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급히 딸기를 사 와서 딸기잼을 만들었어요. 딸기를 사려고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한 군데 찾아서 2kg에 만원 주고 사 왔어요. 리어카에서 딸기를 팔던 사장님은 이제 날이 더워지면 딸기가 다 녹아버린다시며 자기도 딸기잼을 100병씩 만들어둔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만들어서 여기저기 나눠주고 아들네도 갖다 준다고요. 딸기 농사짓는 분들은 겨울철 김장처럼 봄철 딸기잼을 만드시는 모양입니다. 뜨거운 햇빛에 뭉그러지고 단맛도 덜한 딸기지만 이것도 설탕을 넣고 졸이면 맛있는 딸기잼이 되지요.
작년에는 총 세 번 다른 종류의 쨈을 만들었어요. 봄에는 딸기잼, 여름에 무화과가 나올 쯤에는 흑설탕 무화과 잼을 만들었고, 가을 사과가 나올 즈음 시나몬 사과잼을 만들어서 겨울 동안 먹었죠. 쨈을 많이 먹는 타입은 아니지만 주말에 늦게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을 때면 쨈 바른 빵 한 조각에 커피만 한 게 없지요. 간단하고 달콤하고 쌉쌀한 하루의 시작, 그런 식탁에는 달콤한 쨈이 필수입니다.
기억하기로는 작년 딸기잼에 생강을 조금 넣었던 것 같아요. 몇 번 쨈을 만들다 보니 비슷한 맛이라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올해 딸기잼에는 발사믹 식초를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딸기잼에 와인을 넣는 레시피도 있던데 와인을 발효시켜 식초로 만든 발사믹 식초도 비슷한 풍미를 주겠지요. 더군다나 식초의 산이 펙틴을 만들어서 쨈의 농도를 끈적하게 만들기 때문에 레몬즙이 없다면 식초를 넣어서 쨈을 만들어도 됩니다. 요리의 근본으로 파고들면 그 안에 재밌는 화학이 있습니다.
딸기를 잘 씻어서 물러진 부분을 조금 도려내고 설탕을 뿌려둡니다. 쨈을 만들 때 과일 중량에 70%까지 설탕을 넣을 수 있어요. 설탕이 많아질수록 보존력이 높아지고 농도도 끈적해져요. 중량의 30% 정도의 딸기를 넣으면 콤포트와 같이 가벼운 과일 조림이 됩니다. 저는 묵직한 쨈과 컴포트 사이의 질감을 원해서 딸기 2kg에 설탕은 1kg만 넣었는데 드셔 보시고 단맛은 조절 가능해요. 이렇게 설탕량을 줄여서 쨈을 만들면 보존력은 떨어지지만 과육의 씹히는 맛이 살아있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설탕을 뿌려 30분~40분 두면 딸기에서 물이 나와서 설탕이 녹아요. 이 상태에서 불에 올리고 중불에서 끓이면 냄비 바닥이 타지 않아요. 그렇게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거품을 걷어주시고 양이 절반 정도로 줄었을 때 발사믹 식초 1스푼과 레몬 1개를 짜서 즙을 넣어줍니다. 발사믹 식초가 들어가서 그 풍미가 강하게 올라오진 않지만 색이 좀 더 진해진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바닥에 타기 쉬우니 약불로 줄인 다음 눈을 떼지 말고 계속 저어줘야 합니다.
눈을 떼면 이렇게 됩니다...순식간에 끓어 넘치더라구요...
완성된 딸기잼은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 보관하세요. 설탕이 적게 들어갔기 때문에 상하기도 쉽거든요. 제가 먹어본 최고의 조합은 갓 구운 빵에 생크림과 딸기잼을 올려서 먹는 거예요. 계란물을 적셔 구워낸 프렌치토스트와 딸기잼도 맛있지만 딸기잼의 완벽한 파트너는 생크림인 것 같습니다.
홍차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 쨈을 스콘에 발라 티타임을 가진다고 하죠. 우리나라에 탕수육 부먹 vs찍먹 논쟁이 있듯이 영국 사람들에게는 스콘 위에 '크림 먼저 올리기 vs 쨈 먼저 올리기'로 논쟁을 한다고 해요. 나름 전통성 논쟁으로 까지 가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노릇노릇한 스콘 위에 하얀 크림, 그 위에 화룡점정으로 빨간 딸기잼을 올리는 게 심미적으로 아름다울 것 같아요. 마침 딸기잼도 만들었으니 다음엔 스콘을 구워서 클로티드 크림과 먹어봐야겠어요.
오늘은 간단하게 그릭 요거트에 딸기잼을 얹어서 먹었습니다. 베란다에서 키우는애플민트를 따와서 살짝 올렸더니 그럴듯해 보이네요. 산뜻한 요거트와 딸기 과육이 부드럽게 씹히는 게 참 맛있어요. 5월의 마지막 날을 이렇게 마무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