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은 힘을 가지고 있다. 오래 기억되고, 깊이 새겨지고, 나를 지탱하는 말. 나에게도 그런 말이 있다.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한마디.
스물여섯 살, 나는 무언가를 포기하려 했다.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조금만 더 해봐. 넌 할 수 있어." 그 말은 특별한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전부였다.
할아버지는 항상 그런 분이셨다. 많은 말씀을 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순간에 딱 한마디를 하셨다. 그 한마디가 나를 일으켰다. "조금만 더."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빨리 해내지 않아도,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 것.
그 뒤로 나는 힘들 때마다 그 말을 떠올렸다. "조금만 더." 포기하려던 순간마다, 그 말이 나를 붙잡았다. 완주하지 못해도, 완성하지 못해도,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갔다.
스물일곱 살, 큰 프로젝트를 맡았지만 중간에 막혔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고,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조금만 더." 나는 하루만 더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결국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스물아홉 살, 관계가 힘들었다. 오해가 쌓이고, 거리가 멀어지고, 끝을 생각했다. 그때도 그 말이 들렸다. "조금만 더." 나는 한 번만 더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 대화가 우리를 다시 가깝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임종 직전, 나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힘없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조금만 더 함께하고 싶구나."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울면서 대답했다. "조금만 더 곁에 계세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떠나셨고, 그 말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할아버지의 온기로. 힘들 때마다 나는 그 말을 꺼낸다. 그리고 조금 더 버틴다. 포기하려는 순간, 무너지려는 순간, "조금만 더"라는 말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서른 살, 새로운 일을 시작했지만 적응이 힘들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실수도 많았고, 그만두고 싶었다. 그때도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할아버지가 들으신다면,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실 것 같았다.
나를 지탱한 한마디는 거창하지 않다. 짧고, 단순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그 말이 내게는 세상 전부였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내 말이 그런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따뜻하게 말하려 한다.
말은 힘이 있다. 무너뜨리는 힘도, 일으켜 세우는 힘도. 나는 후자가 되고 싶다. 누군가를 지탱하는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할아버지가 내게 그러셨던 것처럼.
지금도 힘든 순간이 오면,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조금만 더." 그 말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말이 나를 이끌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나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