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수사권(원래 경찰도 수사를 할 수 있었으니 엄밀하게는 종결권), 기소권(범죄행위를 수사한 뒤 처벌을 받도록 재판에 넘기는 권한) 독점에 따른 무소불위 권력을 없애겠다며 검찰 조직과 권한에 손을 댔다. 그래서 생활 범죄에 속하는 것들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에 주고, 정치인이나 공직자에 관한 수사, 기소권을 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넘기는 개혁을 추진했다. 분열된 야당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당근으로 설득하고, 이어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서 대승하면서 당초 의도대로 공수처가 발족되었으니 검찰 개혁은 성공한 것일까?
다수 국민들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권에 따라 유죄, 무죄가 바뀌고,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죄는 짓는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라는 말처럼 검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었으니 뭔가 개혁이란게 이뤄졌나 보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경찰을 실제로 다 겪어 본 필자의 생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우선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져 있었다. 검찰의 무소 불위 권력은 단지 수사, 기소권의 독점이라는 것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형법이나 형사벌 관련 법령이 검찰에 준 과도한 권력과 재량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것은 그대로 둔 채 그 권력을 경찰, 공수처, 검찰에 나눠 갖도록 한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되거나 정권이 검찰의 인질이 되는 것도 불행한 일이니 권력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공수처와 같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특히 전두환 대통령 이래 일곱 분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 한 분 빼고는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고, 자살한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감옥에 갔으니 권력과 검찰 관계는 분명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도 범죄에 해당하는 잘 못을 저질렀으면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판결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 앞의 평등이란 이념을 실현한 것이니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통령 7명 가운데 6명이 범죄자인 나라가 정상적인 것일까?
문제는 우리 형사벌 관련 법령을 검찰이 제대로 꼼꼼하게 집행하면 비단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범죄자로 될 상황인데, 권력자들만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기관에서 신중한 수사를 받게 하면 되는가? 아마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보통 사람들을 괴롭힐 까닭이 있느냐?” 하고 말하겠지만 필자는 수차 그런 경험을 했고 다행히 법적으로는 기소조차 당하지 않았지만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고 또한 범죄 혐의조차 입증하지 못해 기소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자체가 불이익을 주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은 아주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무소 불위 검찰이 탄생한 원인은 단지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가 아니라 형벌의 과잉과 수사, 기소권 행사 재량에 대한 통제의 미흡,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종 불이익을 주는 제도와 관행에서 온 것이다. 조국 전 장관만 하더라도 대통령의 특별한 신임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검찰 수사를 받는 순간(기소 당하기도 전)에 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검찰 권력의 일부를 경찰에 준다고 해서 국민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 혼자서 하던 나쁜일을 검찰과 경찰이 나눠서 한다고 나아질까? 더구나 경찰 수사를 직접 경험해 본 필자의 생각은 경찰은 검찰보다 나쁜 일을 더 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숫자도 많고 이런 말을 하면 사람 차별한다고 돌팔매질이라도 하겠지만 대다수 경찰이 갖고 있는 법률지식의 부족이나 인권에 대한 인식의 결여는 부패한 경찰만이 아니라 정의감을 가진 경찰에 의해서도 인권 침해가 쉽게 잘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일반 국민들은 법률지식이나 인권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부족한 경찰에 의해 마구잡이 수사를 당해도 좋다는 것이고 그 것이 무소 불위 검찰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무소 불위 검찰을 없애는 목표가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검찰개혁인 것이다.
나아가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을 갖게 된 원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검찰 개혁을 외치는 정의로운 사람들(시민단체 들)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무슨 문제만 조금 생기면 형사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엄청난 형벌을 규정해 곳곳에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감옥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도 기업 중대재해법, 민식이법, 땅투기처벌법,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 등등... 검찰 개혁을 한다면서 실은 검찰 권력을 강화하는 역주행도 만만치 않게 했던 것이다.
예컨대 갑질 규제와 “을”의 보호를 외치며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를 없애 정의로운 검찰이나 경찰의 칼로 “갑”을 응징해야 한다지만, 무엇이 갑질인지는 경제학적으로도 매우 규명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임대료를 높게 받거나 납품 단가를 낮게 정하는 것이 갑질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만일 어느 사업자가 시세보다 임대료를 싸게하거나 납품 단가를 비싸게 쳐주면 그런 곳에 임차하거나 납품을 위해 줄을 서야하고 결국은 이런 저런 조건으로 선별을 해야 할텐데 그 선별의 조건이 가격에 의해 임차인과 납품업자를 선택하는 것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러니 임의적 잣대로 임대료가 높거나 납품 단가가 낮다는 이유를 들어 형벌을 부과한다면 헌법에 규정된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의로운 시민단체들은 갑질을 형사벌로 규제하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만일 그렇게 되면 한국은 자유 시장 경제가 아니라 검찰 경찰이 시장을 좌지 우지하는 기형적 자본주의 국가로 될 것이다.
얼마 전 주택 관련 대책회의에 경찰청장까지 참석해 의아했는데, 아마 주택 문제도 검찰과 경찰을 잘 활용했으면 간단히 해결되었을 것이다. 검경이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만하면 국민 상당수는 생애 일부를 감옥에서 보내게 되고 수형자 1인당 면적은 아주 적으니 주택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우스개 소리다). 이유 불문하고 어쩌다 실제 거주지와 다른 곳에 주민등록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이니 제대로 조사하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도 국민 상당수는 감옥에 쳐넣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 농지를 전용해 퇴임 후 집과 경호관저 마련한 것도 꼼꼼하게 검토하면 허위 영농계획서 제출(5년 이하의 징역)이나 직권 남용 쯤으로 몇 년 콩밥 먹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시민 소비자 단체들이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소리 높이지만 그 단체의 회원 정보 관리 실태만 제대로 조사하면 개인정보 관리자들 상당수를 감옥 보내거나 벌금형 때리는 것은 문제가 아닐 듯하다.
위선적인 조국 전 장관을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표창장 위조 같은 잡범들이 하는 죄를 저지른 것을 가지고 엄청난 검찰 인력을 투입해 4년형이나 받게 한 것이 정의로운지는 잘 모르겠다. 엉터리 논문이나 가짜 인턴 혹은 봉사활동 스펙 만들기를 한 학부모들 가운데 일부를 업무 방해죄로 감옥에 보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법 앞의 평등이나(허위 스펙을 만든 학부모들은 많은데 하필 조국 가족만 가혹하게 당했다고 하니)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비례성 원칙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크나큰 문제는 검찰 적폐를 해소하겠다며 정작 자신들은 적폐 검찰을 활용해 정적들을 감옥에 넣는 더 큰 적폐를 쌓은 것이다. 그리고 검찰개혁의 방법이라는 것도 겨우 본인들(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등)만 새로 만든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돌려놓고 보통 사람들은 검찰보다 인권 침해의 우려가 더 큰 경찰 수사를 받게 했으며, 검찰에게는 각종 경제 범죄의 형벌을 높이거나 수사권을 확대해 기업들은 더욱 더 검찰을 무서워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한 것이 아니라 검찰개악을 한 것이다. 제대로 검찰개혁을 하려면 보통 사람들도 검찰, 경찰의 선택적 수사.기소권 행사에 항변할 수 있게 하고(말하자면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은 선택적으로 수사당했다는 것을 이유로 증거 수집의 불법성을 주장할 수 있게 하는 것) 검찰, 경찰의 수장도 자치단체장처럼 직접 선거를 통해 뽑아 국민에 의한 검경의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과잉 형벌을 대폭 폐지하는 것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