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안주 첫 번째. 골뱅이 무침과 소면
어머니께서 "최근 우리 딸 술을 좀 자주 먹는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에이... 뭘 자주 마셔?"하고 흘려들었어요. 그러고 핸드폰 사진 목록을 보니 술안주 사진들이 많더라고요. 골뱅이 무침에 애호박전. 이 날은 막걸리를 마셨던 것 같고? 닭발에 계란찜과 참치 마요 주먹밥. 이 날엔 역시 소주를 마셨다죠? 최근에 하림 커피 퐁닭이라는 레토르트 식품으로 치킨 카레를 만들어서 와인과 맥주도 한잔 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요? 최근 술을 자주 마시긴 했는데 건강을 챙기기도 할 겸 금주 선언을 했습니다. 강제 금주를 위해 피어싱을 뚫었어요. 귀가 아물 때까지 적어도 2~3달은 술을 못 마시게 되거든요. 술안주 사진들 정리해서 브런치에 올리고 당분간 술과는 이별해야겠어요.
골뱅이 무침에 소면 파와 쫄면파가 나뉜다고 합니다. 쫄면 파라니 무슨 말이죠? 당연히 골뱅이 무침에는 소면이 진리이지 않나요? 물론 쫄깃한 골뱅이과 비슷하게 씹히려면 쫄면이 나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아삭한 채소와 함께 호로록 먹는 소면이 더 익숙한 조합이죠.
물론 소면은 불면 맛이 없기 때문에 소면을 삶을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합니다. 골뱅이 무침에 양념장을 붓기 전에 소면 삶을 물을 끓이고, 물이 끓으면 소면을 넣은 동시에 골뱅이를 무쳐줍니다. 소면이 끓어오르면 찬물을 3번 나눠 붓고 골뱅이 무침을 접시에 옮겨주세요. 찬물에 박박 문질러 씻어준 소면은 동그랗게 말아서 모양을 잡고 참기름과 통깨를 조금 뿌려준 뒤에 접시에 담고 바로 골뱅이 무침과 식탁에 내면 타이밍이 딱 맞아요. 멀티태스킹(Mullti-tasking)이 필요합니다.
채소는 양배추, 오이, 당근, 깻잎 등을 채 썰어서 준비했어요. 파채만 넣고 골뱅이 무침을 하는 레시피도 있지만 저는 채소가 듬뿍 들어간 게 좋아요. 양념장은 미리 준비해서 북어채를 넣어 두면 좋은데 저 날은 아마 북어가 없어서 진미채를 조금 넣었던 것 같아요. 근데 진미채는... 썩 어울리진 않더라고요.
양념장에는 소백산 근처에서 농사짓고 지내시는 이모할머니께서 보내주신 매실 고추장을 사용했어요. 매실청이 듬뿍 들어가서 산뜻하고 새콤한 맛이 나는 고추장이라 비빔국수 만들 때 넣으면 좋아요. 설탕과 매실청을 넣어 단맛을, 식초를 넣어 새콤함을, 간장을 넣어 부족한 간을 맞춰줘요. 여기에 노란 연겨자를 조금 넣어주면 골뱅이의 비린맛을 잡아줍니다. 채소를 미리 썰고 양념장에 골뱅이와 북어채나 진미채를 넣어 세팅을 해 놔야 돼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면 삶을 타이밍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근데 여기서 애호박전을 구우려면 애매해지는 거죠. 전도 미리 부쳐 놓으면 맛이 없단 말이에요? 뜨끈할 때 후후 불어서 먹는 전이 맛있는데 말이죠. 소면과 골뱅이가 완성되자마자 팬에 미리 만들어둔 반죽을 올려 센 불에 부쳐줍니다. 애호박전을 동그랗게 부쳐내면 모양이 참 예쁘지만 하나씩 뒤집을 여유가 없답니다. 그래서 애호박 1개와 양파 반개를 채 썰어서 반죽을 만들었어요. 한판 두툼하게 부쳐주면 달큼한 애호박과 양파의 맛이 아주 좋아요. 앞뒤 후다닥 부쳐서 접시에 올리다 모양이 찌그러졌습니다.
거기다 사진까지 찍는다고 하니 젓가락 가지런히 올려놓고 기다리는 가족들이 귀엽지 않나요? 얼른 먹어야겠다 싶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앞접시까지 세팅하고 잔에 막걸리 한잔 따르고 시원하게 한 모금하면 하루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요. 금주를 선언했으니 당분간은 이런 음식도 못 먹겠죠? 먹을 수야 있겠지만 아쉬움이 더 커질 것 같아요. 미련을 애써 지워내며 핸드폰 속 사진으로 또 다른 술안주 글을 올려 볼게요!