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읽어주는 남자' 매거진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세상에는 다양한 읽을 거리가 있다. 우리는 책을 포함하여, 신문,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잡지, 웹툰, 블로그, 사회관계망 서비스 플랫폼 등등을 매일 일상에서 접하고 있다. 그것들 중에서도 우리가 살면서 평생 접할 기회가 없거나 접할 수 있다 할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형태의 읽을 거리가 있다. 본 글의 제목을 통해 짐작했겠지만, 그것은 바로 '논문' 그리고 '고전'이다.
논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리의 생각은 '어렵다', '천재들만 쓰는 것들', '읽으려면 엄청 비싸겠지?' 정도가 될 것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대부분의 선입견이 그러하듯, 다른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문은 읽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지식을 축적한 이들이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글이며, 학교나 연구소에 관련된 이가 아니라면 한 편당 몇 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하는 상대적으로 비싼 글이라는 점들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꽤나 효과적인 방법으로 논문을 접하고 있다. 내가 논문을 읽었다고? 그런 적이 없는데?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린 정말 논문을 간접적으로 읽고 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듯, 평소에 접하는 글 중에서, 특히 특정 지식과 그것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들 대부분은 논문에서 밝혀진 것들을 기반으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문을 굳이 찾아 읽지 않더라도, 그것을 활용한 글을 읽으면 되는데 왜 이 작가는 매주 수요일 논문을 읽어주겠다고 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 질문과 함께 바로 '뒤로가기'를 누르지 말고 계속 읽어봐주기를 바란다. 논문에서 밝혀진 것들이 책이나 대중적인 지식으로 전달되기 위해선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통찰력 있는 지식을 창출해낸 논문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해 우리는 평생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논문이 대중서나 기사 등을 통해 활용되기 위한 조건들을 간략히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 연구 주제를 위해 평생을 받친 연구자들로 하여금 지식 대중화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많은 연구자들 중에 한가지 주제에 평생동안 몰두해온 이들이 드물 뿐만 아니라, 대중서 출간을 연구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 기관의 방침으로 인해 자신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가공하고자 하는 유인(incentive)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작가가 그들의 지식을 인용하여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원조(original)가 가진 깊이와는 견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해당 논문에서 다룬 주제가 큰 관심을 받거나 소위 말해 트렌디(trendy)해야만이 대중에게 소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최근에 큰 붐을 일으킨 가상화폐로 인해 이와 관련된 블록체인기술 관련 도서들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그것과 관련된 원천 기술에 대한 논문들이 그 도서들이 작성되는데 활용되었다. 따라서, 아무리 오래전에 쓰였거나 통찰력 있는 논문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지 않으면 평생 논문의 형태로만 남아있는 것이다.
<출처: books.google.com>
앞까지 언급한 공급(연구자)과 소비(상대적으로 어려움) 양쪽 문제로 인해 우리 대부분은 논문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gap)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따분한 논문의 지식을 맛있게 가공한 경영경제지(e.g.,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이코노미스트지, 동아비즈니스리뷰, MIT Sloan 리뷰)가 서점에 비치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해당 호(issue)의 주제에 국한되어서 다소 제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누군가가 인정해주길 바라며, 또한 학습을 통한 자기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다. 학자는 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작품(논문)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성장을 위해 깊이 있는 지식을 보다 수월하게 접하고자 한다. 연구자이자 학습자로써 이 두 양쪽의 갈증을 실감해온 본 작가는, ‘논문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그것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고 싶다. 모든 분야의 문헌을 이해할 순 없는 부족한 학문적 지평으로 인해,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한정하여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과학 문헌(e.g,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들을 독자들에게 ‘맛깔나게’ 소개해볼 예정이다.
연구를 위해 현재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라, 일시적으로 그것과 관련된 주제로 치우치는(그럴 일은 최대한 없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경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각 분야의 '흥미롭고 울림 있는 고전 및 논문'을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논문들을 묶어서 정리하는 형태로 발간되는 도서는 거의 논문을 읽는 것과 유사하므로 본 매거진 콘텐츠에 포함될 것이다.
매주 수요일, 1800년대에 출판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도덕감정론’과 같은 고전들을 포함하여, 하이예크(Hayek) 같은 지식인들의 주장이 담긴 오래된 논문들, 그리고 최근에 개재된 따끈따끈한 논문들 까지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논읽남’의 목표이다.
브런치 작가에 한번 탈락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설렘도 있고 이왕이면 잘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럼 매주 수요일에 들러 주길…!
*독자분들 모두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