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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성장 동력으로 바꾸는 리더십 철학

NVIDIA CEO Jensen Huang과의 Fireside Chat

by 콘텐주


이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인사이트

• 위기 극복 사례: NV1 실패 후 30일간 에뮬레이터로만 NV3 개발한 생존 스토리

• 정직한 협상법: 세가에게 "실패했지만 돈은 달라"고 말해 회사를 구한 방법

• 경쟁 전략: 50개 경쟁사 속 꼴찌에서 독특한 자리 찾기

• CUDA 결단: 그래픽스 칩에 범용 컴퓨팅 기능 추가한 과감한 베팅

• 목표 없는 경영: 숫자 목표 대신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하는 철학

• AI 시대 학습법: 아카이브 논문에서 Perplexity 활용으로 바뀐 공부 방식

• 물리적 AI 예측: 5년 내 공장·창고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전망

• 평범한 영웅들: 어머니, 식당 설거지공, 교토 정원사에게서 배운 인생 철학


Perplexity Business Fellowship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다렸던 순간인 Jensen Huang과의 Fireside Chat이었다. 엔비디아의 CEO이자 현재 AI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그와의 대화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서, 실패와 위기를 성장의 씨앗으로 바꾸는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망가진 기술에서 시작된 엔비디아의 진짜 이야기

Jensen Huang이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엔비디아 초기 3년간의 '대실패'였다. NV1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포워드 텍스처 매핑, 곡선 표면, Z버퍼 없는 설계 등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접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개발자들이 사용할 도구가 없었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이 기술을 감당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기술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이 한 문장에서 Jensen의 리더십 DNA가 드러난다.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 실패가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의 그래픽스 회사로 만든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NV1에서 NV3로의 전환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완전한 방향 전환이었다. 포워드 텍스처 매핑에서 인버스 텍스처 매핑으로, 곡선 표면에서 삼각형 기반 메시로, Z버퍼가 없는 시스템에서 Z버퍼 필수 시스템으로의 근본적 변화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업계 1등에서 꼴찌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일한 소비자용 3D 그래픽스 회사였지만, NV3 개발 시점에는 50개가 넘는 회사들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었다. 하지만 Jensen은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50개의 경쟁사가 있고 우리가 꼴찌라고 해도, 그 속에서도 길이 있고 전략이 있으며 독특한 자리를 찾을 방법이 있습니다."


"실패했지만 돈은 달라": 세가와의 기적 같은 협상

가장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세가와의 계약 이야기다. 엔비디아가 세가의 게임 콘솔용 NV2를 개발하던 중, 기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Jensen의 선택은 상식을 뛰어넘었다. 그는 직접 일본으로 가서 세가의 CEO 이리마지리에게 세 가지를 말했다.

첫째, 우리 기술이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다른 회사와 일하는 것을 권한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불해 주면 감사하겠다.

"우리가 완성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하지만, 그래도 돈이 정말 필요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문 닫지 않으려면 그 돈이 필요했거든요."

이런 적나라한 솔직함이 오히려 세가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세가는 엔비디아에게 비용을 지불했고, 이 돈으로 엔비디아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Jensen은 이 경험에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든 정직하고 솔직한 소통이 최선의 방법이다. 둘째, 취약함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CEO에게 정말 중요하다.

"그때가 아마 우리 회사 역사상 가장 취약한 CEO였을 겁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말이죠."


책을 사서 배운 3D 그래픽스: 불가능한 여정의 시작


더욱 놀라운 것은 NV3 개발 과정이었다. 당시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3D 그래픽스 칩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몰랐다. Jensen은 직접 프라이스 전자상가에 가서 OpenGL 교과서 3권을 사서 엔지니어들에게 나눠줬다.


"돈이 떨어져가는 회사가, 첫 번째는 틀렸고, 두 번째는 어떻게 제대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교과서를 사서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Jensen의 답은 명확했다. "우리가 경쟁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틀린 방식을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틀린 방법을 완전히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50개 경쟁사 중에서 어떻게 세계 리더가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CUDA: 그래픽스를 넘어선 과감한 도약


엔비디아의 두 번째 큰 전환점은 CUDA였다. 많은 사람들이 Bill Dally와 연관지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John Nickolls가 CUDA의 설계자였다. 그는 CUDA가 완성될 때까지 마지막 날까지 일했고, 회사 내에서 CUDA를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CUDA의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였다. GPU에 범용 컴퓨팅 기능을 추가하면 실리콘 비용이 늘어나고, 전력 소모도 증가하며, 그래픽스 성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컴퓨터 그래픽스 시장은 극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어떻게 그래픽스 사업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CUDA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아키텍처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었습니다."

