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넷플릭스시리즈)
중학생 무렵, 패션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기 전부터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열광했던 브랜드가 있었다. 몇십 년이 된 지금까지도 설레는 브랜드는 다름 아닌 '나이키'이다.
집안의 유복함을 떠나 그 당시 나를 비롯한 또래들은 나이키를 사기 위해 우유배달이나 신문배달 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손에 든 아니, 신게 된 나이키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 나쁜 친구들이 훔쳐가는 바람에 맨발로 집에 온 적도 있었다.
지금의 나이키를 있게 한 마이클 조던과 슬램덩크가 불러온 농구 열풍을 차치하더라도 '나이키'가 남긴 유산은 어떠한 명품브랜드나 유명 브랜드보다 더 존재감이 확실하며, 무엇보다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전 편에서 상술했듯이 온러닝, 호카 등의 신진 브랜드 등의 등장과, 시대의 흐름에 어긋난 경영방식 등으로 근 몇 년간 실적을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스포츠 브랜드 내에서 나이키의 위상은 굳건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시대 배경은 아직 마이클 조던이 없는 나이키의 도약기쯤이며, 당시 미국은 1970년대부터 불어온 조깅 붐이 전국적으로 퍼져 러닝이 국민운동이 된 시점이다. 나이키는 물론 퓨마, 아디다스 역시 그러한 흐름에 발맞춰 러닝화 개발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도 러닝화로 각광을 받고 있는 나이키의 페가수스 모델이 83년도에 처음 출시가 되었으며, 당시 열린 수많은 마라톤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대부분 나이키를 신었다.
러닝 이외 미식축구와 야구, 농구 등의 스포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화의 종류는 점점 세분화되어 갔다. 대한민국 역시 1983년을 기점으로 출범한 프로축구의 열풍으로 전 해 이미 출범한 프로야구와 함께 사회체육에 대한 열풍과 각종 스포츠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기게 되었다.
마이클 조던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전미프로농구 덕에 조던을 앞세운 나이키와 샤킬 오닐을 모델로 삼은 리복, 패트릭 유잉을 내세운 아디다스의 3파전으로 시작되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나이키가 이후 몇십 년 동안 화려한 왕조시대를 열어갔다.
<기묘한 이야기>는 패션뿐만 아니라 나이키, 리복, 반스, 아디다스, 컨버스 등 당대의 스니커즈들도 완벽히 복원해 많은 스니커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출연했던 모델들이 다시 복각돼서 출시되는 등 그 인기를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역시 가장 많은 등장한 스니커즈 브랜드는 나이키로, 마이크 윌러가 신고 나온 '코르테즈', 스티브 헤링턴의 '에어맥스 1', 일레븐의 '필드제너럴 하이', 루카스 싱클레어의 '맥 어택', 루카스의 동생 에리카 싱클레어의 'LD-1000' 등이 출연하였다.
이 중 아마 가장 유명한 모델은 코르테즈 일 것이다. 한 때 '교복신발'로 대한민국에서도 엄청 난 인기를 구가했던 제품인 코르테즈는 적당한 가격과 교복은 물론 어떠한 패션과도 어울리는 범용성과 무엇보다도 적당한 가격에 나이키를 신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사랑은 받고 있는 신발이다. 코르테즈는 나이키의 역사와 같이 한 오래된 모델 중 하나로 나이키가 일본의 오니즈카 타이거(현 아식스)의 제품을 미국 내에 전개하던 '블루리본'이었던 시절,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을 겨낭해 모델명을 '아즈텍'이라고 하려고 했으나 경쟁사인 아디다스가 먼저 '아즈테카 골드'라는 모델을 출시하여 아즈텍이란 이름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나이키의 창립자 필 나이트는 새로운 이름을 고민하다가,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és)'에서 따온 '코르테즈(Cortez)'라는 이름을 붙었다. 이는 '아디다스'에 앞서고 말겠다는 빌 나이트의 의지가 보인 도발적인 네이밍이자 성공적인 마케팅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극 중 일레븐이 신고 나온 나이키의 '필드 제너럴 하이'는 미식축구화로 출시된 1982년 제품으로 나일론과 가죽 소재의 적절한 조합으로 튼튼하고 가벼우며, 굽이 낮고 와플 형태로 이루어진 아웃솔로 접지력이 뛰어난 제품이다. 근 몇 년간 로우프로파일 형태의 스니커즈들이 유행하면서 2024년 복각되어 재출시된 바 있다.
