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나무를 톱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쓰고 남은 목재였다. 와인잔 걸이 하나 만들겠다고 괜히 폼을 잡았다. 휴일 오후가 비어 있었다.
톱을 밀었다가 당겼다.
다시 밀고, 당겼다.
사각거리는 마른 소리가 났다.
그런데 나무는 좀처럼 잘라지지 않았다. 같은 자리를 계속 오가는 느낌이었다.
움직이고는 있는데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감각.
바닥으로 떨어진 톱밥이 아니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마치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항상 그 자리인 느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훌쩍 지난 풍경 같은.
팔이 저려왔다. 손바닥 안쪽이 얼얼했다.
허리를 숙인 자세가 오래가니 숨이 가빠졌다.
창문을 열어 두지 않았던 게 후회됐다.
공기가 답답했다.
조금 짜증이 났다. 왜 이렇게 안 잘리지.
힘을 더 줬다. 톱날이 옆으로 흔들렸다. 선이 삐뚤어질까 봐 잠깐 멈췄다. 목재를 뒤집어 반대편에서 다시 톱을 대봤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땀이 눈가로 흘러내려 시야가 잠깐 흐려졌다.
그때, 오래전 장면이 불쑥 떠올랐다.
할아버지 집 마당. 흙바닥. 햇빛이 낮게 깔려 있던 오후.
스르륵, 스르륵. 일정한 톱질 소리.
그 소리는 따뜻한 햇살과 묘하게 어울려 편안함을 가져다줬다. 반복되는 리듬이 집 전체를 붙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서성였다. 나도 해보고 싶다고 졸랐다. 톱을 쥐었을 때 생각보다 무거웠다.
몇 번 왕복했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찼다.
가슴이 벌렁거렸다. 창피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너무 빠르게 자르면 힘들어서 못 해. 천천히 잘라야 해.”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그저 그때의 햇빛과 먼지 냄새, 할아버지의 굵은 손과 낮은 목소리만 또렷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톱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오가고 있었다.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어느 순간 나무에 얇은 틈이 생겨 있었다.
숨이 여전히 찼다. 팔은 묵직해졌다.
저는 항상 숨이 찬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