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을 입다.

#17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2004

by john C

겨울에 볼 만한 영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4년작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 the Prisoner of Azkaban>이다. 눈 덮인 영국의 설원과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겨울이라는 계절의 설정은 영화의 톤과 스토리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3편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외포스터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중 3편으로 아동용 판타지물이었던 1,2편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전환을 보여준 작품이다. 워낙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 잘 표현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만의 연출력으로 기존의 동화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 미스터리 하면서 어두운 톤으로 해리포터는 물론 주변 인물들의 묘사도 심도 있게 표현하였다.


새로운 분위기로 탈바꿈하면서 좀 더 주인공들의 내면에 집중한 연출로 평단의 호평의 받았지만 너무나 급작스런 분위기 반전이었는지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였다.


탈출한 죄수 '시리우스 블랙(게리올드만 분)'이 나온 영화 포스터


3학년이 된 해리포터와 론, 헤르미온느는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무시무시한 악령 같은 것과 조우한다. 이는 아즈카반 감옥에서 탈주한 죄수를 잡으러 다니는 '디멘터'라는 아즈카반의 간수이다. 같은 칸에 동승했던 루핀의 도움으로 호그와트에 무사히 도착한 그들은 개학식을 통해 루핀이 새로 부임한 교수임을 알게 되고, 아즈카반에서 탈출한 죄수가 해리의 부모님을 배신해 죽음으로 이끌었던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된다. 해리포터와 아이들은 잃어버린 론의 마법동물 스캐너스를 찾게 되면서 시리우스 블랙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며 감춰진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좌측부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위대한 유산>, <이투마마>, <로마>의 포스터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998)>, <이투마마(And You Mother Too, 2002)>, <로마(Roma,2018)> 등에서 유소년기의 아이들의 눈을 통한 인간의 삶과 사랑을 비추어 보다 그적인 대비를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연출을 보여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는 실력을 과시한다.


일명 '머글'패션으로 전편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 대부분 해리포터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마법사 의상을 입고 나오는 전편들과 달리 그 나이 때쯤 입을 법한 일반 의상을 입고 나온다. 원작자인 조앤롤링이 설정해 둔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이 세 주인공들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여실히 패션으로 나타내고 있다.


위아래로 루즈한 핏의 해리포터의 트랙재킷과 청바지는 전형적인 영국의 중하류층의 청소년 표상이다.


해리포터(다니엘레드클리프 분)는 루즈핏에 스트레이트한 청바지에 라그랑 티셔츠에 물바진 듯한 남색의 트랙재킷을 입었고, 헤르미온느(엠마왓슨 분)는 핑크색 후디드 카디건에 일명 '골반바지'라 불리는 로우라이즈의 부츠컷의 진을, 론(루퍼트그린트 분)은 배기 핏의 청바지에 티셔츠를 레이어드 한 헐렁항 버건디색 니트를 입고 나온다.


대충 입은 것 같지만 이는 해리포터 세계관 속에 마법사를 상징하는 몇 가지 색 (녹색, 보라색 등)을 철저히 배제한 '머글'패션으로 이 역시 원작자가 설정해 둔 세계관에 입각한 표현이었다.


우선 주인공인 해리포터의 트랙 재킷은 전형적인 영국의 중하류층의 아이코닉한 패션 아이템인 트랙 재킷으로 다소 반항적인 면모와 스포티함으로 캐릭터에 성국미와 활동성을 더 했다.


극 중 캐릭터답게 다크 한 실루엣의 의상을 입은 말포이를 혼내주는 헤르미온느. 무지개패턴의 허리밴드가 인상적.


헤르미온느의 빈티지한 핑크 후디드 카디건과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플레어 한 청바지로 유행에 민감한 사춘기에 접어든 모습을 자연스레 연출하였으며, 론 위즐리는 전편들의 캐릭터에서 가져온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줄 법한 유니크한 모양의 니트와 배기 핏의 진으로 아직은 유행에 덜 민감한 꾸밈없고 서민적인 캐릭터를 부각했다.


말포이를 응징하는 헤르미온느 정면 컷. 병풍이 되어버린 두 남자 주인공들.


무엇보다 세 캐릭터 모두 이 시대에 대중들이 모두 입을법한 청바지를 입힘으로써 주요 관객으로 하여금 같은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는 너무 판타지스러운 마법세계관 속의 주인공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는 장치로 더욱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패션 디자이너 야니 테밈이 의상을 담당한 영화들 중 <그래비티>(좌), <블랙위도우>(우)


영화 속에 주인공들이 입은 옷들은 특정한 브랜드의 옷이 아닌 전부 의상담당자인 프랑스 출신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야니 테밈이 직접 만든 옷이다. 그녀는 이 영화 이후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마지막 편까지 의상을 담당하였다. 007 스카이폴의 의상 담당자로 유명세를 알린 그녀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의 현대적인 우주복을 만들었고, 마블의 영화 <블랙위도우(Black Widow, 2021)>의 슈트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배우와 함께 캐릭터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와 연구를 통해 배우가 의상을 입음과 동시에 캐릭터에 동화될 수 있도록 작업한다고 한다.


티브이시리즈로 부활하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


조앤롤링의 소설이 원작인 해리포터 시리즈는 또 한 번 티브이시리즈로 부활하여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다. 영화의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다시 한번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 흠뻑 빠져볼 수 있으면 좋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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