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의 <봄이 오면>
1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은 자우림과 김윤아의 앨범, 그 중에서도 김윤아의 <유리가면>앨범이다. 특유의 음울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와 김윤아만이 쓸 수 있는 가사에 매혹되었다. 물론 그 가사들의 내용이 심상치 않아서 주변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곡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데다 노래의 가사들만 해도 불안과 증오, 사랑의 허무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라도 12살 짜리 아이가 이런 음반에 심취해 있다면 한번쯤 면담을 해볼 것 같다.
▶Track List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세상의 끝
야상곡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봄이 오면(Guitar ver.)
Melancholia
미저리
봄이 오면(Piano ver.)
증오는 나의 힘
Girl Talk
https://www.youtube.com/watch?v=K_f_yEF44ls
최근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금쪽 상담소에서 김윤아가 출연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일을 털어놓은 영상을 봤다. 그 시절의 내가 김윤아의 목소리에 위로 받았던 이유는 우리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버지의 폭력과 모순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결이 비슷한 감성을 가지는 모양이다. 특히 김윤아는 <증오는 나의 힘>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자신의 일기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래의 가사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매일 내일은 당신을 죽이리라
마음에 마음을 새겼어
수 천 수 만의 생각이
머리 속을 헤엄치며 무력한 날 비웃고
매일 내일은 구차한 이 내 생을
고요히 끝내리라 꿈꿨어
수 천 수 만의 생각이
머리 속을 헤엄치며 비겁한 날 비웃고
고맙고 고마운 내 아버지
당신을 죽도록 이토록 증오한 덕에 난 아직 살아있고
증오는 나의 힘
배신하지 않을 나의 아군 나의 주인 나의 힘
나는 자아를 잃은 증오의 하수인
두 눈엔 칼을 심고 가슴엔 독을 품은
꿈에도 잊지 않을 이 사무치는 증오
당신을 해하리라 새 날이 오면
증오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고
검은 증오의 불길이 언젠가는 날 삼키고 난 멸하고 말겠지
이미 지옥 한 가운데 발을 딛고웃으며 나 가려 해 파국에
이 지독한 증오의 사슬을 끊어내고 안정된 가정을 이루어 아이의 엄마가 된 김윤아가 인간적으로도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앨범에 수록된 <봄이 오면>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더욱 절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인생의 가장 고통스럽고 고독했던 시절에도 언젠가는 인생의 '봄이 오면 풀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맞으러'가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느껴진다. 마음속 깊은 증오, 슬픔, 과거의 트라우마를 벗어내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봄을 꿈꾸었기에 김윤아는 긴 인생의 겨울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봄이 오면>이라는 곡은 피아노 버전과 기타 버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타 버전이 더 슬프고 처연하게 느껴진다. 부드럽게 연주하는 기타의 선율이 이룰 수 없는 마치 신기루같은 꿈을 표현하는 것 같다. 기타 버전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반주를 맡았는데 그는 장화홍련, 왕의 남자와 같은 영화의 OST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후 JTBC <비긴어게인2>에 출연한 김윤아가 리스본에서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김선규의 반주에 맞춰 부른 버전도 있다. 클래식 기타와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멤버의 기타 소리와도 잘 어울린다.
▷구름조각의 카카오 뷰 '김윤아 <봄이오면>영상 모음' 보드
최근 김윤아는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고 다시 인생의 겨울을 겪고 있는것 같다. 그렇지만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이 오듯 언젠가는 그녀의 삶에 행복이 올거라고 생각하고 이 시기를 잘 버텨내길 바란다. 가수를 좋아하는 팬의 마음을 넘어서 한 인간의 역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김윤아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DtBsWuS32Q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녁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오면 봄이 오면 우~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음~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