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서툰 사랑 표현
집에 자숙 꼬막 한 상자가 배달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종종 뜬금없이 기장 미역이나 홍어나 꼬막, 가자미 같은 것들을 집으로 배달하시곤 해요. 말도 없이 택배가 오면 부랴부랴 그에 맞는 음식을 해야 하니 피곤할 때도 있지만 아버지 나름의 애정 표현인 것 같습니다. 가끔 아버지는 자신의 역할이 '집에 먹을 것을 갖다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뭔가 가족들에게 미안할 때나 잘해주고 싶을 때는 먹을 걸 사 오시는 게 재미있기도 해요. 뭔가 원시 부족장 같은 마인드랄까? "아버지는 밖에 나가 사냥을 해 오마..." 이런 식이라 다정한 말이나 친구 같은 아버지이기보다는 늘 세상 풍파를 막아주는 아버지입니다.
이렇게 잡아온 사냥감을 툭 내려놓는 원시인처럼 택배가 오고 나면, 그걸 요리하는 건 엄마나 제 몫일 때가 많아요. 껍질 있는 꼬막을 삶아서 일일이 까려며 너무 번거롭지만 요즘 자숙 꼬막이 나와서 편리하게 만들 수 있어요. 살만 발라내서 냉동으로 오기 때문에 해동하면서 물에 살짝 씻어주기만 하면 돼요. 한 접시 정도는 덜어 놓고 부추와 함께 꼬막전을 굽고 나머지는 꼬막 무침하려고요. 밥에 꼬막무침이랑 데친 콩나물과 김가루 넣고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꼬막살을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줍니다. 물에 담가 두거나 여러 번 씻으면 꼬막의 맛도 다 씻겨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한 번만 씻어주세요. 꼬막을 채반에 받쳐 놓고 재료를 준비해줍니다. 홍고추와 청양고추를 2개씩 준비해 잘게 다져주세요. 홍고추가 들어가면 색감이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향기 나는 채소를 넣어주면 좋은데 미나리나 깻잎도 좋고 쪽파도 잘 어울립니다. 저는 여기에 어머니가 담근 고추장아찌를 잘 다녀 넣었는데 이렇게 장아찌류를 다져서 넣어주면 씹히면서 감칠맛이 좋아요.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식초, 고춧가루, 참기름, 통깨를 넣어서 간을 맞춰요. 근데 간장 베이스가 아니라 초고추장을 넣어서 새콤달콤하게 만들어도 맛있답니다. 그때는 양파나 당근 같은 채소를 좀 더 추가해줘도 좋겠죠? 설탕 2 숟갈, 다진 마늘 2 숟갈, 고춧가루 2 숟갈 정도 넣고 진간장은 설탕의 2배로 넣어주시면 돼요. 그런데 채소에서 수분이 나오기도 하고 밥과 함께 먹기도 하니까 조금 짭짤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문제는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꼭 간장을 얼마나 넣으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그냥 여러분의 혀를 믿고 간을 보면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식초는 비린내를 제거해 주니까 1 숟갈 꼭 넣어주시고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주세요.
꼬막전은 부추전 반죽에 오징어 대신 꼬막살을 넣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바삭하게 구워서 막걸리랑 먹으면 너무 맛있겠죠? 홍고추를 잘라서 얹어주면 색감이 예뻐서 더욱 먹음직스럽습니다. 이렇게 한 끼 먹고 반찬통 가득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으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오늘 꼬막은 간장 무침으로 만들었지만 다음에는 초고추장에 버무려서 새콤달콤하게 먹어보려고요. 이제 날씨가 더 따뜻해져서 3월이 되면 꼬막 철이 지나버리죠. 며칠 남지 않았으니 꼭 한번 먹어보면 좋을 메뉴예요. 냉동 자숙 꼬막으로 간편하게 꼬막 무침 만들어서 맛있게 먹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