위스에 오기 전 부터 사귀었던걸로 기억! 당시 회사원 이었다.) 아예 남자친구와 동거를 했다. 바젤에는 저가 항공 공항이 있어 유럽 내 저가 air  line을 타려면 바젤에 꼭 가야만 했다. 알다시피 저가항공 티켓은 싼 티켓이라 이륙 시간은 새벽, 이른 아침 등 미리 공항에 도착해 밤새워 기다리거나 해야 했는데 그럴 때 마다 Lu는 나를 본인의 집 (정확히는 남친의 집)에 초대해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진짜 너무 고마운 친구!

출처는 Lu의 facebook

아르헨티나에 본인 집에는 메이드가 두 세명 있고, 마당에는 말이 뛰어 놀고 있어 종종 승마도 한다는 Lu. 음... 굉장히 금수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청 예의바르고 전혀 그런 내색이 없어서 아주 나중에 알았지만.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가끔 연락하는 우리. 3-4년 정도 스페인에서 일하다 작년에 네덜란드에서 Negotication consulting partnership 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Love took me to the Netherlands 라며. 멋진것 같다. 


#팀원4. 스페인 출신 Marco

이분. 모두가 무임승차 할 것 같아서 두려워 했던 이분, 바로 Marco! 괭장히 유쾌하고 술도 잘 마시고, 너무나도 웃기고 분위기 메이커. 그런데 공부할땐 어쩐지 아무것도 안할거 같은 느낌이라 팀원들이 모두 찝찝해 했다. 그런데 웬걸? Erik이 선전포고를 Marco에 겨냥하듯이 해버리니, 본인도 딱 잘라서 말했다. 내가 다른 수업은 제대로 안들어도 이 수업은 열심히 참여하고 과제도 다 하겠다고. 오!!! 그리고 실제로도 빠짐없이 다 열심히 했다. (이 수업 팀플 때문에 Erik이랑 친해진거 같....)


완전 Party Animal 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오래 사귄 여자친구도 스페인에 있고 착실히 살아가는 유쾌한 친구였다. 주말마다 Staff house에서는 파티가 열렸는데, 공동 주방에서 다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고 그리고 Terminus (Olten에 딱 하나 있는 클럽) 에 가서 신나게 노는 그런 rule이 있다. 거기엔 늘 Marco가 앞장 섰고, 삘 받아서 바젤이나 취리히에 있는 클럽에 갈때 이 친구가 술 제조법을 직접 알려줬다. 싸구려 보드카에 오렌지주스를 타서 갈색 봉투백에 넣어 간다. (술과 같은 알코올은 건물 밖 섭취가 금지다.) 그걸 바젤 혹은 취리히 가는 기차 안에서 마시면서 취하다 보면 어느새 클럽에 도착해 있다. 이 룰을 Marco 님께서 직접 친구들에게 전수했던 기억. 정말 체력하나는 다들 빠지지 않아 너무 재밌게 놀았었다.


쓰다 보니 공부했던 얘기보다 놀았던 얘기가 더 많았네. 

현업에서 내 count partner 고객님은 스웨덴 출신 미국인이었다. 그 꼼꼼함과 직선적인 태도는 어딘가 Erik을 생각나게 했다. 물론 고객님이 한층 더 했지만 말이다. (말이 한층이지 어휴...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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