처음부터 나이키가 잘 나갔던 건 아니다. 급격히 부흥한 스포츠 시장을 먼저 선점한 건 아디다스였다. 나이키의 시작보다 훨씬 이전인 1940년대부터 시작된 아디다스는 당시 기존의 신발 양 옆에 세 개의 가죽끈을 덧대어 내구성을 높인 신발로 유명세를 탔으며 이후 우리가 익히 아는 삼선(Three Stripes)이 그 들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의 나이키를 있게 한 마이클 조던은 원래 아마추어 선수 때부터 애용하던 아디다스와 계약해려고 했다가 극적으로 나이키와 계약을 했다는 후문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이다.(영화 <에어 (Air, 2023)>에서 그 유명한 일화를 영화화했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나온 아디다스의 제품은 여러 가지 모델 중 윌 바이어스의 '캠퍼스', 낸시 윌러의 '애틀랜타'가 눈에 띈다. 이중 윌 바이어스가 신고 나온 캠퍼스는 아디다스의 헤리티지를 가장 잘 대표하난 모델로 알려져 있다. 70년대 말 '토너먼트'라는 이름의 농구화로 출시되었었던 이 모델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캠퍼스'라는 모델명으로 당시 대학생을 비롯한 틴에이져를 타깃으로 하여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였다. 스웨이드로 된 갑피와 가죽으로 된 삼선 로고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룩의 연출이 가능한 캡퍼스는 이후 비스티보이즈가 아 모델을 신고 제작한 앨범커버가 유명해지면서 스트릿패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 스케이트보더와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도 2026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공연자로 예정된 '배드 버니'와의 콜라보진행하는 등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이외에 주목할 만한 브랜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 터였던 맥스가 신고 나온 반스의 신발들이다. 극 중 스케이트보더답게 맥스는 시즌이 거듭돼도 줄곧 반스의 제품만 신고 나온다. 맥스는 반스의 '올드스쿨'과 '스케이터하이'를 신고 나온다. 1978년 출시된 '스케이터 하이'는 '스타일 #38'이라는 이름으로 첫 출시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하이탑 스케이트화이다. 패딩처리된 발목과 강화 패널을 이용해 내구성이 강화된 모델로 여전히 많은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확실히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과는 다른 결의 스니커즈 브랜드인 '반스'는 태생부터 독특하다. 1966년 캘리포니아의 반 도렌이 창립한 반스는 일종의 수제화 매장이었다. 주문받은 신발을 공장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매장 한편에서 직접 만들었다. 초기 제품들의 모델명이 '스타일 # XX'인 이유 역시 주문번호인 것이다. 특유의 내구성으로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열풍적인 지지를 얻은 반스는 1982년 개봉한 <리지몬트 연애소동(FastTimes at Rigemont High)에서 주인공인 숀펜이 당시 '스타일 #98'(현재 모델명 '슬립온')을 신고 나오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업의 급격한 확장으로 84년 한번 하산의 위기를 겪은 반스는 스케이트화에만 집중하면 지금까지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이다.
반스와 나이키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와 협업한 제품들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며, 국내에서도 '아임멥스튜디오', '스파오' 그리고 무신사가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콜래보 기획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견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레트로풍의 콘텐츠가 빈티지나 복고의 유행을 견인하고 있는 것 같지만 패션계의 속사정을 조금만 짚어보아도 그와는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넘처나는 패스트패션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 유행이 생겨나는 현재의 패션시장에 지친 소비자들, 패션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따라가기 힘든 정도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세대들은 그들이 겪지 못한 옛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꿈꾸며 살고 있다. 영화나 출판 문학 등 종합 예술 쪽에서 불어오는 이 레트로의 바람 역시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