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점심시간 산책

by 또바기

점심 먹고 10분 남았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싫다. 밖으로 나간다. 짧은 산책.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바람이 분다. 시원하다. 사무실 안 에어컨 바람과는 다르다. 진짜 바람. 나무가 흔들리고, 머리카락이 날린다. 살아있다는 느낌.

천천히 걷는다. 급할 것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다들 바쁘게 걷는다. 점심시간의 직장인들. 나와 같은 사람들.

작은 공원이 있다. 벤치에 잠깐 앉는다. 나무를 본다. 초록색 잎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예쁘다. 이런 걸 언제 마지막으로 봤나 싶다.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일부러 가방에 넣어뒀다. 이 10분 만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알림도, 이메일도, 메시지도 없는 시간.

비둘기 한 마리가 앞을 지나간다. 뭔가를 쪼아 먹는다. 여유로워 보인다. 부럽다. 저 비둘기는 월요일도 금요일도 모를 것이다. 그냥 매일이 같은 하루일 것이다.

시계를 본다. 5분 남았다. 일어난다. 다시 회사로 향한다. 발걸음이 무겁다. 하지만 조금은 가볍다. 10분의 산책이 오후를 버티게 해 준다.

사무실에 들어선다. 에어컨 바람이 차갑다. 내 자리로 간다. 앉는다. 모니터를 켠다. 오후 일과 시작.

머릿속에 아까 본 나무가 남아 있다. 초록색 잎들. 바람에 흔들리던 모습. 그 이미지가 오후를 버티게 한다. 막히는 순간마다 그 나무를 떠올린다.

점심시간 산책은 작은 탈출이다. 10분간의 자유. 회사를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이게 없었으면 오후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버티기는 때로 작은 탈출이다. 짧은 산책, 잠깐의 바깥공기, 10분의 자유. 이런 작은 것들이 하루를 이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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