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꺼내는 시간

by 또바기

나를 꺼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숨기고, 감추고, 포장한 나를 꺼내 보이는 일. 나는 오랫동안 그럴 용기가 없었다. 진짜 나를 보이면, 사람들이 떠날까 봐 두려웠다.
스물다섯 살, 누군가 물었다. "너는 뭘 좋아해?"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사실 나도 몰랐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살다 보니, 진짜 나는 어딘가에 묻혀 있었다.
나는 상황에 따라 다른 나를 보였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나, 친구들 앞에서는 밝은 나, 가족 앞에서는 의젓한 나. 그렇게 여러 개의 나를 연기하다 보니, 진짜 나는 점점 흐려졌다.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알 수 없었다.
스물여덟 살이 되어서야, 나는 나를 꺼내기 시작했다. 작은 것부터. 좋아하는 음식, 듣고 싶은 음악, 가고 싶은 곳.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였다. 처음엔 어색했다. 이게 진짜 나일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친구들과 식사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취향을 말했다. "나는 이 음식이 좋아." 다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 그런 거 좋아했어?" 나도 몰랐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다들 다른 걸 좋아할 것 같아서.
하지만 조금씩 꺼낼수록, 나는 분명해졌다. 이게 나다. 완벽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이게 나다. 나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깊은 대화를 원한다. 그게 나다.
스물아홉 살, 나는 더 큰 나를 꺼냈다. 내 생각, 내 감정, 내 가치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 하지만 숨기지 않기로 했다. 이게 나이고,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진짜 나를 보인 뒤, 사람들이 더 가까워졌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가왔다. "진짜 네 모습이 좋아." "이렇게 솔직한 네가 더 편해." 진짜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물론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전의 나를 원하는 사람들. 처음엔 아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떠나는 사람은 어차피 진짜 나와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서른 살, 나는 나를 더 많이 꺼낸다. 두려움도, 약함도, 불완전함도. 완벽한 척하지 않는다. 강한 척하지 않는다. 그냥 나로 산다. 그게 훨씬 편하다.
나를 꺼내는 시간은 계속된다. 아직도 숨겨진 나, 드러내지 못한 나가 있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나를 꺼낸다. 그게 나답게 사는 방법이다. 숨긴 나보다, 드러낸 나가 더 행복하다.
서른한 살인 지금, 나는 더 이상 나를 숨기지 않는다. 이게 나고, 이런 내가 좋다. 모두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진짜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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