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혁명(3차 산업혁명) 네트워크 시대의 도래와 소비

경제발전과 소비자(3)

20세기 이후 현대를 정보화 혁명시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역사시대의 전개 자체가 바로 정보화혁명이다. 즉 구어에 의존하던 문화의 축적과 전달이 문자화 되면서 정확도와 양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다시 14세기 경부터의 인쇄술 발달은 지식 전파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한편 19세기에 들어 전기 사용과 동시에 일어난 전신기와 전화기 발명은 정보 전달의 속도를 빛의 속도로 만들었다. 따라서 최근에 일어난 정보화 기술 발달만을 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다.

다만 문자의 보급은 5천년에 걸쳐 일어났고 인쇄술도 수백년, 전화의 보급도 1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각 가정에까지 보급되었지만 1960년대 이후 컴퓨터와 통신을 활용한 정보화의 진전 속도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진공관 발명과 반도체의 진화, 기억 용량과 처리 속도의 기하급수적 발전, 광통신, 무선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통신속도의 발전과 인터넷 네트워크의 연결은 불과 반세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발전이 과거와 다른 차이는 단지 기술 발전의 내용이 획기적이라는 점만이 아니라 영향을 미치고 직접 이용하는 소비자 그룹의 확대가 종래 경험하지 못한 속도라는 점이다. 예컨대 과거 증기기관이나 가솔린 자동차 혹은 전화가 발명, 상용화되고 다수 소비자들에게 보급되기까지 시간은 최소 5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반해 이제 신기술이 개발과 함께 시장에 나오고 혹은 곧 바로 차세대 기술이 등장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터넷 통신이 전문가들에 의해 고안되고 불과 30여년 만에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활용해 방대한 지식을 검색하고 생산,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또한 수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고, 종래 상품 선택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며칠을 보내거나 여기저기를 찾아 헤매야 얻어 낼 수 있었던 정보들을 수초 만에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책임 있는 대중 매체에 의해 한번 걸러져야 다수에게 전달 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개인이 생산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수 많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상황이 되자 인터넷이 잘못된 지식으로 오염되는 부작용도 속출한다. 하지만 잘못된 지식은 다시 소비자들에 의해 검증되어 정화되고 그 속도 역시 빠르다.     

2차 산업혁명이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의 범위를 가전이나 자동차와 같은 내구성 기계로까지 비약적으로 확대시켰다면 3차 산업혁명은 소비자의 선택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불과 수초만에 수백, 수천개의 쇼핑몰,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내고 때로는 상품의 생산자나 공급자보다 더 방대한 지식으로 무장된 소비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소수 전문가들도 갖기 어려웠던 지식이 소비자들에의해 공유되고 있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기계를 활용한 대량생산과 대중 매체를 통한 구매 수요창출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와 함께 능력있는 소비자들을 자신의 친구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그러한 소비자의 선택을 활용한 경제와 정부의 계획이 주도한 경제의 명암이 갈렸다면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플랫폼을 주도한 경제와 그렇지 못한 경제의 명암이 갈렸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No”라고 말 할 수 있는 일본이라고 외치며 성장하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되뇌이게 된 것은 바로,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결합 산물이기도 한 정보화기기 산업에서의 성과를 다음 세대에 연결시키지 못하고 어쩌면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현재도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에서의 주도권을 미국에 내어 준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90년대 한국 경제가 선진경제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글로벌 정보화시대의 진전에 맞춰 인터넷 통신 기반을 갖추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환경을 조성한데 기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