Jensen은 CUDA의 성공 요인을 기술보다는 '끈질김'에서 찾는다. 회사 내부의 모든 것을 CUDA 호환으로 만들고, 외부의 모든 것도 CUDA 호환으로 만드는 일관성이야말로 CUDA를 플랫폼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목표 없는 경영: 여정 자체가 목적


Jensen의 경영 철학 중 가장 독특한 부분은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목표 지향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제가 목표가 없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텐데요. 정말로 목표가 없습니다. 여정 자체가 목표라고 믿고, 여정을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믿습니다."


그는 매일 출근해서 최선의 일을 하는 것이 90%라고 말한다. 어디에 도달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상장이나 매출 같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최선의 일을 하고, 회사가 계속 번영하며, 세계 최고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일을 하는 것에 집중한다.


엔비디아는 연간 계획도 없다. 매출 목표를 달성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심지어 칩 설계에서도 '테이프아웃' 일정을 정하지 않는다. 칩이 완벽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철학이다.


"인위적인 일정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빠르면 빠른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기로 했다면 그것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학습법: 아카이브에서 Perplexity로


Jensen의 학습 방법도 흥미롭다. 그는 자신을 '빠른 학습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아카이브(arXiv) 논문을 직접 읽었지만, 이제는 Perplexity를 활용한다.

"이제 Perplexity에게 아카이브를 읽어달라고 합니다. 정말 훨씬 좋아졌어요."

그는 AI에게 프롬프트를 주는 것이 리더십의 기예와 매우 유사하다고 본다. 맥락을 설정하고, 상황을 구성하며, 때로는 과도하게 제약을 두거나 제약을 덜 두는 것이 회사를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생산성은 더 이상 답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생산성은 질문에 관한 것이죠. 맥락을 잘 설정하고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시대입니다."


물리적 AI: 100조 달러 산업으로의 진출


Jensen은 물리적 AI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IT 산업은 1조 달러 규모로 디지털 정보를 처리하는 일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100조 달러 규모의 물리적 산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공장, 창고, 병원, 공항, 경기장, 도로 등 모든 곳에서 컴퓨터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의 경우, 과거에는 인식, 세계 모델 구축, 경로 계획의 세 모듈로 나누어 개발했지만, 이제는 멀티모달 추론 모델 하나로 "어떻게 운전할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된다는 것이다.

"추론이 가능한 비전 모델을 자동차에 넣고 '어떻게 운전할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대형 언어 모델 안에는 이미 운전하는 방법이 학습되어 있거든요."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창고와 공장에서의 활용은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5년 안에는 상당히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영웅들에게서 배운 인생 철학

대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Jensen이 언급한 영감의 원천들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유명한 CEO나 성공한 기업가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 식당의 설거지공 Roger, 교토 은각사의 정원사였다.

어머니는 영어를 모르면서도 그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순전한 의지와 영리함으로 자신이 모르는 것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

Denny's 식당의 설거지공 Roger는 매일 교대 시간 몇 분 전에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나타났고, 교대가 끝날 때는 자리를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으며, 그 사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

"그는 전문적인 Denny's 설거지공이었습니다.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어요."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교토 은각사의 정원사였다. 무더운 여름날, 모든 관광객들이 지나쳐 가는 가운데, 한 정원사가 작은 대나무 핀셋으로 죽은 이끼 조각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었다. Jensen이 그 거대한 정원을 어떻게 다 관리하느냐고 묻자, 정원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시간이 충분합니다."

이 말은 Jensen의 일상을 바꿨다. 그는 시계를 차지 않으며, 누군가 "바쁘신 걸 알지만"이라고 말하면 항상 "시간이 충분합니다"라고 답한다. 아웃룩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현재 순간에 집중한다.

"Roger에게서 배운 것처럼, 무엇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설거지라고 해도 최선을 다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처럼, 모르는 일이라도 중요하다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생각할 점

Jensen Huang과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역설적 리더십'이었다. 목표가 없다고 하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함을 추구하며, 겸손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특히 AI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그의 통찰은 주목할 만하다. "생산성은 답이 아니라 질문에 관한 것"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정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올바른 질문을 하고 적절한 맥락을 설정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는 비단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리더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또한 그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배운 인생 철학은 우리에게 성공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화려한 성과나 숫자보다는 매일의 최선, 자부심을 가진 일,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라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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