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까 봐 기록해 두는 2010 Switzerland 와 유럽 이야기
#12. 이탈리아에서영화 언니 만나다 : 밀라노피렌체로마 방문기
이탈리아.
나의 이탈리아에 대한 인상은 진짜 너무 볼게 많아서 제발 문화유산좀 그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봐야 할 것들이 많았던 나라다. 물론 다 보지도 못할 뿐더러 다 보고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신영화.
2008년, 나는 스리랑카로 대학생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교내에서 선발하여 KOICA 단체명으로 다양한 학교의 대학생들과 함께 한 약 2-3주간의 활동. 그 모임에서 영화언니를 알게 되었다. 모임 자체도 아직까지 이어질 만큼 만났던 사람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여자 대표격이었던 영화언니와 친하게 되었다. 고작 한 살 더 많은 그는 나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었다. (진짜, 회사에서 최악을 맛봤을 때 자존심 강한 나는 누구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나 언니랑 통화하다가 무너져서 펑펑 운적도....)
아무튼 이 이탈리아라는 나라와 영화언니가 크로스되어 나에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영화언니는 여행을 엄청 좋아하고 많이 가본 인물이라 이미 이탈리아 여행은 모두 끝나있었다. 거의 웬만한 유럽국가는 마스터한 그. 다만, 이스라엘로 종교 활동을 하러 왔을 때 나를 만나러 선뜻 이탈리아로 날아와 동행해 주었다. 나와 동갑인 A와 함께. (사실, A의 이름을 까먹었다. 나와 동갑이었던 그녀.) 그렇게 우리 셋은 2010년 5월 이탈리아를 한 1주간 여행하게 되었다.
여행 코스는 밀라노 -> 피렌체 -> 로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동선이었다. 부활절때 스위스에서 교환학생으로 만나 친구들과 함께 동유럽 자동차 투어를 한 여행 빼고, 온전히 혼자 유럽 저가항공을 타고 훌쩍 떠나 유럽국가를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 흥분되기도 했다.
밀라노에서 드디어 영화 언니를 만났다. 이스라엘에서 알게된 친구 A와 함께 왔는데, 다행히도 A는 나와 같이 이탈리아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화 언니가 희생하며 '너네 사진은 내가 다 찍어 줄게. 난 이미 다 봐서 감흥이 없다. 난 사진 찍히는 것도 귀찮아.' 라며 적극적으로 우리를 가이드 해 주었다.
확실히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였다. 무슨말인가 하냐면, 스위스와 정말 다른 나라구나 라는 느낌을 밀라노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팍 들었다. 패션의 도시답게 밀라노에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 사람들이 더 세련된거 같고 (지금 생각해 보니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이 아닌 온갖 나라의 외국인 방문객들이 천지였다는걸 깨달았다.) 스위스의 올드하고 오래된 나무무늬 기념비보다 좀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건물 외관이 그땐 정말 더 멋있는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탈리안 바이브를 즐겼다. 일본인이 썼다던 한국에서 대 유행한 소설의 배경 밀라노 대성당도 가보고, 에마뉴엘 2세 갤러리아도 가보고, 중심 센터의 쇼핑센터도 가보고! 물론 구매 한 것은 0 이지만, 오랫만에 소도시 Olten을 벗어나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밀라노에 오니 참 들떴다. 아, 영화언니를 오랫만에 그것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만나서 일까.
언니와 A는 베네치아를 들려 로마로 내려간다고 해서 나와 잠시 이틀 정도 떨어지게 되었다. 나는 피렌체를 들리는 코스로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마지막 로마에서 다시 조인하는 것으로 정했다. 피렌체를 꼭 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더 몰 아울렛을 들리기 위해! 지금 생각해 보면 돈도 없는 대학생주제에 왜 그랬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때 안가면 명품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없겠다라는 욕심에 나의 촉박한 여행일정에 무조건 추가 했다. (feat. 엄빠카드) 그래서 피렌체에서는 사진도 없다.ㅋㅋㅋㅋㅋ 정말 쇼핑만 하고 왔기 때문에! 더 몰 아울렛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무료는 아니다) 혼자 가는 쇼핑이고 이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 타는지 버스정류장도 몰라 알음알음 유럽여행카페에서 정보를 입수하여 정말 개고생하면서 탔다. 이미 전날 부터 돌아다녀서 (여행은 즐겁지만 몸은 피곤) 기진맥진한 상태고, 새로운 곳을 혼자서 용감하게 다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주며 긴장하며 다니기 일쑤! 아울렛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이거 집었다가 저거 집었다가 무한반복을 하다보니 정말 마지막엔 다리가 풀려 주저 앉을뻔 했다. 열과 성을 다해 쇼핑한 결과, 프라다에서 가방2개, 지갑2개를 득했다. (엄마와 나 각각 하나씩 쓸라고 샀다. 역시 나는 효녀이면서 불효녀.ㅋㅋㅋㅋ카드는 엄빠카드ㅋㅋㅋㅋ)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정말 말도 안되게 잘 산 가격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실을 간과 했다. 아직 로마여행이 남아 있다는거. 이 모든 것들은 짐이 된다는 거.
