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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go Oct 18. 2021

나의 스위스 교환학기 이야기 9

잊힐까바 적어두는 스위스교환학기

#13. 이탈리아에서영화 언니 만나다 : 바티칸


급하게 예약한 바티칸 한국 가이드 투어.

영화언니가 강추 했던 그 투어. 정말 나는 그 하루안에 너무 많은 예술적 지식이 한꺼번에 들어와 머리가 띠용 했다. 그래도 교환학기 오기 전, 학교에서 교양수업과 전공수업 중 예술 수업을 미리 들어 놓은 가닥이 있어, 다는 아니지만 미술사조와 이것저것 주워 들은 잔 지식으로 가이드님의 설명을 쫒아가기 바빴다. 


석상은 왜이리 많은건지,

천장에 어떻게 사람이 그림을 그려 넣은건지 (그것도 이렇게 넓은 평수에...)

정말 유럽 예술의 정수를 볼수 있어서 벅찼지만 그만큼 체력에도 한계가....


바티칸 투어는 엄청 이른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리고 (이미 예약을 해 두었는데도 입장하는데만 한세월이었다.) 하루 종일 투어를 하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탈출 나올 수 있었다. 영화언니는 투어하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냈었고, 나와 A는 파김치가 되어 나중에 영화언니를 다시 마주했다. 

바티칸 안에서 사자상과 함께.


투어를 끝내고 셋이 먹었던 리조또.

정말 다양한 맛이 있어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역시 이번에도 영화언니의 추천으로 Riso (쌀)맛 리조또를 선택했다. 한국에 (그당시엔) 없는, 이탈리아에서만 먹어 볼 수 있는 특별한 맛으로 먹어야 한다며. 정말 꿀이었다. 쌀맛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아침햇살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더 깊고 진한 맛) 투어로 지친 몸에 당이 들어가니 뭐 어떤 맛의 리조또를 먹었어도 꿀맛이었겠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Riso맛 리조또는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맛있는 맛이었다. ㅋㅋㅋㅋ


#14. 본격 로마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전날 full-day tour를 끝내고, 뭔가 하나 끝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로마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영화 언니가 주도하며 로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2010년의 콜로세움. 이제 저 공사들은 마무리 되어 새로운 관광객들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 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외국어들이 들렸다. 인근 유럽인들 (특히 교복입고 옆나라에서 소풍온 아이들도 보였는데, 와 이 유럽 아이들은 그냥 수학여행 오듯 가깝게 방문해서 어마어마한 문화유적지를 쉽게 볼수 있겠구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책이나 영상으로 밖에 못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은 물론이요 중국어 일본어 들도 왕왕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작은 문화 월드컵이 느껴지는 현장?


로마는 정말 도시 자체가 박물관 이었다.

콜로세움 부터 팡데온, 트레비 분수, 팔라티노 언덕, 진실의 입, 너무나 많은 성당들... 

동네 지리를 하나도 모르는 나로서는 영화 언니가 나의 나침반이오, 구글맵인지라 신봉하며 열라게 따라 다녔다. 


특히, 해가 저물어져 가는 저녁시간에 성당들을 다녀 왔는데 이렇게 큰 성당들은 처음이었고 성당 안에도 어마어마하게 반짝이는 것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감탄을 했다. (그래, 유럽 초반 여행이라 그랬다. 진짜 유럽 여행하면 지긋지긋하게 많이 보는 것이 유명한 그 지역 대 성당 + 작은 성당들. 그 다음 여행부터는 성당들이 크게 감흥이 없기 시작했....) 그리고 나중에는 규모에서 오는 압도감이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워 지기도 했다. 그 웅장함? 건물에서 나오는 나도 모르겠는 에너지? 이런것들이 내 몸에 닭살을 끼쳤는데 (저녁에, 사람도 거의 없는, 그 층고 높은 커다란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를 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영화언니는 그게 다 우리(인간)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홀리한 성당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거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더 무서워 져서 나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어마어마한 유적지들... 정말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사진 보면서 아- 내가 여기도 갔었구나, 그래 여기도 재미있었지,, 이렇게 띄엄띄엄 생각이 나는 수준이다. 다만 사진을 보지 않고도 이탈리아 여행하면 아! 이거! 이렇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머리속에 남겨진 다채로운 에피소드들. 그때의 경험과 추억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여행한 도시의 인상으로 깊히 박혀 내 인생에 영원히 인식될 것이다. 


