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명절 선물이 몇 가지 배송되었어요. 배나 사과 같은 것도 있는데 왠지 가장 반가운 건 한우 소고기 세트네요. 그냥 구워서 먹어도 맛있을 것 같지만 오늘은 대파를 구워 소고기 볶음을 해보려고요. 예전부터 유튜브에서 보고 해보고 싶었던 요리인데 오늘 드디어 해보네요. 저는 빅마마 이혜정 선생님의 레시피를 참고했습니다. 다만 원래 레시피에는 불고기감 소고기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구이용 소고기를 이용했어요. 고기가 좀 더 도톰할 테니 더 맛있을 것 같네요.
소고기 구이용 세트에 이름이 없으니 부위를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아직 고기만 보고도 어디 부위인지 알 정도의 경지는 아니라서요. 그래도 붉은 살에 지방이 적고 담백한 걸 보니 안심이 아닐까 싶어요. 소고기에 감자전분과 소금, 설탕, 후추를 버두려 준비해 둡니다. 설탕이 고기에 연육 작용을 해줄 거예요. 그동안 대파를 손질해서 흰 부분을 5cm 정도 크기로 잘라줍니다. 달구어 놓은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중불에 대파부터 구워주세요. 대파가 노릇하니 익으면 팬의 기름에도 파향이 향긋하게 날 거예요. 파는 따로 접시에 덜어 두시고 팬에 남은 파 기름에 고기를 구워줄 거랍니다.
전분과 설탕이 묻은 고기는 금세 타니까 중불에 구워주세요. 이혜정 선생님은 고기에 간장을 넣고 재우시던데 저는 고기를 굽다가 간장을 넣어서 불향을 내듯이 간장 향을 입혀줄 거예요.
※고기 밑간: 소금 1작은술, 설탕 반 큰 술, 후추 조금, 감자전분 1스푼
간장 향이 고기에 골고루 입혀지면 아까 빼놓았던 대파를 넣고 굴소스를 조금 넣어서 볶아 주세요. 굴소스에게 나는 감칠맛이 좋잖아요? 원래 레시피에는 청주를 넣어서 냄새를 날려줬지만 저는 미림을 한 스푼 넣어서 볶아줬어요. 미림은 쌀로 만든 술이라 단맛도 있고 볶을 때 넣어주면 감칠맛을 내줍니다. 미림까지 넣어 볶으니 고기에서 윤기가 좔좔 흐르는 데요?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살짝 넣어 향을 더 해주면서 대파 소고기 볶음 완성입니다!
사진 찍는 걸 깜박해서 제품 사진으로 대체해요.
오늘 곁들이는 술은 안동소주인데요. 원래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가까운 게 안동소주라서 마시기 힘들었거든요. 근데 마트에서 21도짜리 안동소주가 있어서 사 왔어요. 대파 소고기 볶음은 간이 짭짤해서 밥과 먹어도 맛있었지만 이렇게 소주에 곁들이는 안주로도 정말 잘 어울렸어요. 불고기 향이 나는 듯 부드러운 소고기에 달콤한 대파 구이가 부드럽게 씹히거든요. 소고기는 매번 구워서 기름장이나 쌈장에 찍어먹었는데 이렇게 대파와 함께 구워서 먹는 것도 색다르고 좋아요.
요리를 취미로 삼으면서 좋은 점은 배달이나 외식이 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음식도 재료만 있으면 바로 도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느끼는 성취감은 참으로 즉각적이고 확실한 감각이라, '잘한 게 맞나?' 헷갈릴 이유가 없죠.
맛있어! 맛없어! 짜! 싱거워! 매워!
이런 것들 모두 절대 속일 수 없는 감각이잖아요? 학교 다닐 때야 성적을 숫자로 받지만 사회인이 되고서는 매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고민이 돼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잘 되고 있는 거 맞나?' 혼자 고민하고 뭐든 확실한 게 없죠. 내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 일을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 가장 확실한 감각적인 즐거움이 큰 위안을 줘요. 좋은 노래, 예쁜 꽃, 맛있는 음식, 따뜻하고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 이게 행복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행복인지 의아할 정도로, 확실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죠. 불확실한 세상에서 느끼는 확실한 행복들. 그런 것들을 위해 즐겁게 요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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