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까바 적어두는 스위스교환학기
#15. 스페인 Party Animal - 여자층 4명의 스페인 친구들. (feat. Eduardo)
Olten에서 우리 학교를 다니는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앞에 소개 했듯 Staff house 라는, 한 병원안의 기숙사 (원래 병원 스텝들을 위한 기숙사)에서 지내게 된다. 나는 여자들만 머루는 층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4명의 스페인 친구들이 지내고 있었다. Paloma, Marta, Barbara y Elean. 이 네명은 스위스에서 만나서 엄청 친해진듯 했다. 물론 아랫층에도 다른 스페인 친구들이 있었지만, 이 네 명은 더 끈끈한 우정을 다지며 학교도 늘 같이 다녔고, 밥도 같이 먹었으며 늘 함께 몰려다녔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그닥 친하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엄청 친해지게 되었고 나중에 그들은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고나서 나는 한 학기 더 스위스에 있을 때, 마드리드로 초대받아 그들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정확히는 Marta와 Paloma의 집에 방문했는데, 와우. 이렇게 부자인 친구들이었는지 전혀 몰랐다.ㅋㅋㅋㅋ스위스에서는 정말 다같이 거지처럼 재밌게 지냈기 때문에. 추후 스페인 여행편에서 계속ㅋㅋㅋ)
아무튼 이 4인방은 목소리가 1층 로비에서도 들릴만큼 왁자지껄 했고 교환학생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쾌한 친구들로 유명했다. 그들의 기숙사 방은 정말 이케아에서 데려온 아이템으로 한껏 치장 되어 있으며 (심지어 꼬마전구들로 반짝반짝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1년 내내 내는 DIY 인테리어, 시트 커버도 다양한 색상, 컵과 포크 등 너무 많은 집기류 등등), 여분의 토퍼가 있어 친구가 방문하면 토퍼를 빌리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잡동사니들(?)을 보유한 친구들로 나중에 그 짐은 다 나에게 넘기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잠들고 있던 밤 12시 쯤.
나와 채은이는 내 방에서 뭉쳐 Eve(스위스에서 파는 과일맛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떤 과목이 재밌나, 어떤 교수가 과제로 뭘 시키더라, 어떤 수업은 필수로 꼭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등등. 나보다 한 학기 먼저 온 채은이가 강과 같은 꿀 팁을 주면서 다음번 여행은 어디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여자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정말 영화에서 본것 같은 좀비의 발자국 소리가 쿵쿵쿵 들렸다. 나와 채은이는 진짜 거짓말 안하고 2초 정도 얼었다. 뭐지? 이 전쟁같은 소리는? 깜깜한 밤. 문 열기도 무서워서 둘이 눈치만 보고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발자국 소리가 점점 내 방문 앞에서 멈추더니 문을 계속 두드리는것이 아니겠는가.
what's going on? who's there?를 시전하며 문을 열었더니
스페인 4인조 친구들 중 Barbara가 거하게 취해서 방으로 들어오더니 I hate Eduardo! 이러면서 술에 취한 모습으로 스페니쉬가 섞인 영어로 막 뭐라뭐라 하는게 아니겠는가. 나와 채은이는 황당.ㅋㅋㅋㅋ
그러다가 다른 스페인 친구들도 방으로 오더니 같이 Eduardo 욕을 하면서 엄청 웃기 시작했다. 아니, 밤 12시가 넘은 이 야심한 시간에 술취해서 누구를 엄청 욕하면서 다른 사람 기숙사 방에 처들어 오다니 ㅋㅋ 아니 걸어 온 것도 아니고 기어서 ㅋㅋㅋㅋ 화가 나기도 하면서 측은하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인데 우리가 잠을 자고 있었다면 엄청 실례이었을 텐데 아니 잠들지 않더라도 이런 시간에 소란을 피우는 건 정말 노매너!
우리는 지레짐작 전남친 이거니 하며 그 망할 Eduardo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본인의 이마를 들이 밀면서 거기에 빨갛게 난 여드름이 Eduardo라며 못살겠다고 한다.
정말 개 어이가 없고 허탈해서 웃음이 났다. 아오 진짜.ㅋㅋㅋ 어쩐지 다른 세명이 실실 웃을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ㅋㅋㅋㅋㅋㅋㅋ
이 Eduardo 사건 이후 우리는 좀더 친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이 4명, 말 엄청 많고 (게다가 빠르고) 정신 없는 친구들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들이다. ㅋㅋㅋ 보고싶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