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떡? 밀떡? 치즈떡!

치즈떡으로 만드는 매콤한 고추장 떡볶이

by 구름조각

요즘 탕수육 부먹 vs찍먹에 이은 떡볶이 쌀떡 vs밀떡 논쟁이 많던대요. 쌀떡파는 쌀떡의 부드러움과 녹진한 느낌을 선호하고 밀떡 파는 쫄깃한 식감과 국물 맛이 잘 배는 것을 내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갈등은 무의미하니 여러분 평화로운 제3의 지대, 치즈떡파로 오십시오. 이곳은 젖과 꿀 대신 치즈가 흐르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떡볶이에 치즈를 넣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매우면 매운대로 먹는 게 좋지, 매운 떡볶이를 중화시킨다고 치즈를 넣으면 뭔가 떡볶이의 맛이 흐려진달까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식으면 질깃질깃한 느낌이 나는 치즈는 정말 혐오합니다. 글 쓰는 지금도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요. 그런데 어느날 마트에서 동글동글한 치즈떡을 발견해서 찜닭에 넣어본 적이 있답니다. 이 치즈떡은 쫄깃 탱탱하면서 안에 고소한 치즈가 느껴지는 게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뒤로 치즈떡으로 만든 떡볶이를 종종 만들어 먹고 있답니다.


워낙 체인점 떡볶이가 많지만 그건 떡볶이가 각자의 선호에 따라 넣을 수 있는 재료에 한계가 없는 음식이어서 그렇겠죠. 요즘은 중국 당면, 분모자, 라이스페이퍼까지 떡으로 넣은 떡볶이가 나왔더라고요. 거기나 소스는 어찌나 다양한지 크림, 로제, 감바스 알 아히요 떡볶이까지... 이젠 떡볶이가 파스타의 한 종류라고 소개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500원에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판 떡볶이를 종이컵에 담아 호록 호록 먹던 저에게 유일한 떡볶이는 고추장을 넣은 녹진하고 빨간 떡볶이뿐입니다. 그래서 제 입맛에 맞추려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수밖에 없어요.



치즈떡 한 봉지, 비엔나소시지 한 봉지, 어묵도 동글하고 짧은 치즈떡과 어울리는 봉 어묵을 준비했어요. 여기에 대파도 떡과 비슷한 크기로 썰어줍니다. 모든 재료가 비슷한 크기여야 보기에도 좋고 먹을 때도 편하거든요. 양배추가 있다면 양배추를 듬뿍 넣고 만드는 것도 맛있어요. 양배추의 달콤한 맛이 떡볶이의 매콤한 맛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 같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거든요.


그리고 양념이 중요한데 여기서부터는 우리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소스 조합들을 볼 수 있죠. 예전에 저희 어머니께서 떡볶이에 김치를 넣어 김치 떡볶이를 하신 적이 있는데 묘하게 맛있는 게 의문인 조합입니다. 떡볶이인데 국물이 시원해요. 거기다 떡은 제사 때 먹고 남은 쑥절편을 썰어 넣었는데 쑥향과 김치와 떡볶이 소스의 조합이 익숙하면서 색다른 맛이었어요.


그 밖에도 케첩 또는 카레가루를 넣거나, 식용유 한 스푼으로 목 넘김을 좋게 만들거나 다 필요 없고 소고기 다시다를 넣는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의 시장에는 무를 넣어서 만든 무 떡볶이가 있었는데 심심한 맛이 나름 매력이 있어서 꽤 마니아층을 보유한 집이었어요. 뭐랄까... 대중성은 부족하지만 개성이 강해서 탄탄한 마니아 층이 있는 발라드 가수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어느 날 어머니께서 유명 떡볶이 체인점에서 쓰는 비법 가루를 받아 왔다며 라면수프 같은 가루를 한 통 가져오셨어요. 발이 넓은 어머니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걸 얻어 오시는데 그 떡볶이 가루에 뭘 넣은지는 몰라도 한 스푼 넣으니 감칠맛과 탁 치고 들어오는 매운맛이 있더라고요. 아마 미원이나 다시다가 들어간 것 같긴 하지만 가루 소스의 간편함에 떡볶이를 만들 때마다 한 스푼씩 넣고 있어요. 여기에 맛을 더하는 건 빨간 고추장이죠. 고추장도 크게 한 스푼 넣고 한국인의 영혼, 마늘을 많이 많이 넣어줍니다. 거의 마늘 떡볶이 같은 맛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단맛이 부족하다면 추가로 물엿을 넣어서 광택감도 주고 마지막에 후추를 탈탈 뿌립니다. 치즈떡이라 파마산 치즈가루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파마산 치즈가루도 조금 뿌렸더니 정말 파스타 한 접시의 비주얼이네요.(치즈가루는 비추)


여기에 에어프라이어로 간단하게 튀길 수 있는 김말이를 추가했습니다. 저는 튀김류 중에 김말이가 제일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말이 자체는 맛이 강하지 않지만 김말이 속 당면이 떡볶이 국물에 흠뻑 적셔지면 그 맛이 증폭되는 거죠. 혼자서는 약하지만 파트너와 함께 강해지는 타입이랄까?

비엔나 소시지와 치즈떡을 한입에 넣어야 합니다! 여러분!!

저는 여자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학교에 아주 유명한 매운 떡볶이 가게가 있었어요. 떡볶이 좋아하는 여자들이 득실득실한 여고에서 그것도 수험 스트레스에 허덕이는 고3들에게 매운 떡볶이는 국가가 허락한 마약이었어요. 선생님들이 아무리 단속을 해도 몰래 나가고 몰래 배달받고 땡땡이치고 나가서 먹고... 결국 막을 수가 없어서 선생님들도 암묵적으로 봐주는 분위기가 되었답니다. 사는데 낙이 없으니 먹는 거라도 맘껏 먹으라면서요. 그 집의 매운 떡볶이는 너무 매워서 테이블마다 하나씩 있는 설탕 통에서 각자 입맛에 맞을 정도로 설탕을 넣어 먹게 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집 떡볶이의 중독성은 바로 그 설탕과 마지막에 먹는 쿨피스에 있었던 것 같아요. 매운맛으로 가려놓은 단맛이 우리가 말하는 맛있게 매운맛의 정체가 아닐까 싶네요.


매운 국물에 떡만 둥둥 떠다니던 그 떡볶이에 비하면 치즈떡과 소시지, 어묵, 대파를 넣은 지금 떡볶이가 훤씬 호화롭지만 가끔 그 집의 맛이 그립긴 해요. 같은 체인점이라도 그 맛이 안나는 걸 보면 아마 그 시절 함께 하던 친구들과 선생님 몰래 떡볶이를 먹던 추억들이 그리운 것이겠죠. 아마 여고 앞에 있는 그 떡볶이 집을 찾아가도 그 맛을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미 친구들은 다 각자의 길로 갔고 저도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브런치에도 투표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은 쌀떡vs 밀떡vs 치즈떡 중에 무엇을 선호하시나요? 쑥가래떡이나 고구마떡 같은 소수의견도 환영입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취향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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