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을 입다.

#3 스펜서, 2021

by john C

아카데미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의상상은 보통은 인류의 한 역사적인 단편을 보여주는 시대극들이 받기 마련이다. 역사에 대한 반영 및 고증도 중요하겠지만 때로는 시대적인 배경이나 역사적인 사실을 초월한 놀라운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이 역시 예술의 일부분이기도 하고 전체이기도 하다.


물론 주로 전쟁이나 재난 같은 극한 이벤트를 보여주는 시대극에서 패션이 주인공일리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많은 시대극에서 패션에 대한 영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펜서(Spencer, 2021)는 그 해답에 가까운 작품 중하나이다.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해 주는 듯한 크리스천 스튜어트의 눈빛 포스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다이내믹한 삶 중, 찰스 황태자와 별거하기 직전의 1991년 크리스마스 기간 단 3일을 그리고 있는 영화 스펜서는 주인공인 다이애나뿐 아니라 조연, 단역을 막론하고 패션쇼를 방불케 할 만큼의 시대적인 고증이 완벽한 의상들을 선보인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의상 담당 재클린 듀란이 스펜서의 의상을 맡았다.


찰스황태자를 연기한 잭파딩이 입은 착장은 한국의 김동현 테일러의 작품이다.


1991년의 크리스마스 시즌, 남편인 찰스 황태자의 외도로 결혼 생활에 불화를 겪던 다이애나 스펜서(크리스천스튜어트 분)는 직접 차를 몰고 기억을 더듬어 별장인 샌드링엄궁을 향해 가지만 이내 길을 잃고 다행히 마주친 궁내 요리사의 도움으로 늦게 도착한다. 남편의 외도 때문일까? 좀처럼 왕실 가족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서먹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그나마 위안이 되는 아들들과 의상담당자 매기와의 소통으로 우울함을 달랜다. 왕실의 사람들은 더욱 그녀를 옥죄이고, 그녀는 앤블린의 환영을 보는 등 정신 착란 상태에 이르게 된다.

다이애나가 살아서 돌아왔다.라는 찬사를 받은 스튜어트의 연기


단 3일 동안의 그녀의 모습으로 전체적인 다이애니비의 삶을 조망한 이 작품은 다이애나 스펜서를 연기한 크리스천 스튜어트를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영애를 안겨주었다. 이 외에 수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은 물론 이상상과 음악상 등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평단의 호평은 자자했지만, 월드박스오피스수익은 2,500만 달러 수준으로 제작비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8만 관객정도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시대적인 고증에 현실적인 감각을 덧씌웠다.


그간 다이애나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대부분 그랬듯이 대중은 다이애나의 스캔들과 그녀의 미스터리 한 죽음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녀의 일상적인 삶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20세기판 신데렐라라 이를 만큼 다이애나 스펜서의 등장은 놀라웠고 당연히 그녀가 하는 착장은 물론 액세서리 하나하나 연일 대서특필 되며,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곤 하였다. 명실공히 90년대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서민적이며 대중적인 스타일을 잘 소화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


왕세자비가 된 그녀는 단순한 왕실 사람이나 셀럽은 아니었다. 물론 사랑스러운 외모에 훤칠한 키, 그리고 남 부럽지 않은 패션 센스가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했지만 무엇보다도 서민적이며 진솔해던 그녀의 행보 하나하나가 연일 회자되며 그녀의 인기에 큰 영향을 주어 가히 패션의 아이콘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수많은 봉사 활동을 하였으며 대중 앞에 스스럼없이 나섰다. 유난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허나 실제로 그녀의 이러한 행보를 왕실에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다이애나는 그녀의 화려한 의상(껍데기) 속에서 억압과 구속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실제 그녀의 삶을 조망케 한다.


샤넬드레스를 입은 크리스천 스튜어트


식사, 사냥, 이브닝 파티 등 시시각각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 왕실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수많은 화려하고 값비싸 보이는 의상들이 나오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났던 의상은 아무래도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샤넬 드레스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다이애나와 찰스역설적인 것은 실제 다이애나를 패셔니스타로 만든 건 서민적인 스웻셔츠, 야구점퍼나, 청바지 같은 왕실과는 멀어 보이는 착장들이었다. 더욱 그녀를 화제의 중심으로 이끈 건 그간의 왕실 여자들이 평상복으로 입었던 페미닌 하고 다소 정숙해 보이는 착장이 아닌, 오히려 매니쉬 하고 정형적이지 않는 그녀의 평상복이었다.


그녀의 패션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리벤지 드레스'이다. 다이애나는 찰스왕태자와 외도 이후에도 왕실의 행사에 꿋꿋이 참여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무채색의 짧고, 다소 노출이 있는 드레스를 입었다. 본디 영국 왕실 사람들은 공식석상에서 화사한 계열의 귀족적이고 고풍스러운 노출이 없는 스타일을 고집하였는데 이를 완전 정반대로 행한 것이다.


그 유명한 리벤지 드레스


이처럼 왕세자비라는, 정확히 그 사회적 지위가 요구하는 행보와 서민적이며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였던 그녀는 1998년 원인 모를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드라마틱한 그녀의 인생 덕분일까? 여전히 그녀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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