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입구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무리를 짓는다.
"밥 먹었어요?", "같이 먹을래요?" 이 짧은 대화들이 오가고, 둘씩 셋씩 테이블로 향한다. 나는 트레이를 들고 구석 자리로 간다.
혼자 밥 먹는 게 처음부터 편했던 건 아니다. 신입 때는 억지로라도 누군가와 함께 먹으려고 애썼다. 점심시간은 네트워킹의 기회라고, 관계를 쌓는 시간이라고 배웠으니까. 그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기들과 억지웃음을 짓고, 관심도 없는 연예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그냥 혼자 먹어봤다. 별일 없었다.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았다. 밥을 빨리 먹고 15분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산책을 했다. 바깥공기를 쐬고 돌아오니, 오후 업무가 조금 더 견딜 만했다.
그 이후로 혼자 밥 먹는 게 습관이 됐다. 처음에는 외로워 보일까 봐 신경 쓰였다. "쟤는 친구도 없나 봐"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몇 달 지나니 깨달았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다들 자기 밥 먹기 바쁘다.
혼자 먹는 점심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됐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아도 되고, 그냥 밥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김치찌개가 짜다거나, 밥이 좀 질다거나, 이런 사소한 것들을 느낄 여유.
가끔 동료가 "왜 혼자 먹어? 같이 먹지"라고 물으면, "혼자 먹는 게 편해서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대부분은 이해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도 그러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혼자 밥 먹는 건 외로움이 아니다. 선택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시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회의하고, 협업하고, 소통하고. 그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면, 이런 작은 시간들이 필요하다.
요즘은 구내식당 구석자리가 내 자리처럼 느껴진다. 그곳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나는 버틴다. 소음 속에서도 고요를 지키고, 무리 속에서도 나를 지킨다. 점심 30분이 나를 다시 세우는 시간이 된다.
버티기는 때로 혼자 있는 용기다. 외로워 보이더라도, 어색해 보이더라도,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지키는 것. 그게 나를 온전히 유지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