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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Aug 14. 2021

K-POP 성공신화에 대한
속물 경제적 해석

 한국 젊은이들의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케이팝의 유행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30년 가까이 그 위상을 유지하며 오히려 팬층은 더욱 두터워지고 폭도 넓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트위터에 ‘만약 당신이 책, 영화, 전시회, 콘서트에 300유로를 쓸 수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냐’는 글을 올리자 곧이어 ‘BTS 콘서트요. BTS ‘버터’ 스트리밍 해주세요, 대통령님'이라고 리트윗했다. 프랑스가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2년간 300유로(약 40만원) 상당의 ‘문화 패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알리기 위한 트윗이었다. 산업 규모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이제 K-POP은 외국인이 한국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한다.

 필자는 고교 시절 청년문화라며 통기타 포트송이 유행할 때, 기타의 화음 코드를 잡는 법을 배웠던 것 외에는 대중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조심스럽게 속물 경제 관점에서 K-POP 성공신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사실 필자가 일본에 유학하던 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대중음악을 한국이 배우는 처지였고 일본은 일찍이 60년대에 사카모토 큐(坂本 九)라는 가수가 “우에오무이테아루코”(上を向いて歩こう,'위를 보며 걷자'는 뜻)라는 노래로 미국의 빌보드 핫 100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니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2위를 하기 훨씬(약 50년) 전에 일본 음악을 미국에 알린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제 오히려 일본이 한국을 배우고 있다니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케이팝의 성공 원인에 대한 연구들도 상당수 눈에 띄는데, 케이팝이 주로 동아시아권을 무대로 할 때는 유교문화권의 공유로 설명하기도 했고, 세계로 퍼져 나가자, 제작, 언어, 멤버 등의 초국가적 성격(프로듀싱 단계부터 수출 시장을 염두에 두고 구성)으로 설명하고, 글로벌화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플랫폼과 같은 신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성공요인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열거된 성공 요인들은 케이팝이 아닌 외국의 음악 산업 경쟁자들에게도 열려 있었지만, 이러한 기회들을 케이팝이 신속하게 활용하고 상품으로 만들어 낸 점은 평가할 만한 것이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박지민, 김신동 “이래서 케이팝은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 2020.12.28. 기사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809254185441#0DKU 참조)     

 하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화적 감수성 공유, 초국가적 음악성, 인터넷의 미디어의 신속한 활용만으로는 케이팝이 성공을 설명하는데 부족한 면이 있다. 아마츄어 수준 분석이긴 하지만 필자의 사회 초년생 시절(1980년대) 한국의 많은 가정에서 피아노를 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어리석게도 필자는 피아노가 인테리어 장식용이나 배운다고 자랑하려는 것 외에는 쓸데없는 사치라며 비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풍조는 1990년대 중반 한국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악기 생산, 수출국이기도 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각종 디지털 오디오 기기들이 보편화하며, 공부할 때도 음악을 들으며 해야 더 잘된다고 우기고, 아이돌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어린 음악 팬들이 등장했는데, 필자는 공부 못하는 애들의 억지로 치부하고 “열심히 공부할 시기에 무시험으로 편해졌다고 연예인이나 따라 다니니 큰일”이라며 한국의 앞 날을 걱정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입시경쟁에 몰입한 학생들이 우리 나라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한다는 꼰대 같은 필자의 생각은 여전하지만...)

 그런데 돌이켜 생각하니 이들의 열정이 “서태지와 아이들”은 물론, 이수만과 에스엠을 탄생시키고, 오늘날의 BTS를 등장시킨 서막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사치스런 혹은 남 보여주기식 음악 교육 열풍과 철없어 보이는 꿈들이 결과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음악 소양을 갖게 했고, 국내 대중음악 수요를 확대하며 세계가 함께 즐거워할 음악 산업을 만드는데 기여한 것 아닐까? 또한, 다행스럽게 정부가 유망 케이팝 육성이니 뭐니 하며 나서지 않은 것도 자유롭게 경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산업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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