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웨스 앤더슨
* 추석연휴로 인해 하루 늦게 연재됨을 알려드립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느 배우보다 자신만의 확고한 패션철학 및 미학이 관객들에게 각인된 감독이 있다. 좌우대칭의 화면을 병적으로 집착하는 감독, 이 세상에서 아마도 영화에 색감을 가장 훌륭하게 사용하는 감독, 바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다.
정교한 색감과 레트로한 감성의 의상으로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재능이 돋보이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못해 황홀할 때가 있다. 그의 영화들이야말로 영화가 패션을 입었다고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패션뿐 아니라 영화적인 색채, 미술, 소품 등이 독특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그는 증조할아버지가 그 유명한 타잔, 존카터 등의 명작을 집필하신 애드가 라이스 버로스 작가이다. 또한 아버지는 광고업계 종사자였으며 어머니는 고고학자였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 독자적인 영화세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필연적인 태생 환경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윌슨 형제와 함께한 데뷔작 바틀 로켓(bottle rocket, 1996)과 훗날 그의 페르소나가 되는 빌 머레이와 함께 한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 1999)는 비록 대중의 인기는 받지 못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로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비로소 그의 완벽의 가까운 색채에 대한 미학을 관객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한 영화는 로열 테넨바움(The Royal Tenenbaums, 2001)이었다.
감독이 배우들의 대사나 연기로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면 극 중의 분위기나 암시, 이야기의 내면의 속삭임은 그 장면장면이 가지고 있는 색채, 즉 톤 앤 매너가 그 역할을 한다.
이전의 영화에서도 그러하였지만 로열 테넨바움부터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작정하고 자신만의 영화 세계에 관객을 몰아넣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단순한 구조의 탄탄한 스토리, 군더더기 없는 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인장과도 같은 완벽한 좌우대칭의 화면, 과감한 원색과 파스텔톤의 대비, 판타지 레트로 감성의 톤 앤 매너로 정교한 미장센을 이루어 영화로의 완전 몰입을 꿈꾼다.
무엇보다 그를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단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fest Hotel, 2014)이다. 따뜻하고 몽환적인 톤 앤 매너의 색채미학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국내에서만 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이 영화에서 채도의 변화를 통해 극 중의 서스펜스를 고조시키기도, 완화시키기도 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연출 능력을 선보였다.
그는 영화 속의 색채, 톤 앤 매너, 나아가 미장센이 돈보이게 하기 위해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의 움직임까지 철저히 계산적으로 이용한다. 그의 영화에서 이른바 메서드 연기를 하는 배우는 없다. 애드리브 연기 또한 용납되지 않는다. 또한 과장된 줌이나 하이앵글 같은 화려한 카메라 연출도 없다.
다분히 인공적인 미장센을 추구하는 그의 영화는 사실 자신의 이야기로 필모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유한 사립학교의 생활과 사춘기를 그린 영화들, 소위 콩가루가 된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되는 이야기, 어찌 보면 다소 진부하고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거의 모든 영화에 페르소나를 심어두어 본인의 인생을 간접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 오히려 친근하게 느끼며 쉽게 이입할 수 있다.
나와 타자의 경계가 확실한 그의 영화는 마치 혼자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모두 다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와 색으로 가득 찬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어쩌면 영화는 잠시 나의 세상을 잊고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불편하면서도 편안한 행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