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에 대한 글만 세 번째이다. 매일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지겨우실 수도 있지만 난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강철부대의 마지막 회를 앞둔 오늘 그냥 앉아있을 수 없었다.
※곧 슈퍼밴드 2가 방영되는데 강철부대 다음엔 슈퍼밴드에 대한 글이 여러 편 올라올 수도 있다
강철부대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회사나 어떤 종류의 직장에서든 '일을 잘한다'는 것은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우리는 부모님의 심부름을 수행하면서 '미션 전달→수행→피드백'이라는 일의 기본 원리를 배운 것이다. 그런 의미로 '강철부대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법'을 정리해봤다.
1. 미션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자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려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볼 수도 없는 것이고 문제 풀이에 급급했던 때 출제의도까지 파악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일을 할 때도 미션을 주는 사람, 사장님이나 상급자의 의도를 파악해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다. 미션의 핵심을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짜는 사람은 단연코 707부대의 이진봉이다.
태도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중요한 본 미션과 베네핏 미션의 우선순위를 따져 체력 안배를 한다거나 위기의 순간에 기지(라고 쓰고 잔머리라고 읽는다)를 발휘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박군으로 유명한 박준우 대원도 전략적인 접근을 자주 보여줬으나 그의 전략이 오랜 군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으로 인한 전략이라면, 이진봉의 경우 자신의 머리가 뛰어나 순간순간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2. 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는 자신 있게 나서라.
김상욱 대원이 1대 4로 참호격투를 이긴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그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라는 프러포즈성 멘트를 던졌는데 실제 동료들에게 약속을 지켰다. 김상욱은 현직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체력을 이용해 버티거나 상대를 제압하는 참호격투에서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4명과 대결하면서 상당히 체력 소모가 심했을 텐데 동료들을 위해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모습도 멋있었지만 박준우와의 대결 후 우정을 나누는 모습까지, 완벽한 김상욱의 모먼트였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에서 본인의 장점이나 특기가 있어도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그렇게 나서는 행위 자체가 너무 나댄다는 식으로 동료들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션에서 자신 있게 나서는 태도와 동료가 두각을 나타내도록 지지해줄 공동체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상욱이 4명을 이긴 참호격투는 UDT전체의 승리이기도 하다.
3. 동료들과 팀워크도 업무능력이다.
한번 조직생활에 몸 담았으면 좋든 싫든 그곳의 규칙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함께 일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나와 맞지 않는 성격일지라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최소한의 팀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때로 뒤쳐지거나 기량이 부족한 동료들도 언제 어디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지 모르니 되도록 동기부여를 하면서 끝까지 함께 협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강철부대에서 가장 어린 팀이었던 SDT를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그것이었다. 산악 군장 데스매치와 갯벌에서 이뤄진 패자부활전에서 뒤처지는 이정민 대원을 두고 팀이 양분되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승부욕과 젊은 혈기로 뭉친 그들이 앞서 나가는 다른 팀을 보면서 조급했을 것은 이해하지만 모든 미션이 낙오자 없이 팀이 함께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앞서 혼자 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4. 경쟁자와 우정을 나눠라
같은 해군 소속으로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SSU와 UDT는 타이어 데스매치에서 한번, 최종 결승에서 한번 경쟁하게 되었다. 특별 휴가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팀은 이미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으나 경쟁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진지하다. 친구이되 적이 된 상황에서 관계를 해치지 않는 방법은 경쟁자일 때는 긴장감 있는 거리를 유지하고 함께 친분을 나눌 때 격식 없이 어울리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도 밖에서도 서로 피치 못할 경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평화주의자에게는 매우 불편할 상황일 테지만, 어쩔 수 없이 경쟁에 임해야 한다면 최소한 서로 앙금이 남게 하지는 말자.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어떨 때는 경쟁자로 어떨 때는 동료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 집중하는 것과 개인적으로 복수심이나 우월감을 가지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내가 이겼다고 상대를 깔보거나 상대가 이겼다고 앙심을 품는 것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지 않다.
5. 승부가 난 상황에서도 미션은 완수해라
MC인 김성주가 언급했듯 스포츠 중계에서는 승패가 갈리면 끝인데, 군인들의 미션에서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미션을 끝까지 완수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군인들이 포기하는 순간 국민들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일을 끝까지 완수한다는 것은 부대와 동료,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패배가 결정 난 상황에서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놀랍게도 끝인 줄 알았던 지점에서 다시 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이 맡은 일이라면 그것이 보잘것없고 이미 진 게임이라 해도 끝까지 완수하는 책임감을 가지자.
모든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라고 인정받는 것은 공동체에서 요구하는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평가이다. 학교에서 시험이 요구하는 지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으로 성적을 평가받는다면, 회사에서는 업무 매뉴얼을 정확히 숙지하고 요구하는 업무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업무능력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수행능력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