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냥 남기세요

by 고양이

나는 부족한 것보다 조금 남는 쪽이 좋았다.

그래서 셋이 식당에 가면 늘 네 명분을 주문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누군가는 말한다.
“조금만 시켜.”


하지만 이건 먹고 남기는 문제라기보다,
조금 더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나는 분명히 배가 고픈데,
누군가의 시선이 접시의 마지막 두 조각에 고정되어 있으면 포크도, 젓가락도 쉽게 들이밀 수 없었다.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 늘 허기진 채로 식탁을 떠났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충분히 먹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았다.
조금 더 많이 시키는 것.
그러면 이런 말이 다시 돌아온다.
“이거 다 못 먹어.”


그럴 때 나는 조금 냉정하게 대답한다.
“그럼 남기세요.”


먹어보지도 않고 다 못 먹을 거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미 포만감이 느껴졌다.(알았어. 계산은 내가 할게.)

일단 먹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다 정말 남으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물론 안다.
이 방식이 나의 재정 상태나 환경에 마냥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나는 늘 남기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니라 항상 비워진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 자신을
더 이상 두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러니 정말 남게 되면 그냥 남기면 된다.
그건 실수도, 낭비도 아니라
내가 나를 충분히 먹이려다 생긴 흔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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