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을 입다.

#5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런, 2014)

by john C

소위말하는 인생영화까지는 아니지만 그 영화의 만듦새나 스토리에 반해 여러 번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나에겐 영화 인터스텔라가 그렇다. 놀란 감독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인터스텔라만큼은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지금까지 여덟 번 정도 감상하였다.


놀런 감독의 아홉 번째 장편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우주가 배경인 재난 SF영화 정도로만 보다가 문득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일면들을 들어다 보기 시작하니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가족영화로 다가왔다.


상대성이론이 어떻고 블랙홀의 이론적인 형태가 어떻고 하는 것들은 그저 수사에 불과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모습, 몇 년이 지나 실제 관측된 블랙홀의 모습과 유사했다.


그렇게 몹시 'T'스러운 태도로 바라본 인터스텔라는 사실 지구 밖의 우주를 통해 인간 내면의 우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영화 속 5차원의 공간인 테서렉트, 이게 CG가 아니었다.


2014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인류의 터전을 찾으려는 인간의 희망과 도전에 대한 영화이다. 배경은 2067년 극심한 모래폭풍과 식량부족사태를 겪는 지구인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만 가고 전직 조종사이자 엔지니어인 주인공 쿠퍼(메튜 매커너히 분)는 아들 톰과 머피라는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2층의 서재에서 자꾸 유령이 나온다는 딸의 말에 유령 따윈 없다고 말하는 쿠퍼는 책장에서 떨어진 책들과 모래먼지 속의 숫자들을 발견하고 그 숫자를 좌표 삼아 머피와 함께 찾아 나선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정부가 비밀리에 만들어 놓은 우주발사대이자 연구소였다. 그들의 목적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구 이외의 또 다른 행성을 찾는 것이었으며, 이미 플랜 A와 플랜 B가 마련된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3개의 테라포밍이 가능한 것이라 추정되는 행성을 관측하기 위해 보내진 쿠퍼 일당과 로봇 타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최대한) 사실적이고 명료하게 연출된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반박한 마음마저 상쇄시켜 버리는 무언가가 있다. 가족, 국가, 그리고 인류로 커져가는 사랑의 크기는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우주와 닮았다. 세월이라는 것은 때로는 눈치채지도 못할 속도로 지나가고, 삶에 대한 힌트는 모래먼지처럼 옅다.


범지구적 아니 우주적인 스케일의 스토리 속에서도 가장 집중되는 것은 아무래도 쿠퍼와 머피의 관계이다. 영화 속에서 이 두 부녀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시공간을 초원한 인류애 그 이상이었다.


쿠퍼는 칼하트 디트로이트 재킷을, 머피는 칼하트 퀸우드 초어코트를 입었다.


황폐한 미래의 시골 마을에서 트랙터를 몰며 옥수수밭을 일구던 쿠퍼와 머피는 칼하트의 재킷을 입고 있다.


성인이 된 머피는 여전히 칼하트 마니아이다.


1899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창업자 해밀턴 칼하트에 의해 설립된 칼하트는 워크웨어로 시작한 브랜드이다. 말이 좋아 워크웨어이지 소위 말하는 노가다 복장, 좋게 말해도 작업복인 셈이다. 일할 때 특히 험한 일을 할 때 입는 옷처럼 디자인보다는 실용성과 내구성에 치중한 옷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수많은 블루컬러들이 일상복으로 입고 있으며, 2020년 이후 국내에서도 워크웨어 및 아메카지(에미리칸 캐주얼)의 유행이 불었다.


지구에서 머피는 항상 칼하트를 입는다.


확실히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멋을 뽐내던 시대의 스타일은 가고 편함과 자유분방함 속에 은근한 멋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대세인듯하다.


에미넴은 자타공인 카하트 신봉자(?)이다.


칼하트는 특유의 묵직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로 작업자는 물론 에미넴을 비롯한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애용하며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바깥일이 많은 갱들에게는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 줄 옷이 칼하트 외에는 별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갱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총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거의 그만큼의 효과가 있을 정도로 강한 직물로 만든 옷이기에 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계속되는 모래폭풍 같은 자연현상이나 거대한 옥수수밭을 일구는 험한 일을 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착장이 아니었을까 한다.


현재 칼하트는 독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칼하트 WIP(work in process)라는 스트릿웨어 브랜드를 설립하여 전개 중이다. 오리지널 칼하트의 분위기는 가져오되 조금은 더 가벼운 느낌의 스트릿웨어로 국내에서 많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칼하트 WIP 압구정 매장 전경


오리지널이 되어 버린 미국의 칼하트 의류는 빈티지 시장에서 폴로랄프로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했으며 특히 조니뎁 배우가 입었던 디트로이트 J97 재킷의 경우 상태에 따라 원가의 수십 배에 거래가 되곤 한다.


조니뎁이 입은 오리지널(?) 칼하트의 디트로이트 J97 재킷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블루컬러의 옷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칼하트의 재킷은 실제로 갑옷을 입은 듯한 든든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제는 몇몇 특수직업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칼하트의 옷의 진가는 빠르기도 느리기도 한 세월이 말해줄 것이다.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시간을 이기는 사랑이라는 감정 또는 상태처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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