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가 말했다.
“오늘까지만 나와요.”
며칠 전 그녀가 어딘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지 듣는 게 내 몫의 관심이자 친절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도움이 필요한지 묻거나 그녀의 삶에 발을 들여놓기에 나는 너무 소심하고 이기적인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누군가 했던 충고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도 나 같으면 물어봐줬으면 했겠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내가 피하던 위로의 자리로 걸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말 한마디의 무게가 어쩌면 가벼운 숨결 정도일 수도 있으니까.
“혹시 어디가 아프세요?”
그녀는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요?”
내 목소리는 약간의 놀람과 망설임, 그리고 어설픔이 묻어있었다.
“아니요. 가슴이요.”
그녀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나에게만 보이게 입모양으로 말을 했다.
그녀가 허락해 준 만큼의 따뜻함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버렸다.
그녀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누구나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로를 하려 했을 뿐인데,
그녀의 고요한 내면에 손자국을 남긴 듯해 미안함이 스쳤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의 자리를 조심스럽게 피해 걷는 사람이라는 걸.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은 언뜻 보면 단순하게 느껴졌다. 말을 건네고, 온기를 나누는 시도.
하지만 나는 타인의 말에 기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기댔다가 무너지는 몇 번의 경험에 지레 겁을 먹은 상태고, 다정함이 찢어지는 소리에 항상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그래서 위로가 다가오면 본능처럼 뒤로 물러났던 것 같다.
그녀에게 했던 말 역시 내가 위로의 중심으로 들어가려는 시도가 아니라,
어쩌면 그 자리를 멀찍이 바라보며 손만 흔들어보는 시도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위로의 변두리를 서성이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닦아주려 하면서도 내 마음이 닿을까 봐 무서운 사람.
거리를 좁혀야만 했던 순간에도 딱 반걸음 모자라게 다가가는 사람.
‘요즘 휴가는 어떻게 보내세요?’
‘오늘 점심은 뭐 드셨어요?’
정말 가벼운 말들도 많은데 나는 항상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말로 다가갔다.
아마도 나는 타인의 슬픔이나 무거운 감정에 기대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조금 더 편안했던 모양이다.
그녀에게 던진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다정함이었겠지만,
또한 내가 가진 취약한 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문법이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보다 누군가의 위로를 피하는 방법을 조금 더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