로마에서의 추억 이라쓰고 개고생이라고 읽는다... 은 바로 '걸어서 숙소까지' 이다. 이게 나의 로마에 대한 인상이고 내 인생에서 로마하면 운동화 신고 맘 단디 먹고 다녀야 하는 도시로 인식된다. 중요한건, 거대하고 유명한 로마 유적지를 찾아서가 아닌, '숙소에서 그 근처로 길 잃고 헤매'기 때문에 운동화 신고 걸어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언니와 A, 그리고 나는 무작정 로마 자유여행을 했는데 (그래봤자 지도 보면서 죽어라 걷기) 어떻게 하다가 길을 잃어 들판의 풀이 보이고고, 집들이 간간히 보이는 그런 시골스러운 로마의 한 부분에 마주쳤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 도로가 지속되는데 아무리 걸어도 우리가 묶고 있던 로마 중심부에서 걸을 수록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걷다가 못해먹겠다 싶어서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묻기 시작했다. Do you know.... 우리가 마주쳤던 이탈랴 사람들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다. 손짓 발짓 으로 간간히 의사소통 했고 어찌저찌 영화 언니의 주도로 가는 길을 알아 낸듯 싶었다. 그때 우리 셋은 너무 지쳐있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얼마나 걸었는지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걸어서 털썩 주저 앉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고맙게도 마주친 이탈리아 주민이 근처에 맛있는 피자리아가 있는데 가자고 해서 배고팠던 우리는 따라가 동네의 어떤 피자집에 들어 갔다. 와.... 여기가 보물이었다. 간판도 제대로 없었던거 같고 정말 로컬인들이 우리네 밥집처럼 간단하게 만든 레스토랑이었는데, 정말.... 그때 먹은 피자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아주 간단한 마가리따 피자 였는데 위에 올라간 바질 이런것들이 생생한 맛...ㅠㅠ 주인 아저씨도 영어 한 마디도 못했던거 같은데 그 푸근하게 반기던 모습. 

아흑... 거기 다시 찾아가고 싶은데 현재로썬 찾을 수 없다. 그냥 길 가다 얻어걸린 맛집! 이런게 여행의 묘미 인것 같다.


피자를 먹고 어둑어둑해 져 우리는 숙소로 돌아 왔다. 로마 센터의 센터에 자리잡은 우리의 숙소. 방금 전 다녀온 피자리아는 꿈만 같았다. 적어도 8시간은 멀리 있는 시골 도시인거 같은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니. 지금 생각해도 미스터리이다. 우리가 순간이동을 한 건 아닌지?


다음날.

우리는 이제 다시 서로의 갈 길을 가기 위해 공항에 섰다.

나의 스위스 홈, Staff house로. 언니와 A는 다시 이스라엘로.


망할.

끝까지 이 여행기는 긴장을 못 놓게 한다.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도시를 삼켜 비행기가 뜰지 안뜰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다음날 수업이 있어 (꽉-알차게 기획한 이탈리아 여행기!) 어떻게 해서든 돌아가야 했다. (빠지면 안되는 수업이었던걸로 기억)


공항안에서 안내공지를 기다리며 기약없는 기다림을 했다. 다행히도 2시간 만에 이륙할 수 있어 바로 비행기를 탑승했다. 나중에 내 친구 소민이가 (나와 같은 시기에 소민이는 네덜란드에서 교환학기를 했다.) 이탈리아 여행 했을때 화산재 영향으로 공항에서 하루를 날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탈리아의 비행여행은 화산재라는 변수가 아주 크다는 거, 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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