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보다 빠른 심장

by 또바기

아침마다 시계를 확인하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알람이 울린 순간부터 하루의 시계는 이미 시작된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을 서두르는 동안 내 눈은 끊임없이 시간을 확인한다. 시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언제나 무심한 얼굴로 흘러가지만, 내 심장은 늘 그보다 빨리 달려간다. 마치 시계를 앞질러 뛰고 있는 듯, 하루의 시작은 그렇게 불안한 박동으로 채워진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왜 이렇게 마음이 늘 서두르는 걸까. 실제로 늦지 않았는데도, 시계를 보는 순간 심장은 더 빠르게 뛴다. 혹시라도 버스를 놓치면 어떡하지, 전철이 지연되면 지각하지 않을까, 상사가 먼저 출근해 있으면 안 되는데. 그런 상상만으로도 심장은 시계보다 먼저 반응한다. 이른 아침부터 몸이 과속을 하는 셈이다. 그 박동은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늘 쫓기고, 늘 앞서야만 한다는 압박이 심장을 더 빨리 뛰게 만든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는다. 그들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 눈빛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손가락은 조급하게 휴대폰 화면을 넘기고, 다리는 무의식적으로 흔들린다. 그 작은 움직임 속에서 나는 알 수 있다. 모두가 시계를 의식하며, 모두의 심장이 나처럼 앞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같은 칸 안에 있지만, 각자의 심장은 저마다의 속도로 불안하게 뛰고 있다.

시계는 늘 공평하다. 누구에게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누구에게도 더 빠르지 않다. 하지만 심장은 다르다. 내 마음이 불안할수록, 책임이 무거울수록, 기대가 커질수록 심장은 제멋대로 속도를 높인다. 어떤 날은 그 박동이 나를 다잡는 힘이 되기도 한다. 긴장 속에서 집중력을 불러오고,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게 만든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박동이 나를 짓누른다.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미 지쳐버린다. 시계보다 빠른 심장은 늘 양날의 검처럼 내 안에 자리한다.

나는 몇 번이고 심장의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 억지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시계는 여전히 흘러가고, 주변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서둘렀다. 나 혼자만 속도를 늦추면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다시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심장은 빨라졌다. 이 악순환 속에서 나는 묻곤 한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까.

어느 날 퇴근길, 시계를 보지 않고 걸어본 적이 있다.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도, 집에 몇 시에 도착할지 몰라도 그냥 걸었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시계를 보지 않으면 심장도 조금은 느려진다는 것을. 발걸음이 천천히 변하고, 눈길이 주변 풍경에 머물렀다. 시계에 묶여 있던 하루가 잠시나마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나는 다시 시계를 보고 있었다. 자유로움은 짧았고, 현실은 늘 같은 무게로 돌아왔다.

나는 이제 그 빠른 박동을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받아들이기로 했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는 건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안 속에서도, 서두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중요한 건 심장이 빨라질 때마다 내가 왜 이렇게 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단순히 늦을까 봐 두려운 건지, 아니면 더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그 질문에 답을 찾는 순간, 불안은 조금씩 의미로 바뀐다.

오늘 아침에도 시계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숫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내 심장은 여전히 시계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박동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그 리듬에 귀 기울이며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시계보다 빠른 심장은 나의 불안이자 동시에 나의 힘이다. 그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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