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2일] 열린 결말의 일상에서 완결된 책을 내고 또 읽는다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 연장됐다. 확진자수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 않고 내내 500명대였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막상 국무총리의 발표를 듣고 나니 이제 정말 이렇게 '위드 코로나'의 시대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허탈한 마음도 든다.
이번 주만 지나면, 다음 주면, 다음 주면 하는 끝없는 열린 결말 속에서 2020년이 마무리되고 새해를 맞이했다. 늘 끝나지 않는 열린 결말이라 지난해 내 삶에서 완결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내 이름으로 완결된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가끔은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한, 일상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조금씩 나는 또 지금 이 단계의 자리에 발을 붙이고 다른 완결된 이야기를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책을 쓰고 출간한 일 말고도 지금의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완결형의 일이 있다. 바로 책을 읽는 일. 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요즘이지만, 지난해 조금씩 조금씩 훼손되는 일상을 붙들고 보듬기 위해 가장 많이 했던 일이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었다. 여느 때보다 가장 많이 쓰고 읽은 한 해였다.
책을 읽는 것은 완결형의 일이기도 하지만 확장형의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 친구가 우연히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걸 알고, 공간을 공유하진 않지만 시간을 같이 보내는 기분이라는 다정한 말을 건네 왔다. 시간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자주 함께 하진 못하지만 같은 것을 읽고 느끼며 마음이 가닿는 느낌.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도서 판매가 늘었다는 뉴스가 종종 들려온다. 여전히 출판업계나 작은 오프라인 서점들은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고, 안 읽는 사람은 더 읽지 않는다는 독서의 양극화 통계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해본다.
책읽기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완결형의 일이니까. 완결로 끝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까지 확장될 수 있고,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이해와 공감의 깊이와 넓이를 늘려주는 몇 안 되는 일이니까. 그 누구의 삶도 해치지 않는 무해하고 온전한 완결형의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