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무리 Jan 03. 2021

스위트홈 - 믿음이 필요한 세상

"사람을 헤치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스위트홈'을 정주행 했다. 이틀에 걸쳐 시즌 1을 끝내고,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드라마여서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믿음'이라는 단어였다.


괴물화가 진행 중인 주인공 '현수'를 중심으로 드라마의 인물은 '사람'과 '괴물'로 나누어지는데, 단순히 좀비와 같은 감염이 아닌 사람의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된다는 설정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사람과 괴물이 함께 가지고 있는 '서로를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었다.


사람은 '사람을 헤치지 않는 괴물이 있다는 믿음', 괴물은 나는 괴물화가 진행 중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이 두 가지 믿음이 끊임없이 서로를 살리기도 하고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사람을 헤지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


실제로 드라마 속 이 대사는 주인공 '현수'를 연기한 배우 송강이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로 꼽기도 했다. 어차피 세상은 종말에 가까운 절망적인 상황이고, 언제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살기 위해 버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상황임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싶어한다. 괴물로 분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끝내 놓지 못한다.


종말에 가까운 세상에서도 왜 우리는 서로를 믿고 싶어하는 걸까?




지난 2020년은 여느 때보다 공동체와 연대가 중요한 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염의 원인이 될지 모를 전염병 때문에 개인의 자유는 많은 부분 억제되었지만 기꺼이 감수한 시간이었다. 그 기꺼움 속에 고통이나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감수하며 하루하루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기꺼이 감수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수적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함께 극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 가끔은 허탈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뉴스들로 마음이 산란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믿어야만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너의 안녕을 빌어. 나는 너를 믿어. 너는 나를. 우리는 서로를 해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반드시 일상을 되찾을 거야.


그렇게 맞이한 2021년.

여전히 믿음이 유효하고,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