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발차기를 벗어나지 못한 실력이지만 뭘 했다고 수영레슨만 끝나면 이렇게 졸음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
졸린 눈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내 눈앞에 폐지를 가득 담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흰머리, 깡마른 몸, 주름지고 검게 타서 거칠어 보이는 피부.
그가 안쓰럽다. 그를 보는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일까? 나는 수레를 끌고 가시는 분들만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괜히 속이 상한다. 저분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왠지 열심히 살았지만 많이 배우지 못했고, 세상에 약지 못해 그들이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있는 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내 시선은 수레 끄는 노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지쳤는지 발걸음이 느려져 마치 슬로우 모드로 설정된 것 마냥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의 눈은 계속해서 그를 쫒았는데 순간 그의 눈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무엇을 보았길래 그러지? 주변을 보았지만 파지는 없었다. 대신 나의 눈이 그의 눈길이 이끄는 끝에 다 달았을 때는 타인이 마시다 버린 커피로 추정되는 음료가 남아 있는 플라스틱컵만이 보였을 뿐이다.
‘제발.. 제발.. 내 착각이길... 내 오해이길... 나의 노파심이실...’
버스정류장에는 나 외에도 5-6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그 노인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재빠르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인도에 쭈그려 걸터앉아 남이 버리고 간 음료의 뚜껑을 열고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하....
내가 도울 수 없는 현실을 보는 일은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진다. 아름다운 모습만 눈앞에 펼쳐지길 바라며.
그 노인의 오늘 아침 식사의 반찬은 뭐였을까? 점심은 드셨을까?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질텐데..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힘들게 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오늘 그의 행동은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될 것 같다.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늘의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