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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Jun 08. 2021

디지털 순위 투표제의 제안

지난 2016년의 20대 총선은 야권의 승리로 나타났다. 1인 1표로 사는 정치 소비자들의 구매 결과 가장 많이 정치상품을 판 것은 '더민주'였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야권도 실은 실패한 선거였다. 당초 유사 상품을 팔던 동업자들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1개 선거구에 당선자 1명을 뽑는데 동업자 간 다툼으로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다.


실제 여권 '새누리'의 경우 공천 잡음에도 불구하고 탈당 무소속의 출마로 야권 후보가 당선된 경우는 거의 없는 데 반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표를 분산시켜 여권이 당선한 경우가(만일 더민주나 국민의당 득표 중 3분의 1 정도는 상대편 표를 잠식한 것이라면) 어림잡아 16석이었다. 야권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정치 소비자(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한 셈이다. 


그런 때문일까 지난 2000년의 21대 총선에서는 촛불혁명으로 여권이 된 더민주는 존재감을 잃은 재분열하며 존재감을 잃은 국민의 당 덕분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승을 거두었다. 사실 7년간의 독재를 마감하는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약 36.6%의 득표로 당선되었는데 당시 야권인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득표를 더하면 55%에 이르러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노태우 대통령은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일 얼만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과 안철수가 단일화에 실패했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상상의 일이지만 현재의 선거제도하에서 정당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고 대표자를 뽑는 것은 위험한 일이란 것이다. 


정당 공천의 법·제도적 프리미엄을 줄이는 한편, 무소속도 선호 정당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유권자는 1·2·3순위를 정해 투표한 뒤 가중치로 계산하거나 낙선후보 득표는 유권자가 정한 순서로 다른 후보에게 이전해 최종적으로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되도록 한다면, 정당의 과도한 개입이나 결선투표도 필요 없이 한 차례 선거로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인터넷.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선거는 물론 정책결정에서도 다수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당에 맡기는 것보다 신속하게 조정해 반영할 수 있다. 

소수의 권력 다툼을 위해 다수의 의견과 선택을 왜곡하는 도구가 되어가는 정당의 역할을 견제하는 한편, 정치 소비자에게 정보와 신뢰를 주는 정당 기능을 강화하고, 일부의 선동적 네티즌에 의한 사이버상의 여론 편향을 막기 위해서도 소비자들이 직접 정치상품을 쉽게 고를 수 있는 디지털민주주의에 관한 논의를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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