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퇴근길 지하철에서

by 또바기

6시 30분 지하철은 전쟁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나는 가방을 가슴에 꽉 안고 몸을 웅크린다. 옆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고, 누군가의 가방 모서리가 허리를 찌른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지만, 사실 잘 들리지 않는다.

창밖을 본다. 어두워진 터널 벽이 스쳐 지나간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피곤해 보인다. 눈 밑이 어둡고, 입꼬리가 처져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생각한다.

퇴근길은 묘하다. 일은 끝났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집에 가면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린다. 빨래, 설거지, 내일 아침 준비. 쉬고 싶지만 완전히 쉴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지하철 안, 집도 아니고 회사도 아닌 이 공간이 묘하게 편하다.

어떤 날은 한 정거장을 일부러 지나쳐 간다. 내릴 역이 지나가는 걸 보면서도 그냥 앉아 있는다. 이유는 없다. 그냥 조금 더 이 상태로 있고 싶어서. 집에 가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이 시작되니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흘끗 본다. 그 사람도 이어폰을 끼고 창밖을 보고 있다. 우리는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다. 피곤하고, 멍하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얼굴. 이 지하철 안의 모든 사람이 비슷한 하루를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 정말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 팀 회식이 있었는데, 가고 싶지 않아서 "몸이 안 좋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사람들 사이에 서서, 소리 없이 울었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집에 도착해서 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성취도 없고, 특별한 목표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 벅찬 삶.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또 일어났다. 또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타고 있다.

퇴근길 지하철은 내게 일종의 전환 공간이다. 회사 사람에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 표정 관리를 멈추고, 그냥 피곤한 채로 있어도 되는 시간. 이 짧은 30분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버티기는 때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저기로, 역할에서 역할로, 그 사이의 텅 빈 공간. 그곳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다음을 준비한다. 지하철은 그냥 교통수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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