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쾌한 할머니 선생님 2
내가 할머니 선생님이라구?!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할머니가 뭐 어때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18살 소피는 마녀의 저주를 받아 90세 할머니가 된다. 소피는 거울을 보고 놀라지만 '괜찮아, 할멈. 건강해 보이고 옷도 잘 어울려' 하고 자신의 현실을 인정한다. 하울이 미인의 심장을 먹는다는 것을 알고도 자신은 늙은이라 잃을 게 없다며 당당하게 하울의 성에 들어가 청소부로 일한다. 처음으로 드넓은 들판을 향해 무모한 모험도 시작한다. 소피는 할머니가 되고서야 소심하고 수줍던 자신의 모습에서 용감하고 당당한 자신으로 변화한다. 오히려 자유로워진 것이다.
소피처럼 유쾌하고 즐겁고 재미있고 긍정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은 소망을 적잖은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나이 들었다고 위축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완전히 늙은 이 상태가 주는 자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깨달은 나이. 지천명과 이순의 뜻을 따라 자기 스타일을 가진 호기심 많고 발랄한 할머니가 되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지다.
그러나 교사로서 할머니 선생님은 '나이 든 게 뭐 어때서'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교감 교장등의 관리자로 승진하지 않는 한, 평교사로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은 젊은 교사나 나이 든 교사나 동일하다. 나이 들었다고 학생을 가르치지 않고, 학부모와 소통하지 않고, 교육과 관련된 여러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젊으나 늙으나 똑같은 일을 해야 한다면 누가 더 신속하게 잘할까. 학부모나 학생들은 어떤 선생님을 더 좋아할까'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된다.
외적으로도 젊고 멋진 것을 선호하는 세상이거니와, 나이 든 선생님은 꼰대가 되어 '라떼'를 서슴지 않고, 가르치는데 열정과 에너지를 더 이상 쏟지 않는다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신체적으로 노화한 데다가 인지적인 스마트함도 떨어져 새로운 교육 트렌드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지 않으며 또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계발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나이 들었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두배로 더 노력하여 제 몫을 다하고, 솔선수범하며, 능력이 쇠퇴하기는커녕 쌓아온 노하우까지 더해져 절정의 능력발휘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뭐라 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과도한 자기 검열로 자괴감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이 나이에 이 경력에 '학생 하나를 감당 못해 쩔쩔매다니.' '후배가 10분이면 끝내는 일을 나는 1시간을 걸려 마치다니'. '이 경력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등등.
나이 상관없이 모두에게 생길 수 있는 일임에도, 이런 일들을 겪으면 스스로 느끼는 상심이 매우 크다. 그것은 나이 들수록 잘 사라지지 않는 멍자국처럼 오래간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하는 회복탄력성도 피부의 탄력성만큼이나 줄어든다.
그래서 내 나이 또래의 선생님들은 이런 일들을 겪으면 심각하게 퇴직을 고민하고 또 실행에 옮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치고 싶다. 그러나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은 하늘이 도와야 하는 것.
신학기를 앞두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시점이다.
항상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다짐을 해본다
첫째, 건강관리: 아프지 말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 힘쓰자. 체력이 있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
둘째, 멘털관리: 교사이기에 겪는 스트레스, 일상의 스트레스를 잘 이기도록 마음근육을 기르자.
셋째, 업무능력관리: 잘 가르치자. 내 몫은 내가 한다. 해오던 것에 머무르지 말고,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배우고 익힌다.
넷째, 포지션관리: 나잇값을 하자.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자.
할머니 선생님이 뭐 어때서!
100세 시대에 50대 중후반이 무슨 할머니냐고 강변하고 싶지만, 이왕 '할머니 선생님' 소리를 들은 처지가 되었으니 '푸근하고 지혜로운' 할머니의 강점을 되살려 유쾌하고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하자고 마음먹는다.
할머니 선생님이 되어 겪는 학교생활의 소소한 기쁨과 보람, 애환들도 기록해 보기로 한다. 타이틀은 <오늘도 유쾌한 할머니 선생님>이다. '적자생존' 즉 '적어야 살 수 있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생존'까지는 아닐지라도 뭔가를 조금이라도 적어가다 보면 할머니 선생님으로 '존버'할 수 있는 새로운 힘들을 얻게 될지 모른다.
<오늘도 유쾌한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쓰고 <할머니 선생님의 학교생활 고군분투기>라고 읽는다. 올 한 해 학교생활은 어떻게 펼쳐질까. '유쾌'가 될지 '고군분투'가 될지 궁금하다.
일러스트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