피렌체에서 로마로 내려가는 기차. 남부로 내려가는 이탈리아 고속철도 안에서는 정말 말도안되게 모순적인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먼저, 해리포터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그 칸막이 (방) 기차 형태. 처음으로 보았다 그런 형태의 기차는. 벙커도 있는 칸이 있어서 사람들이 잘 수도 있다. 나는 피렌체에서 구매한 명품백들을 트렁크에 넣고 오면서 잠들면 잃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긴장했다. 잠들지 말아야지 하면서. 왜냐하면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진짜 행색이 다 집시처럼 (차별적인 늬낌으로 얘기하는것은 아닙니다.) 매부리코에 머리수건 쓰고, 나만의 느낌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다 나를 곁눈질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차 밖의 풍경은 진짜 예술이었다. 아래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더 푸릇푸릇하고 자연의 느낌을 볼 수 있었는데 스위스의 초록초록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뭔가 더 덜 정리되었지만 자유롭다고 얘기해야 하나?
열심히 달려 로마에 도착했다. 나는 이미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학교에서 교양시간에 들었던 유럽예술의 정수중 하나인 로마의 그것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로마 중심가에 있는 숙소를 찾아가 영화 언니와 A와 재회했다. 지-인-짜 영화에서 나오는 오래된 건물의 여성 도미토리였는데 한 12명이 같은방을 썼나? 엘리베이터도 완전 100년은 되었을것 같은 모습이었고 건물 자체가 유물로써 보호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흠, 이것도 레트로의 멋 인가. 우리 셋은 무슨 엄청 오래전에 헤어졌다가 만난것 처럼 반가워 하며 서로 피렌체와 베네치아가 어땠는지 재잘거리며 격양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주 큰 소리로 한국말로. 왜냐하면 어떤 유럽어인지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 무리가 방에 있었는데 그들에게 지기 싫어서.
영화언니는 이미 로마시내와 바티칸을 다 돌아본 여행선배였기에 나와 A에게 바티칸 투어를 하라고 적극 권장했다. 로마 시내는 언니가 다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시켜 줄 수 있지만, 각종 (너무나 많은) 예술작품이 모여 있는 바티칸은 한국어 투어로 공부하면서 들어야 한다고 강추했다. 그래서 나와 A는 바로 투어를 예약 했다. 투어 전 날, 우리는 로마 최대의 벼룩시장인 포르타 포르테세 벼룩시장을 방문했다. 정말 말 문이 막힐정도로 엄청나게 큰 규모였다. 너무 많은 갈래의 길가에 그냥 물건들을 쌓아 놓고 판다. 진열 이런거 1도 없다. 길의 끝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런 길이 몇 개가 있는지 다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가격은 거의 대부분 모두 1유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우리일행은 많은 인파에 서로 잃어버릴까봐 조심히 다녔다. 그러면서도 셋다 매의 눈으로 각각 원하는 것들을 집어 들며 서로 어떠냐고 물어보고, 고민없이 시원하게 물건들을 구매했다. 왜냐 너무 쌌기 때문에. 이것저것 정신없이 사고 보니 짐이 한보따리가 되었다. 피렌체에서 산 가방들까지... 완전 짐이 눈떵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마음만은 싱글벙글. 역시 난 맥시멀리스트!
낮에 실컷 쇼핑을 하고 저녁에 로마 중심가지를 돌아다니며 밤 늦게서야 숙소로 돌아 왔다. 다음날 어떤 어드벤쳐가 펼쳐질지 모른 채 꿀잠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