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게 오르다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 가운데 오피스텔에 살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데, 새로 짓는 오피스텔들은 대부분 복층 오피스텔로 설계된다. 하지만 좁은 집에 계단을 넣어야 하고 복층이란게 완전한 한층이라기 보다는 겨우 높이 1.5미터에 불과해 생활에는 불편하다 보니 잡동사니 창고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층 높이를 4미터 넘게 올리면서 천장 아래 창고로나 쓰일 다락 하나를 만드는 것은 좀 비경제적인 일이다. 50센티만 더하면 그럭 저럭 생활이 가능한 다락방이 될 것이고 건축 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도 않을 텐데 왜 그런 일을 할까?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바닥면적의 합계를 제한하는 용적률 규제로 인해 높이가 1.5미터 미만이면 바닥면적 합계에 포함되지 않는 규정을 지키며 공간을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필자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영화 기생충과 반지하의 불편한 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다 주민들을 살기 편하게 하려는 정부 배려 덕분에 어둡고 습기 찬 반지하에서 생활하게 하고, 키 좀 큰 사람에겐 생활 공간으로 별 쓸모 없는 다락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도시가 번잡하면 시민들 생활이 불편해지니 주택을 많이 짓지 못하게 규제해야 하고(그 결과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더라도 나라를 걱정하며 아름다운 도시를 지향하는 공무원들과 시민운동가들의 생각은 그런가 보다), 다른 글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그런 목적을 위해 정부, 지자체는 일정 면적 위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 바닥면적의 합계를 규제했는데, 나쁜(?) 건물주들은 발코니를 확장하고 한 층 안에 높은 다락방을 만드는 편법을 동원해 주거면적을 늘리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처음엔 불법 행위라며 규제의 칼을 휘두르다 결국 다수와 싸움을 벌이기엔 힘이 겨웠는지, 1.5미터 이내 발코니 확장이나 다락은 용적률 규제 대상이 되는 바닥면적 합계에서 제외한다고 양보하여 편법을 인정하게 되었다.
결과는 어떠한가? 이런 타협적 규제는 건축물 모양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어 아파트는 확장을 통해 없앨 목적으로 발코니를 설계하고(건축 규제로 오피스텔은 발코니를 설치할 수도 없다) 오피스텔은 층 고를 높여 계단을 설치하면서도 불편한 다락을 만들게 된 것이다. 결국 소비자,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이 정한 틀에 맞춰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독선적 발상은 모두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주민들에게 편익이 많은 곳은 수요에 따라 높여 주는 것이 옳다. 다만 용적률을 높게 허용하면 토지 소유자가 거저 돈을 벌게 되니, 용적률(개발권)을 사서 원하는 면적만큼 건축하도록 하고 거기서 조달된 재원으로 기본 주거수당을 지급하면 어떨까? (주1)
그럼 아름다운 발코니도 생기고 여유로운 복층 오피스텔도 만들어져 에입주자들은 편리해 질 것이고, 토지 소유자들 땅값이 올라 부자 되는 것이 좀 배 아플 수는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환수되어 빈곤층의 주거를 지원할 재원도 마련될 것이다.
1) 개략적 추산이지만 서울의 약 300개 역세권(반경 1km로 계산시 역당 3.14km2(약 100만평), 도로, 녹지, 상업용지 등을 제외하면 주거지역은 30% 정도)에 1개 역당 주거지역은 30만평 정도인데 현재의 평균 200%에서 350% 정도로 상향하면 1천만평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주거지를 500만평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서울시의 주거용지는 1000만평 정도이니 50%를 확대한 것과 같은 결과이다. 그리고 만일 이러한 용적률을 판다면 평당 2~5천만원 정도에 팔수 있을 것이므로 300조 원 정도의 수입이 기대된다. (수치는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