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어울리는 뜨끈한 전골요리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도 아닌데 겨울이면 먹는 양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일단 속이 든든해야 덜 춥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집에 왔는데 식탁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전골 한 냄비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얼큰해 보이는 빨간 국물에 각종 버섯과 빨간 소고기가 끓고 있는 소고기 버섯전골이요. 쫄깃한 버섯과 달큼하게 익은 채소에 담백하게 익은 소고기를 한 입에 먹는 전골 요리. 거기다 마지막에는 칼국수 면을 넣거나 밥을 조금 넣어 죽을 만들어 먹어도 좋아요. 전골을 끓이는 동안 수증기가 집안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온 가족이 한 그릇씩 나눠 먹는 장면을 상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전골과 샤부샤부의 경계를 나누기는 힘들지만 한 냄비를 완성해서 끓이면 전골요리, 재료를 계속 넣어가며 살짝 데쳐 먹으면 샤부샤부라고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한 냄비에 재료를 차곡차곡 넣고 양념과 육수를 부어서 끓이는 소고기 버섯전골은 소고기 버섯 샤부샤부와는 다른 음식인 셈이죠. 그렇지만 집에서 먹을 때는 먹는 도중에 재료가 부족하면 채소나 고기를 추가해서 끓이기도 하니까 매번 경계가 흐릿한 음식이 됩니다. 저는 음식을 준비할 때 늘 "부족한 게 문제지, 많은 건 문제가 아니다."라는 신조로 넉넉하게 만드는 편이에요. 손 크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음식이란 게 넉넉하게 만들고 다 같이 나눠 먹어야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서 여러 종류의 버섯을 구매했는데요. 표고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송화 버섯이란 게 있어서 한 봉지 구매했습니다. 직원 분의 설명으로는 송화 버섯은 햇빛이 드는 곳에서 키우기 때문에 비타민 D를 많이 함유하고 있대요. 예전에 할머니께서 가을이면 호박이나 무를 얇게 썰어서 햇빛에 말리곤 하셨어요. 그렇게 썰어놓은 채소를 햇빛 아래 두면 비타민 D가 합성이 된다고 해서 참 신기하다 생각했죠. 당시에 '채소를 썰어 놓으면 죽은(?) 채소가 되는데 어떻게 새로 영양소가 생기는 걸까?' 하고 호기심을 가졌는데, 열로 익히지 않으면 채소의 세포들이 햇빛 아래서 비타민 D 합성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겨우내 해가 짧아져 비타민D의 합성이 줄어들어도 말린 채소를 먹으면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했던 조상의 지혜였네요.
송화 버섯에 참타리 버섯, 백색 느타리버섯, 만가닥 버섯, 새송이 버섯 종류별로 한 팩씩 구매했어요. 종류별로 식감이 다르고 다양한 버섯을 포개 놓으면 알록달록해서 보기에도 좋아요. 여기에 알배추 조금과 애호박, 쑥갓과 청경채를 준비하면 전골요리 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아요. 알배추, 대파, 쑥갓, 청경채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놓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주세요. 버섯도 느타리나 참타리, 만가닥 버섯은 가닥가닥 찢어 놓고 새송이 버섯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면 됩니다.
양념장은 고춧가루 3큰술에 국간장 2큰술, 된장 한 큰 술, 고추장 한 큰 술, 굴소스 1큰술, 다진 마늘 듬뿍 넣고 후춧가루 조금 섞어서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국물 간을 똑 떨어지게 맞추진 않고 샤부샤부용 참깨 소스에 찍어먹으려고 해요. 국물은 끓이면서 점점 졸아들 테고 채소과 고기에서 나오는 육수로 맛이 깊어지니까 마지막에 국수를 넣기 전에 국간장으로 간을 맞춰주면 됩니다.
추운 겨울에 자꾸 몸이 움츠러들면서 마음도 자꾸 위축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시끌벅적한 연말 연초 분위기를 즐길 수도 없었고 뉴스를 보면 연일 암담한 소식만 들리네요. 이런 위기에서도 우리의 삶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했어요. 개인의 불안정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연과 속을 채워 줄 건강한 한 끼라고 생각해요. 겨울잠 자는 곰처럼 많이 먹으면 뭐 어때요? 이 추운 날 아침에도 씩씩하게 일하러 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마땅한 한 끼입니다.
소고기 버섯 전골 레시피
1. 각종 채소와 버섯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합니다.
2. 전골 냄비에 채소와 버섯을 예쁘게 담아준 후 육수나 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줍니다.
3. 양념장을 넣고 샤부샤부용 소고기를 넣어 익혀주세요.
4. 참깨 소스에 찍어 맛있게 드세요.
※재료 : 각종 버섯, 애호박, 대파, 알배추(양배추로 대체 가능), 쑥갓, 청경채, 샤부용 소고기
※양념장 : 고춧가루 3큰술, 국간장 2큰술, 된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굴소스 1큰술, 다진마늘 2큰술, 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