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가에 머문 빛

by 또바기

아침은 언제나 같은 듯 다르게 찾아온다. 창문을 열면 차갑게 스며드는 공기 속에서 어제와 이어진 하루가 아니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치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날처럼 낯설고 또 조금은 설레는 기분으로 나는 커튼을 젖힌다. 창가에 머무는 빛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오면 그제야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듯하다.

빛은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어제의 피곤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도 빛을 마주하는 순간, 조금은 다르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어제보다 천천히 걷고 싶고, 어제보다 조금 더 웃으며 대화하고 싶다. 별것 아닌 다짐 같지만 빛 앞에서는 유난히 진심이 된다. 그것이 아침이 주는 선물 같다.

나는 종종 그 빛을 오래 바라본다. 커피를 내리는 짧은 순간에도, 세수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순간에도 문득 창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빛은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며 방 안 구석구석을 물들이는데, 그 변화가 하루의 시작을 다정하게 알려준다. 마치 “괜찮다, 오늘도 잘 해낼 수 있다”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아침 창가에서 마주한 빛은 나에게 거울 같은 존재다. 어제의 나를 비추기도 하고, 오늘의 나를 다잡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감정을 끌어내어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눈물이 고일만큼 힘들었던 날에도 빛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겨우 마음을 붙잡곤 했다. 아무 일도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다시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다.

사람마다 아침을 맞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부지런히 일어나 운동을 시작할 테고, 어떤 이는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겨우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나에게 아침은 창가에 머문 빛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세상에 다시 연결되었다는 증거이고, 하루를 살아낼 이유가 된다.

때때로 그 빛은 너무 환해서 눈을 감고 싶을 때도 있다. 일어나기 싫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날이면 오히려 그 다정한 빛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빛은 억지로 등을 떠밀지 않는다. 그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나를 감싸 안을 뿐이다. “괜찮다, 지금 이대로 있어도 된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빛 앞에서 나는 결국 숨을 고르고 하루를 받아들이게 된다.

빛은 언제나 순간적이다. 아침의 빛은 잠시 머물다 이내 사라진다. 낮의 햇살로 바뀌고, 저녁의 노을로 이어지다가 결국 밤의 어둠 속에 묻힌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침의 빛을 더욱 소중히 여긴다. 잠깐 머물다 가버리기에 더 귀하고,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이기에 더 마음을 쓰게 된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해 주는 아침 창가의 빛은 늘 기록하고 싶어진다.

나는 종종 그 빛 속에서 나의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아등바등 버티며 살아왔던 시간들,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순간들, 그리고 무너지듯 울었던 날들까지. 그 모든 기억이 아침의 빛을 통해 되살아난다. 빛은 나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상기시켜 준다. 동시에 이제는 놓아도 되는 것들을 천천히 흘려보내게 만든다. 어제의 아픔도 오늘의 빛 앞에서는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어떤 날은 무겁게, 어떤 날은 가볍게. 하지만 그 어떤 아침도 창가에 머문 빛 앞에서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묻는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답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 질문을 품은 채 시작하는 하루라면 충분히 살아볼 만하다.

아침 창가의 빛은 나에게 늘 새로운 출발선이다. 아무리 같은 길을 걷는 듯 보여도, 그 길 위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작은 빛 한 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