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혁명이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증기기관과 그를 이용한 각종 기계 발명에 따른 생산력의 발전을 가져왔다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내연기관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생산, 전달, 활용방법의 혁명이었다.
1차 산업혁명이 대중소비자 계층의 탄생을 기반으로 대량 소비 수요에 의해 촉발되어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각종 기계의 발명과 함께했다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소형화된 내연기관 보급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기계와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증기기관도 과거의 수차(물레방아) 등에 비하면 에너지 이용의 장소적 제약을 벗어나게 했지만 소음이나 크기 등의 면에서 공장과 같은 장소가 아니면 대량 에너지를 쓰기 어려웠다.
처음 전기가 활용된 것은 주로 조명장치였지만 음향, 영상 등의 분야에까지 쓰임새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기의 발명은 전선을 통해 에너지 전달 속도를 빛의 속도로 진화시켰고, 소형 내연기관 발명과 함께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이동하면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TV와 같은 내연기관, 전기를 이용한 기기의 보급은 대중 소비자들의 수요가 단지 양적 증가를 넘어 질적 변화를 가져왔고, 특히 자동차와 냉장고의 보급으로 소비생활의 지역 범위가 대폭 확대돼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상품들을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종전처럼 집 근처의 소매상이 제공하는 좁은 범위의 상품들 가운데 선택하던 것에 비해 소비자들이 많은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엄청난 상품 메뉴들 가운데서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시대로 발전했다. 선택의 범위는 수백 배 이상이 되었고 식품, 의류 등 생활용품뿐만이 아니라 가전제품, 자동차 등과 같은 기계류까지도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구 소련은 산업혁명의 후발 주자임에도 2차 대전의 승자로 남아 정부의 계획경제 아래 1960년대까지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들보다도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2차 산업혁명의 성숙 과정에서 소비자의 폭넓은 선택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2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각종 소비재의 생산에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즉,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않더라도 계획에 따라 생산량을 늘려가면 되는 경우에는 공산주의 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했지만, 2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경제에서는 미리 생산량을 정하고 배급하는 공산주의적 생산, 분배방식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고 싶은 상품을 만들어 나눠주는 방식)은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국가가 수요자인 무기체계나 우주 개발 경쟁에서는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각종 소비재 생산에서의 경쟁력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고, 개방된 경제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그러한 문제는 심각하게 노출되었고, 80년대 중반 고르바쵸프의 개혁과 개방 시도도 실패하고 통합 국가체제까지 붕괴되는 사태를 맞는다.
2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에너지 사용의 변화, 각 가정이나 개인들도 에너지를 사용하여 기계를 작동시키고 자가용차로 이동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되었고 정부 선택에 의존하는 경제는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산업혁명의 후발 주자로 앞선 경제를 모방하는 단계에는 정부 계획이 시장의 선택보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오히려 성장을 가속화하기도 하지만 상품이 다양화하고 소비자의 섬세한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단계가 되면서 종래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한 경제체제로 남기 어려워진 것이다.
공산주의 중국의 생존과 도약은 70년대 말 덩샤오핑 주도 아래 경제개방으로 미국을 비롯한 거대 자본주의 시장과 소비자들의 선택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체제로 변화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연간 10%대에 달했던 한국의 70년대 경제성장도 정부 주도의 성과라기 보다는 수출지향적 공업화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외국 시장의 소비자들의 선택을 잘 활용했고 비록 재벌 기업들의 문제가 많은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소비자들에 의해 선택된 결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