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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관성 Consistency Jun 01. 2019

On Mature Love

:성숙한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생각

누군가가 술자리에서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을 때, 어느 어른이 책상을 탁 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살 수 있고, 자율주행차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사랑 없이 우리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 순간 과학기술에 대한 경외심과 결기로 가득 찼던 이는 하던 말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나서 온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은 그렇게 나와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없어선 안 되는 인간 감정의 근원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세상엔 사랑 때문에 웃고 웃는 이들로 가득하고, 때론 사랑이 준 아픈 상처로 자아의 갈등을 겪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물질적인 가치에 매몰되어 사랑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이 가진 심성과 내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물건'이 주는 매력에 빠지는 것을 사랑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문제에 봉착하는 이들도 많다.


사랑의 아픔이 자아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고, 상대방이 가진 물질적 풍요로움에 혹하는 것도 다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랑은 우리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삶 곳곳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그것이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다 나은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선 보다 더 성숙한 사랑을 할 필요가 있다. 


사랑에 관한 이 짧은 글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성숙한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마음에 내재화시켜 보다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몇몇 도서와 개인적인 사색의 결과로써 정리한 것을 담을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필자가 가장 공감하는 대답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저자 스캇 펙이 내린 정의다. 그 이유는 사랑이 유치 찬란한 대상이 아니라, 그것의 성숙함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을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키려는 의지'로 정의한다. 즉, 사랑은 나와 상대방의 자아 성장을 서로 도움과 동시에 나 스스로도 그 과정 속에서 독립적인 자아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가진 오류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왜냐하면, '주는 것'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랑은 '분별 있게 주는 사랑'과 달리 오히려 나와 상대방을 소모적이고 어느샌가 지쳐 나를 잃게 만드는 불행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즉, 그 사랑은 나의 성장과 상대방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하기 위해 간이고 쓸개고 내어주는 것은 성숙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고, 일정 수준의 판단이 필요한 '분별 있는 비판'을 해야만 진정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분별 있는 비판이 어떻게 상대방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선 비판보다는 칭찬과 수용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스캇 펙에 의하면, 그러한 분별 있는 비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지와 인식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신의 변화는 '희생'이 아니라 '자기 확대' 혹은 '자아 성장'과 가까운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그런 상대방의 비판을 수용하고, 나 또한 상대방에게 분별 잇는 비판을 함으로써, 서로가 각자를 채워나가는 활동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자아를 확대시키고, 충만하게 하는 순효과를 가져다준다. 


더 나아가, 그러한 변화에 대한 상대방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변화를 하기 위해 반성과 성찰을 행하는 것은, 흔히들 말하는 트루 러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이기심'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즉, 변화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랑은 자신의 변화를 미루려는 '이기심'에 기반한 것이고, 나를 진정으로 변화시키고 확대하고자 하는 사랑은 '이기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이기적이지 않은 '참사랑'의 목적은 자아와 영적 성장이다. 이와 반대로,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은 그 목적이 항상 '물질적 성장'이나 '나 자신에 대한 맹목적 위로'와 같이 진정한 자아 확대와 반대되는 것에 있다.  


서로 주는 것에 목매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고, 때론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 쓴 몇 마디를 내뱉어야 하는 것이 사랑의 참된 형태임을 살펴보았다. 후자와 같은 마음가짐이 상대방과 나에게 자리 잡게 되면, 상대방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상호존중은 상대방을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독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러한 독립성이 지켜지지 못하게 되면, 나를 상대방에게, 혹은 상대방이 내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끼워 맞추려는 해로운 노력만을 강요하게 되고, 이는 서로에 대한 극단적인 의존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사랑은 대부분, "이 사람이 없어서 죽을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죠?"라는 질문의 굴레에 빠져 이별 이후 나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결말로 이끈다. 


'사랑의 기술' 저자 에리히 프롬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사랑의 '합일감'을 논한다. 그는 진정 서로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맞는 공통분모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개성과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존하고자 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합일이라고 말한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두 존재가 하나 됨과 동시에, 온전한 자기 자신이라는 둘로써 남아 있는 것'이다.  


분별 있게 주는 것과 독립성에 대한 생각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다음의 단골 멘트에서도 드러난다.


"당신과 있을 때 가장 난 나다운 것 같아"


이제 사랑에 대한 몇 가지 생각에 대한 짧은 결론을 내어보고자 한다. 진정한 사랑은, 무한한 희생과 맹목적인 'give'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와 상대방의 긍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선, 나에 대한 반성과 고찰로 인한 고통과 끊임없는 수정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이 가져올 엄청난 변화와 인생의 윤택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랑의 힘'은 바로 함께 만들어나가는 서로의 '윤택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그 본질이다. 과연 내가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 관계가 진정한 사랑의 관계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때, 우리는 '내가 상대방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를 잃지 않고, 상대방이 자신을 잃지 않길 바라고, 함께 서로의 성장을 끊임없이 논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통을 상호존중에 기반한 마음적 교류와 대화를 통해 이겨내는 사랑을 하자.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그 여정에서 내가 만나는 이들은, 내가 완성시켜야 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기나긴 항해에 있어서 거쳐야만 하는 항구들이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은, 과연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으로서 상대방에게 인식되는 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이 사람과의 관계가 끝났을 때 '만난 일수'를 세는 것이 끝난 것이지, 나의 성장과 자아가 완전히 종결된 것으로 착각하여 아픔에 허덕이지 말자. 


우린 그동안 나 자신을 발견하고 완성해나가는 과정들 중 하나를 지나온 것뿐이고, 완숙하고 더 나은 자아를 위한 성장과 확대를 위해 살아갈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이별을 추스르고 나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곱씹었을 때, '그 사람과 있는 시간에 온전한 나 자신이 발현되는 것'이 떠오르면 그 사람을 껴안으며 말하자. 


"난 당신을 사랑해"라고. 



출처:

-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펙

- 사랑의 기술, 에디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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