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쾌한 할머니 선생님 1
30대 시절, 동학년으로 2년을 함께했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하셨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퇴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의 나이는 50대 중반. 왜 그만두셨는지 궁금하였다.
"애들이 나보고 자꾸 할아버지라고 혀"
"진짜요? 무슨~요, 하하하" 나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뭐 다른 이유가 있으셨을 테지.
약간 머리가 벗어진 선생님의 외모를 생각하면,
철없는 아이들이 어쩌다 한두 번 그리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썩 좋을 리는 없겠지만, 그냥 핑계 삼아하시는 말씀이지.
50대 중반이 되었으니 인생경력 교직경력으로 조금 더 노련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텐데,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누구보다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하실 수 있을 텐데. 설마 그 이유 하나 때문은 아니시겠지.
마침 일도 하기 싫던 차에, 취미로 하시던 색소폰을 맘대로 뿡~뿡~ 큰 소리로 불고도 싶던 차에, 여러 가지 이유를 끌어모아 결정하신 퇴직이겠지. 맘속으로 생각하였다.
이제 나도 그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다. 아니, 나이를 더 지났다.
나도 '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사실은......
벌써 한 번 들어봤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선생님의 나이를 잘 짐작하지 못한다.
"선생님 몇 살이에요? 20살이에요?"
어이없는 숫자에 놀라며
"글쎄다."
"그럼 ‘35살이에요?"
...........................
"사실 선생님은 100살이야"하면 "꺄~~~~"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감이 없을까'싶다.
8살 살아온 인생으로 알게 된 숫자나, 혹은 제 부모와 비슷한 나이를 떠올리며 막 던지는 것 같다.
선생님이 20살이라니, 이제 갓 대학 입학할 나이인데.
물론 기분은 나쁘지 않다.
간혹 1학년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엄마’같이 너희들을 살펴주고 가르쳐줄 거야. 그러니 '선생님 말을 잘 듣고 따라 주렴' 말하기도 한다. 불안해하지 말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라는 바람이다.
어느 해, 반 아이들에게 전체 훈화를 하던 중이었다.
''......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엄마나 마찬가지예요. '엄마선생님' 그러니 선생님 말을 잘 듣고 따라......''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선생님!"
'설마' 귀를 의심하였다.
순간 내 외모를 머릿속으로 재빨리 점검하였다. 아직은 전형적인 할머니 외모(흰머리, 주름이 많고 허리가 굽은)는 아닐 텐데, 염색했으니 흰머리는 안보일 테고, 주름도 별로 없고, 나름 옷도 '영'하게 입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실제 내 자녀도 미혼이고 손주도 없으니 내게 '할머니'는 실감 나지 않는 먼 세상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라는 말로만 불렸지 '할머니'라고는 불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엄마란다'라는 말을 할 때도 별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할머니 선생님'이라니!'
하지만 '아...... 맞네' 하고 인정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50대 중반이니, 1학년 8살 아이들에게는 할머니뻘인 것이다. 8살 학생들에게 50 중반은 '엄마'와 비슷한 나이가 아니라, 차라리 '할머니'에 더 가까운 나이인 것이 맞다.
아이는 그저
'할머니선생님!' 하고 정직하게 '사실 확인'을 해준 것뿐이다.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왜 내가 '할머니선생님'이라 불렸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 기억을 되짚었다.
'아하~! 그것 때문이야'
전에 "선생님은 아들과 딸이 있고 아들은 벌써 군대를 다녀왔단다" 말한 적이 있었지.
'아마 그 아이는 집에서 이 얘기를 했고, 그 말을 들은 가족 중 누군가가 "그러면 너희 선생님은 나이가 많겠다. 할머니 뻘이네"라고 한 것을 분명 새겨들었던 것이야.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걸 거야.'
나는 이렇게 정리한 후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불린 충격을 가뿐히 몰아내었다.
그러나 '내가 보는 나의 모습과 상관없이 외모, 말, 행동이든 어느 부분에선가 분명 '할머니'의 아우라가 풍겨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양심을 갖춘 교양인의 태도일 것이다.
<할머니 선생님이 뭐 어때서!> 편으로 글이 이어집니다.
*일러스트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