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을 입다.

#10 엔터갤러틱(Entergalactic, 2022)

by john C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성인 애니메이션 '엔터갤러틱'은 2022년 9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였다. 제목은 엔터갤러틱은 '은하계에 들어서다.' 정도로 번역되겠지만, 영화를 통해서도 그 제목이 갖는 의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거친 표현 및 욕설, 음주, 흡연 및 섹스 장면으로 청소년 관람불가이다.


코스믹코믹스라는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어 뉴욕 맨해튼으로 이사 오게 된 주인공 자바리(키드 커디 분)는 우연히 길을 가다 전여자친구였던 카르멘(로라해리어 분)을 만나 회포를 풀게 되지만 새로운 직장과 환경을 마주한 자바리는 그녀와 다시 연인 관계를 갖지 않으려 한다. 어느 날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잠을 설친 자바리는 항의 차 들린 옆집을 방문하게 된다. 이웃집의 주인인 사진작가 메도우(제시카 윌리엄스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한 자바리. 메도우는 자바리에게 사과의 의미로 점심을 대접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일러스트 같은 느낌으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소와 비슷한 재질의 애니메이션이다.


아마도 제목 엔터갤러틱은 사랑에 빠지는 두 주인공이 각각 서로의 우주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서로의 우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을 표현했다.


배경이 된 뉴욕의 풍경과 애니메이션 특유의 일러스트 느낌의 연출로 뉴욕에 사는 청춘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키드 커디, 제시카 윌리엄스 외 티모시 살라메, 제이든 스미스, 매컬리컬킨 등 버질과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하였다. 애니메이션 등장인물과 싱크로율이 꽤 높다.


또한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키드 커디의 힙한 음악들도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100분 가까운 러닝타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배경이 되는 뉴욕을 힙한 분위기 있게 그려냈다.


세계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뉴욕 배경에, 맨해튼에 사는 젊은 남녀가 주인공인 이 애니메이션은 사실 얼마 전 급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에 대한 헌정 영화이다.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

1980년 9월 30일에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가나계 미국인 버질 아블로는 건축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일리노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무렵, 건축가 렘쿨하스와 프라다의 협업을 보고 패션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카니에 웨스트와 펜디에서 인턴 생활을 같이 하게 된 버질 아블로는 제이지와 카니에의 콜라보 앨범의 패키징 디자인을 맡게 되며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2012년 자신의 첫 회사인 파이렉스 비전을 설립한다.


회사명 파이렉스에 버질이 좋아하는 마이클조던의 넘버 '23'을 인쇄하였다.


첫 회사를 설립한 베질 아블로는 랄프로렌, 챔피언 등의 유명 의류회사의 악성재고 일명 데드스탁을 헐값에 매입, 자신의 브랜드 로고만 스크린 인쇄하여 구매가격의 열 배 이상에 판매한다. 이는 많은 셀럽들이 입으면서 자연스레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는 기현상을 보인다. 흥미로운 실험이었으며, 대담한 도전이었다.


오프화이트 센텀시티매장


이후 그는 이태리 밀라노에서 그 유명한 오프화이트를 론칭하고 스트릿웨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하며 당시 구찌 등의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보다 더 핫한 패션 레이블로 부상하였다. 나이키, 벤츠 등 을 비롯한 유명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뜻하는 컬래버레이션은 이제 오프화이트의 이음동의어가 될 정도였다.


엄청난 리셀열풍을 불려 일으킨 오프화이트 나이키 컬래버레이션 제품들


사실 그의 첫 회사 파이렉스 비전의 실험처럼 그의 패션 철학은 이른바 '3% 편집전략'으로 모든 것에 3% 정도만 바꿔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이자 이데올로기였다.


지금까지도 그의 패션이 단순한 디자인이나 트렌드를 벗어나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불리게 되는 까닭이다.


유작이 되어버린 벤츠와의 컬레버레이션 '프로젝트 마이바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신 '유'에서 '졸라 멋진 유'로 편집하는 것.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패션이었으며, 버질 아블로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생각한다.


루이뷔통 패션쇼에서 인사하는 버질 아블로


2018년 루이비통은 버질아블로를 남성복 디자이너로 임명한다.

유색인종으로 처음일뿐더러 패션을 전공하지 않은 첫 번째 루이뷔통 디렉터가 된 것이다.


루이비통에서 선보인 버질의 첫 컬렉션


이 즈음 버질 아블로는 혈액육종이라는 일종의 암 진단을 받았으나 그의 의지로 숨겨오다 결국 2021년 11월에 타계하였다.


키드 커디와 절친인 티모시 살라메


엔터갤러틱의 주인공 자바리의 목소리를 연기한 키드 커디는 버질 아블로의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제목 엔터갤러틱의 그의 여덟 번째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또한 키드 커디의 열렬한 팬인 티모시 살마메가 극 중 자바리의 친구 역할로 목소리 출연을 한다. 그 외 바네사 허진스와 매컬리 컬킨 등 생전 버질과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헌정 영화답게 그의 패션철학이 담긴 의상들이 여럿 보인다. 의상은 물론 신발,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비롯해 집이나 사무실의 인테리어 등 그의 향기가 느껴지는 장면들로 꽉 차 있다.


영화 말미엔 건물 외부 보드에 커다랗게 그려진 버질의 초상과 그를 뜻하는 아이콘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편집이라는 힘을 누구보다도 적나라하게 사용해던 그는 가히 패션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시대의 아이콘임이 분명하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영원히 활발하게 재편집(?)되어 살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루이비통은 그가 떠난 후 전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에 '버질은 여기 있었다.'를 표함으로 그를 추모하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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