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스친 얼굴들

by 또바기

아침마다 반복되는 출근길은 늘 비슷한 풍경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얼굴들은 날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은 지하철 칸에 서 있어도,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도,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는 각자의 하루를 짐작하게 한다. 나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지만, 그들의 표정은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출근길은 늘 바쁘고 정신없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그 안에서 잠시 멈춰 선 거울 같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이들의 표정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묻어 있다. 어떤 이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은 채 잠깐의 쉼을 가지려 하고, 어떤 이는 휴대폰 화면을 끝없이 스크롤하며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인다. 또 어떤 이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뎌낼지 마음을 정리하는 듯하다. 똑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얼굴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나는 그 얼굴들을 바라보며 나의 하루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떠올린다.

지하철 안은 더 복잡하다. 문이 열리면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작은 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오히려 더 고요하다. 피곤이 내려앉은 얼굴, 책 속으로 고개를 파묻은 얼굴, 창밖 어둠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 그 얼굴들 속에는 나도 있고, 어제의 나도 있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임에도 묘한 친근함을 느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티기 위해 같은 공간을 지나고 있으니까.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늘 같은 칸에 타는 어떤 아주머니의 얼굴이다. 늘 단정한 옷차림에 작은 손가방을 들고 서 계셨다. 표정은 특별히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하루를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느 날은 피곤해 보였고, 또 다른 날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특별히 의미 없어 보이는 표정조차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흔적으로 남을 수 있겠구나 하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도 사람들의 얼굴은 흥미롭다. 빨간불에 멈춰 선 순간,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 안의 눈빛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초조해 보이고, 어떤 이는 그저 무표정하다. 또 어떤 이는 휴대폰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짧은 그 몇 초 동안 나는 그들의 얼굴을 훔쳐보며, 각자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하루도 그들과 함께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출근길은 늘 바쁘다. 빨리 걷지 않으면 놓칠 것 같고, 잠시 멈추면 뒤처질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얼굴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서둘러 걸어가지만, 혹시 누군가는 내 얼굴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읽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피곤함, 나의 초조함, 혹은 나도 모르게 드러난 작은 미소까지. 그렇게 서로의 얼굴은 아무 말 없이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 속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단지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하루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출근길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작은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잘 버텨내시길.” 그렇게 마음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출근길에 스친 얼굴들은 결국 내 하루의 일부가 된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나를 비춘다. 그리고 깨닫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이렇게 서로의 얼굴 속에 겹겹이 남아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많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얼굴들은 내 안에 조용히 머물며,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이전 01화아침 창가에 머문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